자동차에서 항구로… 닛산 리프 ‘제2의 생명’이 연 전기차 급속충전 시대

고용철 기자 / 2026-03-14 08:50:03
- 스페인 비고항서 폐배터리 활용 울트라 패스트 차징 시스템 가동
- 12개 배터리 조합해 300kWh급 저장장치 구축, 최대 240kW 출력 지원
- 자원 순환과 전력망 안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 잡아


(C) ecoticias.com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수명을 다한 배터리의 처리가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스페인에서 폐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장치로 탈바꿈시켜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혁신을 일으킨 사례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폐배터리의 화려한 귀환: ‘그린 차지 플렉스(Green Charge Flex)’
현지 시각으로 지난 13일, 스페인 북서부의 주요 거점항인 비고(Vigo)항에서 닛산(Nissan)의 전기차 모델 ‘리프(LEAF)’의 배터리를 재활용한 초급속 충전 시스템이 본격적인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페인의 에너지 솔루션 전문 기업인 ‘리틀 일렉트릭 에너지(Little Electric Energy)’와 닛산의 협력을 통해 성사되었다.

본 시스템의 핵심인 ‘그린 차지 플렉스’는 리프 차량에서 수거한 30kWh 용량의 배터리 12개를 하나의 모듈로 결합한 장치다. 이를 통해 총 300kWh급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구축하였으며, 이는 전력 공급이 제한적인 항만 및 산업 단지에서 강력한 에너지 버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전력망 한계 극복하고 초급속 충전 구현
비고항에 설치된 이 시스템은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기차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한다. ESS에 저장된 전력을 활용하여 최대 240kW급 직류(DC) 초급속 충전 4기를 동시에 지원하며, 이와 별도로 22kW급 교류(AC) 충전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초급속 충전기 설치 시 기존 전력망의 용량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나, 본 프로젝트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를 완충 지대로 활용함으로써 전력망 증설 비용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전력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도 고출력 충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순환 경제의 실현과 글로벌 탄소 중립 기여
닛산의 AMIEO(아프리카, 중동, 인도, 유럽 및 오세아니아) 지역 에너지 총괄 수피안 엘 콤리(Soufiane El Khomri) 이사는 “이번 협력은 혁신과 순환성을 결합하여 도로 위를 달리던 리프 배터리에 제2의 생명을 부여한 결과”라며, “폐배터리의 가치를 연장하는 동시에 지역 전력망의 부담을 완화하고, 저탄소 에너지 미래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틀 일렉트릭 에너지의 루벤 블랑코(Rubén Blanco) CEO 역시 “닛산과의 협업을 통해 폐배터리가 상업적으로 매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충전 솔루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덧붙였다.

정책적 지원과 시장의 확장성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연합(EU)의 공동 자금 지원과 스페인 국립 에너지 기구인 ‘에너지 다변화 및 절약 연구소(IDAE)’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다. 비고항 및 충전소 운영 사업자(CPO)와의 협력을 통해 향후 최소 1년 이상 시범 운영될 예정이며, CCS-1, CCS-2, CHAdeMO 등 국제 표준 충전 규격을 모두 지원하여 범용성을 확보했다.

현재 스페인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은 전체 신차 등록의 20%를 육박하며 유럽 내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닛산은 이에 발맞추어 아리야(Ariya), 리프(LEAF) 등 승용 부문부터 타운스타(Townstar)와 같은 상용 부문까지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V2G(Vehicle-to-Grid) 기술과 연계한 에너지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언: 모빌리티를 넘어 에너지 생태계로
비고항의 폐배터리 재활용 충전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전기차 배터리의 생애 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에너지 선순환 모델’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배터리의 수명이 다했다고 해서 그 가치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의 핵심 자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향후 전 세계 주요 항만과 공업 지대의 에너지 효율화 모델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저작권자ⓒ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용철 기자

고용철 기자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