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데일리 온라인팀]한국의 1위 기업 삼성전자가 'RE100' 재생에너지 100% 전력 사용 목표를 수립했다.
삼성전자는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을 약속했다. 글로벌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이니셔티브 가입도 밝혔다.
그린피스는 전 세계의 시민과 함께 2016년부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하지만, 세계 최대 ICT 제조기업이자 주요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기업인 삼성전자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역할에 비하면, 이번 목표는 여전히 매우 미흡하다.
삼성전자의 100% 재생에너지 전력 목표 수립의 배경과 의미와 한계에 대해서 3가지 숫자를 통해 알아본다.
첫번째 숫자, 1.5
첫번째 숫자는 1.5다. 1.5°C를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전 지구적 기후변화를 목격하고 그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18년 역대 최고 폭염, 2021년 역대 최장 장마를 기억하실 것이다. 올해도 역대 최장기간 산불과 전례 없는 수도권 집중 호우로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태워 온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지구 가열이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사회경제적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위 도표는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에서 2021년 발간한 '기후변화 위험 평가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한 다양한 이상 기후가 어떠한 악영향을 만들어내며 그 결과로 우리 삶에 어떠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온도가 오르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무력 분쟁까지 일으킬 수 있는 문제인 것.
기후변화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UN 최신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가까워 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류에 대한 적색 경고(Code Red for Humanity) 상황"이라는 것이죠.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는 이미 1.09도 올랐다. 이에 따라 인류는 시급하고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기업의 모든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겠다는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되돌릴 수 없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 1.5도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은 맞다.
두번째 숫자는 1다. 1위를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여러면에서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약 280조원의 매출(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국내 매출 1위 자리를 2002년부터 20년 연속으로 지킨 것이다. 영업이익도 약 52조원로 1위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SSD, TV, 냉장고,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다. 2021년 기준 삼성전자는 국내 688개의 배출권 할당업체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8번째로 많았다. 2~6위가 한전 산하의 발전공기업이니 민간기업 중에서 1위인 포스코와 2위인 현대제철 다음으로 삼성전자가 3위다.
특히, 지난 해 삼성전자의 배출량은 약 1450만톤이었는데, 이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국내에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2015년 기준으로 116%가 증가한 양으로 2021년 기준 상위 30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온실가스가 줄지 않고 늘고 있는 것 자체도 심각한데 증가율도 1위인 것.
전력소비량도 1위다. 삼성 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26TWh, 2021년)을 소비하는 ICT 제조기업이다. 국내에서도 모든 기업 중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다. 전력 소비량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반도체 공장 증설계획을 가지고 있어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게 될 것.
삼성전자는 미국의 모든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100% 사용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사업과의 전력구매계약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의 조달제도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 받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24년 초까지 지역에서 새로운 재생에너지 사업 발굴을 통해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큰 규모의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의 적극적인 투자자와 구매자가 되면 그 사회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대에 기여하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전력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게 되면 발전 사업자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루게 될 뿐만 아니라 사업을 위한 초기자금조달을 더 좋은 조건으로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다양한 리스크 역시 회피할 수 있어서 이득이다.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을 요구하는 기업이 많아 질수록 재생에너지 설비는 늘어나고, 경제성은 좋아져서 결국 그 사회의 기후변화 위기 해결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장은 여전히 규모가 작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의 전력 비중은 6%로 주요 선진국 모임인 OECD 국가 중에 단연 밑에서 1위다. OECD 국가의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0년 이미 31%를 넘었다. 세계 평균도 29%에 달한다.
주요 선진 산업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은 더 앞서 나가고 있다. 독일이 44%, 영국이 43%를 넘겼다. 이웃나라 일본도 25%이고,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4%를 넘겼다. 한국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이렇게 뒤쳐지면 신 기후 규제 시대에 산업 경쟁력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국내에 본사를 둔 국내 1위 기업이며,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며, 온실가스 주요 배출 기업인 삼성전자의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책임과 역할이 필요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소니 SONY를 비롯한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이 함께 일본 정부에게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더 야심차게 높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국내에서 이러한 리더십을 앞장서서 보여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100% 목표 수립은 긍정적인 변화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목표시점을 2050년이 아니라 RE100 회원사 평균수준인 2030년까지 훨씬 앞당기고 공급망까지 포함한 목표를 수립할 수 있도록 더 시급하고 야심찬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세번째 숫자, 2030
세번째 숫자는 2030이다. 2030년을 의미한다. 인류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 속도를 절반으로 뚝 떨어뜨리고,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빠르고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이정표를 제시했는데, 선진국의 경우 2035년까지 발전부문의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고, 2040년에 개도국까지 더이상 전력 생산에 있어서 탄소배출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권고했다. 매우 야심차고 도전적인 목표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4이 에너지 소비에서 발생 되는데,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력 부문은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신규 전력 설비에서 이미 주류가 됐기에 2050년이 아니라 더 빨리 전환돼야 하는 것. 참고로, 지난해 전세계에 순증한 발전설비 중 84%가 재생에너지 전력설비였다.
산업계 내에서도 전력 소비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계가 앞장서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은 많지만 전력 소비로 인한 배출 비중이 16%인 철강 산업이나 15%인 정유산업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상당하면서 전력 비중이 6~70%에 달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에서 먼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것. 기업이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공급 받을 경우 그 전기의 60%는 화석연료(석탄, 천연가스 등) 연소를 통해 생산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늘리면 늘릴 수록 그만큼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게 된다.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대기업의 수가 380개를 넘었다. 이들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평균 목표 년도가 2030년이다.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이미 달성한 주요 글로벌 대기업만해도 2020년 기준으로도 60개사가 넘었다. 애플은 이미 2018년 자사의 RE100을 달성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30년까지 협력업체의 RE100도 달성하도록 요구하고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의 온실가스 배출과 현재의 배출과 앞으로 배출할 온실가스에 따른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고려하면, 최소한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을 달성해야 한다.
또한, 애플의 사례와 같이 삼성전자와 연결된 수천개의 협력업체도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의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RE100 기업의 평균 재생에너지 100% 목표년도가 2030년이고, 이미 북미와 유럽과 중국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달성한 삼성전자이기 때문에 공급망 포함 2030년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 목표는 삼성전자의 책임과 위상에 비례해 요구되는 수준이다.
이상 삼성전자의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목표 수립의 배경과 의미와 한계에 대해서 3가지 숫자 - 1.5도, 1위, 2030년 -를 통해 알아봤다.
현재 인류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인류가 합의한 1.5도가 아니라 무려 2.7도 상승 경로에 있다. 얼마전 유엔사무총장은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위기 상황이 "집단행동이냐, 집단자살이냐"를 선택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다시 한 번 경고했다. 따라서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 타임은 2030년까지다. 뒤로 미루면 늦다.
삼성전자의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에 부합하는 역할과 행동을 기대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더욱 빠르게 확대하도록 그린피스와 함께 요구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