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한국 정부 플라스틱 협약 역할 요구
PLA 분해되기까지 60도 고온 6개월 이상 필요
한국 막대한 PLA 제품 쓰레기 처리 시스템 부족
글로벌 스타벅스, 1회용기 억제 강화 노력 박차
패밀리마트, 네슬레, 농심, 동원, 신세계 등 합류
[환경데일리 이은주 기자]많은 기업들이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넘쳐나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2월 3일, 대만 환경보호청은 플라스틱을 근본부터 줄이기 위한 조치로 8월부터 8개 주요 시설에서 대만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생분해 플라스틱기반 식기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공공기관, 공립 및 사립학교, 백화점, 쇼핑센터, 대형 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레스토랑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컵, 그릇, 접시, 도시락 등 1회용 식기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프리 연합 프로젝트에 동참한 훼미리마트 |
왜 대만 정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걸까?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컵, 트레이, 빨대 등. PET 재질과 구분이 어렵다. 대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무엇일까? 왜 플라스틱 대신 사용하면 안 될까?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 대만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PLA(Polylactic acid)는 주로 옥수수, 감자 및 기타 탄수화물과 같은 발효 식물 전분으로 만들어지며, 각종 식기와 포장재의 플라스틱 대용품으로 자주 사용되는 폴리락트산 또는 폴리락타이드를 말한다.
우리는 흔히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친환경 소재로 자연에서 분해돼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PLA가 아무 데서나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PLA가 분해되기 위해서는 60도의 고온에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산업적인 퇴비화 시설에서나 분해가 가능하다. 바다나 산, 강 등에 버려진다면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나 다름이 없이 분해가 어렵다. 하지만 현재 대만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막대한 양의 PLA 제품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쓰레기 대부분이 소각되며, 매립된다 해도 PLA가 분해되기 위한 특정 온도와 습도의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
PLA는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주로 페트병으로 만들어짐)와 외관이 비슷하기 때문에 분류도 어렵고, 둘이 섞이면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2021년 3월,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관련 기자회견에서 소비자들이 외관만으로는 일반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구분하기 어렵고, 현재 대만 내에서 재활용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현실을 지적했다.
소재가 바꿔도 1회용은 1회용! 중요한 것은 '재사용'이다 2018년 초, 유럽의회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그린피스 역시 1회용을 대체할 또 다른 1회용품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사용할 것을 요구해왔다.
2021년, 캠페인의 일환으로 그린피스 타이베이 사무소는 PLA 컵과 빨대, 접시 등이 흙과 바닷물 등 자연환경을 재현한 환경에서 분해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60일 동안 관찰한 결과 PLA 제품은 분해되지 않고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실험은 PLA가 결코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업계와 대중에게 확실히 보여줬다.
▲독일 페스트푸드점에서 1회용기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
그린피스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 사용 및 환경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에만 전 세계에서 생산된 PLA의 59%가 비닐봉지, 식품 용기, 컵, 화장품 포장재로 사용됐고 제조 과정에서 가소제(플라스틱에 첨가해 고온에서 성형가공을 용이하게 하는 유기물질)나 기타 화학물질이 첨가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다른 물질이 첨가되면 재활용이 불가능해진다. PLA 사용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다.
그린피스는 '재사용'을 기반한 정책을 만들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심각한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려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해서 사용되는 1회용 플라스틱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며, '안전하고 환경 친환경적'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쓰레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친환경이 될 수 없다.
독일 함부르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손님이 가져온 용기에 테이크아웃 음식을 담아 주고 있다. 이런 사회적 행동에는 독일처럼 테이크아웃 음식이나 커피를 판매하는 모든 업소가 소비자에게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새로운 법안이 올 1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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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운동가들이 마카티시에 위치한 네슬레의 필리핀 본사앞에서 필리핀의 플라스틱 오염을 조장한 네슬레의 책임을 강조하는 배너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네슬레는 2018년 전 세계에서 진행된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활동 및 브랜드오딧 결과 최악의 플라스틱 오염 유발 기업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재사용이 대세라는 호소가 통하고 있다. EU는 2022년 포장법을 개정하고, 2030년까지 일정 비율의 제품(예: 주류 10%, 비알코올 음료 20%, 레스토랑 및 커피숍 10%)에 재사용 용기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2023년부터 모든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1회용 용기 사용이 금지되며, 맥도날드는 감자튀김 상자와 컵, 햄버거 상자를 재사용 가능한 용기로 교체해 연간 약 1만 톤의 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린피스의 꾸준한 캠페인 덕분에, 대만에서도 환경보호청이 2022년까지 슈퍼마켓과 패스트푸드점의 최소 5%가 재사용 컵을 제공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타이베이시는 2022년 12월부터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금지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서도 재사용 컵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재사용 용기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 변화의 흐름은 멈출 수 없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이 재사용을 기반으로 하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민들과 함께 변화를 이끌 것.
국내에서는 스타벅스는 환경부 1회용 재활용 정책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고객들에게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그외 동원그룹, 신세계그룹, 패밀리마트, 농심, 네슬레 등 식품유통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1회용기 제공과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다.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2024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겠다고 결정 내렸다.
이처럼 강력한 국제 협약이 체결된다면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시작될 수 있다. 한국 정부 역시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적극적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그린피스와 함께 요구해달라고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