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지구의 생명선: 코스타리카의 비명과 에스트레마두라의 침묵

고용철 기자 / 2026-03-04 14:21:19
인간의 개발이 초래한 야생동물의 수난… 보호 정책의 실효성 논란 속 생물다양성 위기 고조


(C) ecoticias.com


2026년 3월 3일,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을 맞아 지구촌 곳곳에서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전 세계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불리는 코스타리카의 야생동물 구호 실태와 스페인 에스트레마두라 지역의 멸종위기종 복원 계획을 둘러싼 갈등을 집중 조명한다.

 
코스타리카의 야생동물 구조 현장은 오늘날 인류의 개발이 자연에 남긴 흉터와 같다. 최근 ‘레스크테 야생동물 구조 센터(Rescate Wildlife Rescue Center)’에 입원한 어린 나무늘보 ‘산티’의 사례는 그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스타리카의 국가 상징이기도 한 나무늘보 산티는 전신에 참혹한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다. 울창한 밀림 대신 설치된 전선에 감전된 결과다.

현재 코스타리카 내에서 야생동물만을 전담하는 유일한 병원인 이곳에는 매년 약 3,000마리의 부상 동물이 몰려들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곳에 입급되는 동물들의 상태는 인류가 생물다양성에 가하는 물리적 압박의 '잔혹한 온도계'와 같다.

인위적 사고와 불법 포획의 굴레 이 센터의 수의사 이사벨 하그나우어(Isabel Hagnauer)는 현재의 위기가 단순히 병원 시설의 부족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녀는 "가장 큰 문제는 입원 원인의 대부분이 ‘인위적 요인(Antropogénicas)’, 즉 인간 활동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에 따르면 구조되는 동물의 주된 부상 원인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감전 사고: 서식지를 가로지르는 무분별한 전선망 설치.
로드킬: 도로 확장으로 인한 이동 경로 차단 및 차량 충돌.
불법 사육: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삼으려는 인간의 이기심.

코스타리카 정부가 보호를 위해 동물원을 폐쇄하는 등 진보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개발의 이면에 가려진 야생동물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대서양 건너 스페인의 에스트레마두라 지역에서도 생태계 붕괴를 경고하는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3월 3일, 국제 조류 관광 박람회(FIO 2026)가 열린 현장에서는 화려한 축제 분위기 대신 환경 운동가들의 침묵시위가 벌어졌다.

환경단체 ‘에콜로히스타스 엔 악시온(Ecologistas en Acción)’은 에스트레마두라 자치정부가 멸종위기종 복원 계획을 고의적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과거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잿빛개구리매, 느시, 작은느시 등이 이제는 멸종의 기로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25년째 제자리걸음인 보호 구역 에스트레마두라는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생태 보전 지역으로, 몬프라구에 국립공원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지역 당국이 2001년 제정된 ‘지역 멸종위기종 목록’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질적으로 갱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단체는 "정부가 에너지 및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강행하기 위해 환경 규제 도구인 복원 계획 승인을 차단하고 있다"며, "행정적 결단 없는 보호 선언은 종잇조각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최근 이 지역에서는 에너지 자원 추출을 위한 개발 압력이 거세지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급격히 파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타리카의 감전된 나무늘보와 에스트레마두라의 사라진 조류는 결코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구호 아래 자행되는 환경 파괴의 공통된 결과물이다.

전문가들은 생물다양성의 상실이 단순한 생태적 문제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기억을 훼손한다고 경고한다. 에스트레마두라의 시위 현장에 등장한 "야생동물은 축제의 소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유산이다"라는 구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단순히 동물을 구조하는 단계를 넘어, 서식지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를 강화하고 인간의 활동 영역과 야생의 경계를 재설정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자연이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을 때, 그 다음 차례는 인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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