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닌 국립공원 "안데스의 보물 피뉼을 지켜라"... 무단 채취 엄정 대응

고용철 기자 / 2026-03-04 14:33:58
안데스 파타고니아 숲의 핵심 자원인 아라우카리아의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고,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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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라닌 국립공원(Parque Nacional Lanín) 관리청은 최근 보호구역 내 '아라우카리아(Araucaria araucana)' 씨앗인 피뉼(Piñón)의 무단 채취를 엄격히 금지한다고 발표하며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조치는 안데스 파타고니아 숲의 생태적 핵심이자 지역의 문화적 상징인 아라우카리아 개체군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파타고니아 소나무'로도 불리는 아라우카리아는 남반구의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릴 만큼 유구한 역사를 지닌 수종이다. 그러나 이 수종은 성장이 매우 느리고 매년 일정하게 열매를 맺지 않는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공원 측 관계자는 "아라우카리아는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야 비로소 씨앗을 맺기 시작하며, 그마저도 결실의 주기가 불규칙해 자연 발아율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지면에 떨어진 피뉼을 무분별하게 수거하는 행위는 숲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와 재생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피뉼은 단순히 나무의 번식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가을과 겨울철, 먹이가 부족해지는 시기에 안데스 고유의 조류와 포유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에너지원'이다.

특히 숲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은 피뉼을 섭취한 뒤 이동하며 씨앗을 배설하거나 땅속에 저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씨앗이 확산되는 '종자 산포'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인간이 식용이나 상업적 목적으로 씨앗을 가져가는 행위는 동물들의 먹이 사슬을 파괴함과 동시에 숲의 확장을 가로막는 이중의 피해를 주는 셈이다.

라닌 국립공원은 현행법에 따라 보호구역 내 모든 천연자원의 무단 채취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허가받지 않은 자원 추출 행위는 국립공원의 설립 목적과 보존 목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하며, 적발 시 강력한 법적 제재와 벌금이 부과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아라우카리아는 단순한 식물을 넘어 지역 원주민과 공동체에 깊은 영적·문화적 상징성을 지닌다. 공원 관리청은 "법적 규제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유산인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게 온전한 생태계를 물려주기 위한 약속"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기후 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인해 안데스 파타고니아 숲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피뉼 채취 금지' 조치는 생태계의 미세한 균형을 회복하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인간의 권리보다,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고 번성할 수 있는 '휴식의 권리'가 우선시되어야 할 시점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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