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의 숨은 구원자 '해초(Seagrass)', 2026년 세계 해초의 날을 맞이하다

고용철 기자 / 2026-03-02 14:52:04
바다의 허파이자 탄소 흡수원인 해초지, 전 세계적 보호 대책 시급 연간 수십억 달러 가치의 생태계 서비스 제공… 인간의 간섭으로 멸종 위기 직면

(C) The Ocean Foundation


매년 3월 1일은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해초의 날(World Seagrass Day)'이다. 2026년을 맞이한 올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이상 기후가 가속화됨에 따라 바다 식물인 해초(Seagrass)의 전략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흔히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Algae)와 혼동되기 쉬운 해초는 사실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며 육지 식물처럼 뿌리, 줄기, 잎이 뚜렷한 고등 식물이다.

탄소 포집의 명수, '블루카본'의 핵심축
해초지가 지구 표면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해양의 0.1% 미만에 불과하지만, 해양 탄소 흡수원인 '블루카본(Blue Carbon)'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해초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이를 뿌리와 주변 퇴적물에 고정시킨다. 놀라운 점은 해초지의 단위 면적당 탄소 저장 능력이 열대 우림보다 최대 35배 이상 높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중해의 상징적 종인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Posidonia oceanica)'는 수천 년 동안 탄소를 축적해 온 '천연 탄소 저장고'로 불린다. 이러한 해초지는 해류의 속도를 늦춰 퇴적물을 안정화하고, 강력한 파도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하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며 연안 침식을 방지한다.

바다의 요람, 생물 다양성의 보고
해초지는 수많은 해양 생물의 산란장이자 치어들의 은신처다. 이곳은 상업적으로 중요한 어종을 포함해 해마, 거북, 듀공 등 멸종 위기종에게 필수적인 서식처를 제공한다. 경제적 가치 또한 막대하다. 세계적인 연구에 따르면 해초지가 제공하는 어업 지원, 수질 정화, 관광 자원 등의 생태계 서비스 가치는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연안 공동체의 생계와 직결된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위기와 보전의 필요성
이처럼 막대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해초지는 인류의 간섭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매년 축구장 수천 개 면적의 해초지가 사라지고 있으며, 그 주요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꼽힌다.

해안 개발 및 건설: 무분별한 간척 사업과 항만 건설로 인한 서식지 파괴.
해양 오염: 육상에서 유입되는 폐수와 비료 성분이 부영양화를 일으켜 해초의 광합성을 방해.
선박 투묘(Anchoring): 레저용 선박의 닻이 해초 뿌리를 통째로 뽑아내는 물리적 손상.
기후 변화: 해수 온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열 스트레스.

미래를 위한 투자: 국제적 협력과 시민 의식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해초지 복원이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적 투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2026년 세계 해초의 날을 맞아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해양 보호구역(MPA) 설정과 더불어, 인공지능(AI) 및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해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닷속에 존재하기에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혀주는 이 '수중 풀밭'을 지키는 일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구를 지탱하는 해초지의 경이로움을 기억하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약속이 이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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