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사업회 11일 외신기자클럽서 출판기념회
황석영,전용호,이재의 3인 필진 참석, 전두환 회고록 반박
"당시 어느 지역에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저항했을 것"주장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37년전 광주의 아픔이 지금까지도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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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권력이 '광주를 광주시민들을 적으로 본 흔적들'을 말끔하게 바로 잡기 위해 집대성한 책이 새롭게 나오면서 시계추가 움직일지 주목된다.
1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창비 출판사가 마련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전면개정판 출판기념회는 국내외 기자 40여명이 참석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37회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집필진 3인 저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이번 개정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붉은 피로 물든 5월의 민중항쟁 기록집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민주화운동단체 연대기구인 전남사회운동협의회가 항쟁에 참여한 시민, 목격자 200여명의 증언과 보관해온 국내외 자료를 근거로 당시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첫 머리말에 이런 글이 눈에 들어온다. "왜 그들은 유독 '넘어넘어'에 대해 그토록 집착하는 걸일까." 물음에는 황석영 등 공동저자는 독자를 넘어 국민과 전 세계에게 외침을 공개적인 질문과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민들은 늘 사선(死線)에서 주고 받은 대화 구어체처럼 "오늘은 무사했다."라는 말이 귓가에 속삭이던 시절, 37년 전이다. 도저히 미치지 않고서야 군부독재시절 광주의 비극을 책으로 엮을 수 있었다는 건 기적적이였다며. 그것이 1985년 초판은 휏불이 됐고 다시 32년만에 전면개정판으로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황석영, 이재의, 전용호 3인 저자는 "감히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것조차 빛나는 훈장이 아닌, 가문 멸족을 의미하는데 유독 잘 알기에 5.18의 참된 정신은 세월이 갈수록 목말라하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진다는건 고무적이다."고 언급했다.
시민군과 북한군을 구별 못하는 계엄군은 까막눈이 아니였을 터, 그런 시대에 우리는 힘겹게 혹은 매우 운 좋게 살아 남아서, 이런 책들이 또 하나의 역사교과서가 되고 있다는 입장도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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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 나이테에 박힌 나무옹이처럼 차마 광주의 다 못다한 비극의 기록물을 32년만에 재증간한 이유는 여려가지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책은 1987년 읽어서는 안될 금서로 지정됐다.
집필진은 이번 전면개정판과 32년전에 펴낸 같은 제목의 두권을 손에 든 이유에 대해 "역사가 의도적 자위적인 왜곡된 시선을 씻어내기 위함"이라며 "학생들에게 조차 생소한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벗어난 '넘어넘어'의 본질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고 강조했다.
불과 일년 전 프레스센터 회견장에서 보수진영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의 본질을, 전두환 회고록 조차 '북한군 남파설'을 인용 주장한 점, 이번 전면개정판에서 제대로 완전하게 소멸시킬 수 있는 180도 사실만으로 구성했다. 공공저자들은 "이들 (거짓말, 허구의)입술은 이미 갈라질 때로 갈려졌기에 충분한 증거물로 충분하게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이후 5년 동안 광주민주화 항쟁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과 90년 후반에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법적 용어로 쓰이던 시절에도 항쟁이라는 이름이 친숙함은 아직 위로이며 정당성"이라는 정용화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결국 울음을 떠뜨렸다.
전면개정판 주요 내용은 무려 1968건의 피비린내나는 증언이 고스란히 담겨졌다.
정상용 간행위원장은 집필과정도 꺼냈다. 우리들은 첩보작전 하듯이 자료 수집하고 만나는 증인들이 혹시나 발설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 두려움도 나중에 필요없는 고민이었다며 얼마나 출판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1980년대 군부시절을 회상했다.
이번 책은 르포형태로 저술했다. 총 603페이지 분량으로 항쟁 비하인드 스토리를 고스란히 담았다.
당연히 감옥갈 것으로 예상했던 시절, 처음 '넘어넘어'를 출판한 이미 고인(나병식)이 된 풀빛출판사 대표의 희생도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함께 책을 펴낸 이재의, 전용호씨는 "황석영 작가를 마음의 형, 잊을 수 없는 형, 마음 속으로 간직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판은 많은 사실들이 더 많이 알리기 위해서, 아울러 지난 9년 동안 역사왜곡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지경까지 왔다. 이런 왜곡은 국기 권력기관이 개입됐다고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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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저자 이재의씨는 처음 펴냈던 '넘어넘어'를 가지고 나와 이 번 집필에 대한 생각과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오해와 편견으로 힘든 생활을 하다 공직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
저자는 광주청문회도 소개했다. 당시 민정당 의원이 "대한민국 국군을 향해 시민이 총을 든 건 반역아니냐." 묻자. 질의한 의원께서 "당시 광주에 있었다면 당신도 똑같이 총을 들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상을 초월한 민초들의 생각은 이번 촛불광장을 보면서 이제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치 광주에서만이냐,"며 질문에 되묻고 "당시 어느 지역에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저항했을 것이다."고 거듭 밝혔다.
광주만이 아니였기에 역사은 여전해 더 이상 훼손할 수 없어 개정판을 출간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정상용 위원장은 "아직까지 찾지 못한 행불자 60여명은 모두 암매장 됐을 것으로 추측한다."며 "지금까지 공수부대원들은 입을 열지 않고 있지만 5.18광주민주화의 역사 왜곡은 피해자 가해자 모두가 트라우마로 반복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었다.
황석영 작가는 "전용호, 이재의씨는 당시 전남대 학생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죽은 청년들의 이름으로, 팔자가 사나운(?) 운명 덕분에 다른 길로 가지 않고 황석영 문학을 이어오질 않았나 생각한다."며 지난 10년 동안 광주 해남에서 산 이유도 빗대서 설명했다.
그는 '살아남은 자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1985년쯤 전남지역 중심으로 대표 기록자 황석영 작가 이름을 내걸고 책을 엮었다며 "당시의 참상은 전통성 없는 권력의 사병이였으며 국민의 군대가 아니였기에 일어난 비극"이라면서 "최근 미국측 정보공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처럼 시민군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돕고 싸우면 시민 공동체가 됐고 이를 다루다보니 13년간 글을 쓰지 못하고 외지인으로 살아왔다."고 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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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용 간행위원장 |
이재의 씨는 첫 출판당시를 회상하면서 결혼을 앞두고 집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많은 사람들이 잡혀가기도 하고 감옥에 가는 일이 있었다. 책이 나오기 까지 역사에 묻혀버릴까봐 두려움이 있었다. 어떤 각도에서 역사의 진실을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논의했다."면서 5개월 동안 밀도있게 자료 정리했다고 전했다.
군부는 초판이 나올 때 흔들어야 한다는 여론과 인식공격도 서슴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 사람들은 광주를, 광주사람들을 적(폭도)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는 나중에 밝혀진 것처럼(보안사 자료), 공수대원들은 철저하게 교육을 통해 광주를 학살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면개정판은 가해자들이 어떤 작전으로 학살을 했는지 재조명과 왜곡의 원천을 뿌리 뽑는데 집필에 집중했다.
정상용 위원장은 전두환씨 회고록에 대해서 "매우 잘나왔다."고 말했다. 가해자(학살자)는 단 한번도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고 뻔뻔스러움이 오히려 슬프다는 생각만 들어 군인출신이 군인 답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전두환 회고록에는 '생일집 잔치' 작전명으로 자신의 악행을 합리화한 점도 이번 책은 추가로 반박했다며, 끝맺음에서 황석영 작가는 해외출판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전면개정판은 32년전 책보다 방대한 자료들이 함축돼 있다. 이 가운데는 월남전에 썼던 계엄군들이 화염방사기로 시민군에게 사용했다는 점은 당시 증언들이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집단 발포 명령자는 아직도 침묵하고 있는 시점에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아픔이다고 창비출판사의 설명이다.
한편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은 첫 공식 행사가 될 2017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