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마장 말관리사 2명 의문의 죽음, 공공노조 단신돌입
한국마사회 직접고용 난색 표명 '현행법 위반' 마주 권한
[환경데일리 한영익 기자]한국마사회 소속 비정규직 말관리사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들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람 대접은 커녕 죽음으로 내몬 마사회는 진상조사는 물론 말관리사에 대한 처우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가족에 따르면 5월 27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한국마사회 부산경마장)에서 마필관리사, 엇그제 부산경마장 소속 마필관리사가 또 자살했다.
이들을 자살로 내몬 이유는 마필관리사들은 열악한 근로환경때문이라며 한국마사회 경영진 퇴진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영진 처벌을 촉구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인 박 씨는 유서에는 거친 욕설 한 줄로 남겨져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마사회 마필관리사들 사이에서는 자살한 박 씨는 그래도 '잘 나가는' 마필관리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1호 말 마사지사'였다. 대학시절 물리치료사 자격증과 스포츠 마사지사 자격증을 활용해 외국 경마장에만 있던 '말 마사지'라는 영역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척해 자신만의 분야로 키운 장본인이다.
그러나 마사회에서 말관리사에 대한 처우는 형편이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양정찬 마필관리사노조 부산지부장은 "고인이 자살하기 하루 전날 자신이 관리하는 말이 경주하던 중 앞발을 드는 바람에 성적이 떨어지자 조교사가 고인에게 입에 담지 못할 모멸감이 섞인 욕을 했다."고 주장했다.
말관리사와 조교사의 관계는 소위 '갑과 을',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관리감독하는 곳은 한국마사회 소속 부산 경마장이다.
마사회 본사가 있는 과천 경마장은 말관리사 채용 따로 '협회'가 고용한다. 협회 역시, 마사회 관련된 이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협회는 다양한 사업을 한국마사회를 통해 취하고 있는 구조다.
과천경마장 소속 중견급 말관리사는 "마필관리사는 조교사의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 우리가 아는 이런 불합리한 고용조건때문에 아무리 오래동안 일을 해도 해고는 식은 죽 먹기식으로 조교사에 따라 성과급도 다르고 경우에 따라서 임금도 제대로 못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숨진 박 씨는 5년간 노조 대의원으로 일하며 처우 개선을 위한 노조 활동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마사회 노조비 납부 리스트가 외부로 공개돼 노조탈퇴 압박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갑과 을의 관계가 분명한 마사회측은 노조관계를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내부 분위기에 지난 1년 동안 노조원 250명 가운데 190여명이 노조원에서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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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를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 6월에 미필관리사 노조측과 함께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
지난달 초에 신동근 의원은 마필관리사 고용조건 개선 간담회를 열었고 지난달 16일 민생119팀은 마필관리사 고용조건 개선을 위해 부산경남경마공원을 방문, 중재를 펼쳤다. 중재 결과 마사회측은 마사회가 고용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약속했다.
마사회측은 약속과 달리 고용구조 변경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박씨의 장례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8월 1일 부산경마장 소속 마필관리사 이현준(36)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가 지난 5∼6개월 동안 동료 1명이 병가를 냈을 때 인력 충원이 없어서 혼자서 두 사람 몫을 했다고 폭로했다. 동료의 말에 따르면, 자살한 이씨는 죽기 전까지도 장염으로 말의 경주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말에 오를 때마다 구토하는 일이 반복됐지만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 고용구조는 마주, 조교사, 기수·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고용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사회 측은 "조교와 마필관리사가 소속된 마방은 프로의 한 구단과 같은 성격"이라며 "한 구단 소속 임직원을 각각 다른 주체가 고용하면 구단간 경쟁 체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각종 경마 부정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마사회가 직접고용에 난색을 표명한 대목은 현행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를 직고용하면 조교사에게 파견해야 맞지만, 마필관리사는 개인사업자 밑에 조교사가 고용한 구조를 마사회에 월권행위처럼 고용에 간섭하는 것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과도 성격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지금까지 마사회와 13차례 협상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마사회측은 29일 교섭이 예정됐지만 사전 통보 없이 부산으로 내려가는 등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보였고, 이틀 뒤 최종 교섭 타결일에도 핵심쟁점 교섭을 남겨두고 명예 회복 및 유족보상 교섭을 진행하는 중에 일방적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퇴장했다.
노조는 "한국마사회의 불성실한 교섭태도와 말 바꾸기로 유족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조 집행부는 박배일 수석부위원장, 석병수 투쟁대책위원장, 양정찬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 는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