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민간 소각·매립업계 '사회공헌 재단' 배경

김영민 기자 / 2026-04-06 16:07:59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회장
"더 투명 시민과 함께"…재단 설립 착수
"공공·민간 함께 가야 효율" '실질적 체감'
 "음지의 산업에서 양지의 산업으로"
주민 지원, 환경개선 등 집중 재원 마련

"그동안 저희가 사회공헌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조금 더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민간 소각·매립업계가 6일 국회와 함께 국내 처음으로 '자발적 사회공헌재단 설립 및 기금 조성'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필요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산업'으로 남아 있던 폐기물 처리업계가, 이제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딛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협약식을 마치고 진행된 현장 인터뷰에서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과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장은 이번 협약의 의미를 "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는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형순 이사장은 이번 재단 설립의 배경에 대해, 기존 사회공헌 활동을 보다 체계적이고 공개적인 구조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까지 지역주민 지원이나 사회공헌을 전혀 안 해왔던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재단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사회공헌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이번 협약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업체별로 분산돼 있던 장학사업, 지역 후원, 환경개선 지원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지원의 객관성과 형평성, 지속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업계 안팎에서 제기돼 온 '임의적 지원' 또는 '민원 대응용 지원'이라는 한계를 넘어, 보다 제도화된 책임 구조로 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왼쪽)과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장

"인정받으려면, 우리도 역할 앞장 서겠습니다"
업계 내부는 이번 협약을 단순한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산업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위치를 다시 세우는 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강경진 회장은 "폐기물 업계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우리는 늘 사회와 언론에 '우리 역할을 인정해달라'고만 이야기해 왔지, 정작 그에 걸맞은 역할을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강 회장은 "결국 누구에게든 인정받으려면 우리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오늘 재단 설립이 현실화되면서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남다르고, 업계 입장에서도 상당히 의미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자원순환과 폐기물 처리라는 사회 필수 기능을 수행하는 산업으로서 공적 책임을 보다 분명히 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공공 소각장 늘어나도, 민간 역할은 계속된다"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

이날 인터뷰에서 최근 폐기물 정책 현안인 공공 소각장 확대 문제에 대한 업계 입장도 나왔다.

김 이사장은 "공공 소각장 설치 여부는 기본적으로 저희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공공 소각장이 활성화되고 현안이 해결된다면 그 흐름에 동조할 수밖에 없고, 기술적으로도 협력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공 인프라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처럼 민간이 공공 소각장을 대신하는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 역시 "폐기물 처리 분야는 공공만 또는 민간만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가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가장 효율적"이라며 "생활폐기물 처리 역시 최근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입찰이나 지역 수요에 따라 민간이 상당 부분 처리해온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직매립 금지 이후 공공 소각장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당장 처리 공백을 메우는 데 있어 민간 역할 역시 불가피하다는 업계의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기금 규모·운영 방식 아직 논의 중"
업계는 재단 설립 자체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다지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김형순 공제조합 이사장은 "재단 명칭은 어느 정도 정해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각 사가 기금을 어떻게 출연할지 등은 아직 협의 중"이라며 "오늘 당장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금 규모와 관련해선 강 회장은 "기존에 각 업체가 해오던 사회공헌 규모와, 앞으로 추가로 조성할 수 있는 재원을 구분해 통합해 나갈 계획"'이라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를 모으느냐보다, 모은 기금을 어떻게 잘 쓰느냐"라고 강조했다.

재단 설립의 성패가 '기금 총액'보다 '운영의 신뢰성'과 '사업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전 국민보단 우선 지역 중심…주민 체감형 현실화"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장

기금 활용 범위에 대해 '전 국민 대상'보다는 우선 시설 인근 지역과 주민 중심의 지원이 현실적이라는 입장도 나왔다.

김 이사장은 "현실적으로 저희가 조성할 수 있는 재원 규모를 고려하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 각 업체가 지역별로 해오던 지원을 조금 더 모으고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단의 방향성은 '지역이 감내해온 부담에 대한 보다 직접적이고 체감 가능한 지원'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정책적으로도 이는 지역자원시설세처럼 간접적 보상보다, 주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흐름과 맞물린다.

"법안 논란, 이번엔 정리됐으면"…정치권에도 메시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정치권과의 관계가 보다 생산적으로 정리되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경진 회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업계에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취지의 법안들이 계속 나왔다가 없어지고, 또 생겼다가 없어지는 과정이 반복됐다."며 "정치권은 주민 민원 때문에 발의하고, 업계는 그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비효율적 소모전이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그런 논란들이 보다 정리됐으면 좋겠다."며 "이제는 업계도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만큼,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업계 부담을 줄여달라는 요구라기보다, 갈등과 규제 중심의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제도화된 상생 모델로 논의를 전환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재단은 만들기보다 잘 만드는 게 중요"
재단 출범 시점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도 보였다. 업계는 연내 준비를 거쳐 내년 중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속도'보다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재단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만드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체 하나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잘못 만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의 성패는 선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어떤 구조와 내용으로 재단이 출범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김 이사장은 업계의 오랜 현실을 짧지만 인상적인 표현으로 정리했다.

그는 "저희 업계가 늘 음지에서 일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협약식을 통해 폐기물 처리업계 역시 국가 산업과 환경을 떠받치는 기반산업의 하나로서, 양지로 올라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이번 협약이 갖는 본질을 압축한다.

폐기물 처리업계가 더 이상 '필요하지만 불편한 산업'에 머물지 않고, 자원순환과 환경안전, 지역상생을 함께 책임지는 사회적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제 그 시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환경데일리 =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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