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비상사태,비폭력 시민불복종 환경운동 전세계적 확산
여전히 기후위기의 주범인 재벌 위한 구조 존속 우선 비판
[환경데일리 추진호 탐사보도 기자]지난주 시민들이 국회 정문에 자신의 목을 쇠사슬을 칭칭 감았다.
이들의 행동 목적은 '2025 탄소중립' 호소하는 시위를 위한 퍼포먼스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여자 1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탄소중립, 넷제로'는 온실가스 제거량과 배출량이 상쇄돼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뜻한다.
멸종반란은 이날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공청회'가 열린 국회 앞에서 "2050 탄소중립은 무책임한 기후위기 대응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2025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즉각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비대면 형식으로 열린 공청회장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대담을 요구하며 "2050년 탄소중립 공청회를 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와 만나 2025년 탄소중립을 논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멸종반란은 "2050년 탄소중립은 불확실하고 기득권의 시각에서 보수적으로 세워진 목표"라며 "지금 당장 급진적 탄소 감축에 나서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국회와 정부를 향해 "여전히 기후위기의 주범인 재벌을 살리기 위한 경제성장과 고탄소 산업, 에너지 구조의 존속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당장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치권의 직무유기를 규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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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멸종반란한국 활동가들이 목을 묶은 자전거 자물쇠(유락)을 절단기로 끊고 있다. |
또 "전 지구 기온 상승 1.5도까지 7년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급진적 탄소 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구 평균기온 1.5도 억제는 2015년 12월 전 세계 200여 국가가 참여한 파리기후협정에서 채택된 목표다. 파리협정 참가국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아래로 유지하되, 1.5도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고 합의했다. 1.5도는 기후 비상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설정된 수치다.
하지만 협정 체결 당사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UN 국제기구 IPCC(기후위기에관한정부간협의체)는 이대로 가다가는 1.5도 마지노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멸종반란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것은 불확실한 탄소 제거 조치를 전제로 하고 있다."라며 "더구나 영구동토층 해빙으로 인한 메탄 유출, 대규모 산불 등 예측하지 못 했던 온실가스 추가 발생 요인은 고려되지 않은 계산식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후 정책 수립을 위해 사회적 취약계층이 주도하는 시민의회 혹은 국가에너지전환위원회를 설립하라고 요구했다. 기후위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청년, 여성, 노동자, 농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정책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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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반란한국이 19일 오전 국회 정문에 목을 묶고 ‘2025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시위에 참가한 김형진 씨는 "기후위기가 단순히 국지적인 환경문제가 아니라, 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다. 2050년처럼 요원한 시점이 아닌 즉각 대응을 바라 시위에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처럼, 정부가 나서고 온 사회가 협력해 기후위기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시위 참가자 문성웅 씨는 시위 참여 이유를 "지난 장마와 이번 코로나19가 사회적 취약계층에 더 잔혹했다."며 "마찬가지로 우리는 기후위기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 심화하는 현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를 고발하려고 나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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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반란 로고. 멸종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원 안에 있는 모래시계를 로고로 삼고 있다 |
해외 반응은 냉소적이다.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언론 <클라이밋홈>은 기후행동추적(CAT)의 분석을 토대로 한국을 '세계 4대 기후 악당'국가로 지목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가파르고, 국책은행이 석탄 산업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의 기후위기대응지수(CCPI)가 61개국 중 58위라고 발표했다.
멸종반란한국은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는 네트워크다. 비폭력 시민 불복종 환경운동은 '멸종반란(Extinction Rebellion·XR)'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2019년 10월에 27개국 60개 도시에서 멸종반란에 참여한 시민들이 도로와 교량, 광장을 점거해 기능을 마비시키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