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많단 이유로 공단 게시판까지 폐쇄 정부 3.0 무색
반올림측, 공단의 비윤리적인 조직화, 삼성2중대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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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환경데일리 |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반도체 노동자였던 고 이은주의 난소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했다.
고인은 만 17세에 입사 6년간 금선연결 공정 오퍼레이터로 일했다. 고인은 건강이상으로 퇴사한지 1년 만에 난소암 진단을 받았고 무려 12년간의 고통스러운 투병 끝에 36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법원은 고인이 이례적으로 이른 나이에 난소암에 걸렸고, 개인적 요인은 찾아 볼 수 없으며, 업무 중 접착제, 납, 세척제 등의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 된 점, 주야간 교대근무를 오래한 점 등에 근거 난소암의 업무관련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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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은주님 부친, 딸의 죽음이 억울함을 넘어 고통으로 다가온 다며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의 태도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분노를 폭발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 환경데일리 |
그런데 법원의 판결 소식을 듣고 사고 후 처음으로 상경 채비를 했다. 이유는 근로복지공단을 직접 찾아 항소는 말아달라는 호소하기 위해서다. 공단은 끝내 아버지를 만나주지 않아 발길을 돌리게 했다.
급기야 18일, 근로복지공단은 항소장을 제출했다. 유족들을 또 다시 기약없는 법정 투쟁으로 내몬 것.
반올림과 유가족은 "억장이 무너질 심정이다. 법도 무기력하게 한 공단이 과연 대한민국 산재 근로자에게 필요한 조직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이번 항소는 대단히 무책임한 행동이다"고 꼬집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공단의 재해조사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고인이 취급하는 화학물질을 잘못 파악하고, 유족 측 전문가가 주장하는 유해요인들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으며, 자체적인 작업환경 측정 조차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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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반올림 © 환경데일리 |
반올림측은 "공단은 유족들에게 항소장을 내밀 것이 아니라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럼에도 공단은 다시한번 고인의 질병이 공장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설령 자신들의 조사 잘못으로 인해 고인의 업무환경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고인의 유족들에게는 산재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태도다.
공단의 이번 항소는 다시 한번 산업재해보상 제도의 취지를 무시한 것.
법원은 이미 여러차례 산재법상의 업무관련성이란 규범적 판단 대상이라는 점을 명백히 판시 해왔다. 그 제도의 취지, 재해당사자가 처한 상황, 재해조사와 관련된 여러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재보상제도의 적용범위를 법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단은 질병과 업무 간의 과학적 인과관계에 집착해 왔다. 그 때문에 수많은 직업병 피해자들이 이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채 치료비와 생계비 부담을 스스로 떠안아야 했다. 고인의 유족들에 대한 공단의 최초 불승인 처분도 그러한 잘못된 집착에 기인했던 것이다.
다행히 법원이 이를 바로 잡았으나, 공단은 그 판결에 조차 불복했다. 오랜 시간 협소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재해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해 온 것에 대한 반성을 전혀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직업병 피해자들은 산재인정을 받기 까지 아주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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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반올림 © 환경데일리 |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인 고 황유미 님의 유족들은 산재신청을 한지 7년 3개월만에 최종 산재인정을 받았다. 그 중 3년 2개월(항소심 재판 기간)은 근로복지공단의 항소에 따른 것이었다. 공단은 다른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뇌종양 사건에서도 무책임한 항소를 거듭했었다.
고 이은주 님의 유족들도 산재신청을 한지 9개월 만에 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그로부터 다시 3년여 만에 산재인정 판결을 받았다. 이번 공단의 항소로 인해 유족들은 더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한다. 직업병 피해가족들은 기약없는 또 다시 시작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처참한 처지에 놓여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성명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규탄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제라도 항소를 철회하고 유족 앞에 사과하라"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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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자신들이 운영하는 고객소통마당 자유게시판을 폐쇄조치했다. 이유인즉 최근 정책비방, 욕설, 상업적인 광고 등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들이 빈번하게 올라와 부득이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올림측은 국내 산재로 고통받은 근로자만 매년 수천여명이 달한다. 이들의 법적 보호장치의 마지막 수단인 근로복지공단인데 이들이 이런 핑계로 고의적으로 폐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단은 사실상 대기업의 편이지 근로자의 동지가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 환경데일리 |
서영섭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는 최근 반올림측과 유가족들이 노숙집회를 하는 서울 서초구 강남역 8번 출구 삼성사옥 앞에서 138일차 이어말하기 대회를 통해 "유럽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엄격히 함. 한국정부는 기업의 책임을 규제하는 시스템이 없다."면서 "삼성이 노동자의 생명을 소모품으로 여긴다. 안타까워하고 사과해야 하는데, 죽어도 개의치 않는다. 대체할 사람이 많다고 보는 게 부도덕한 자본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한편, 삼성강남사옥 앞에서는 150일 가깝게 노숙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