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기반 소비자 정보 제공 체계 확립 주목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조리흄서 발생 확인
'가스레인지 사용이 폐암과 치매를 유발한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내보낸 전기레인지 업체가 공정위로부터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시정 조치를 받게 됐다.
이번 전기레인지 업계를 향한 부당 광고 행위는 정부의 처음으로 내린 공식 제재다.
공정위는 최근 전기레인지 수입·판매업체 B사에 대해 "가스레인지 사용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내용의 허위·과장 광고를 게재한 혐의로 시정 조치를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B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독일에서는 1987년부터 가정 내 가스레인지 사용 금지 ▲주부 폐암 환자 90%는 비흡연자로, 가스 사용이 원인 ▲가스 점화 시 불완전 연소로 일산화탄소 발생 ▲ 가스레인지 사용 시 미세먼지 발생 등 문구를 게재해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했다.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는 해당 광고가 객관적 근거 없이 가스레인지의 안전성을 훼손했다며 공정위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조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광고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업체 측은 제시하지 못해 허위·과장 광고로 최종 판단됐다. 공정위는 B사에 시정명령을 통보했고, 업체는 즉시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한국도시가스협회, 한국가스공사,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는 "가스레인지 비방과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는 부당한 홍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공정위 신고를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기관은 2018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함께 '주방 조리 시 유해물질 검증' 용역을 수행한 바, 연구 결과 가스·전기레인지 모두 유해물질은 조리기기 자체가 아닌 음식 재료의 조리 과정(조리흄)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2016년 보도자료에서 "가정 내 조리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요리재료의 연소과정에서 생기며, 조리기구 종류와는 무관하다."며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해외 논쟁이나 일부 연구 결과를 단편적으로 인용해 소비자 불안을 조성하는 행태는 명백한 허위광고"라며 "가스든 전기든 환기와 조리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광고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 산업 간의 공정경쟁 질서 확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공정위의 이번 시정조치는 전기레인지 업계의 '가스 비방 광고'에 제동을 건 첫 사례로 앞으로 에너지 기기 간 허위·과장 경쟁을 근절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소비자 정보 제공 체계 확립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근 유튜브 채널 의사친(의사사람친구)이 "가스레인지가 암·치매를 유발한다"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내면서 관련 논의가 확산됐다.
방송은 미국에서 가스레인지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일산화탄소 배출 및 폐암 위험 가능성이 언급됐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거나 과도하게 일반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일부 지방정부가 시행한 '천연가스 배관 금지 조례'는 탄소중립 및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가스레인지의 위해성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가스레인지는 스파크 점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파일럿 라이트 방식의 구형 미국 제품과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약 5.4ppm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87ppm)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폐암 등 건강영향은 조리기기보다는 음식물 조리 중 발생하는 연기와 미세입자가 주요 원인으로 보고된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