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다변화 에너지 효율성 '주거용 ESS 규제 완화 뿐'

김영민 기자 / 2017-04-20 16:53:25
한국경제연구원, 주택 ESS 시장 진입규제 완화 연구 발표
국내 전력 판매시장 한전 독점 민간 업자 시장진입 어려워
전력 소매판매 시장 민간 진입 금지 개정안 '국회서 낮잠'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정부와 민관이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공공기관 등에 전기자동차를 추가로 할당하면서 전기차 보급에 불을 당기고 했다.

이와 반대로 개인 주택용 전기자동차를 타거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주거전용 에너지저장장치 보급도 함께 이뤄져야 균형이 맞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거용, 소규모 상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키우려면 전력 소매판매 시장에 민간기업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화에너지는 오이타 키츠키 지역에 24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 2015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고, 시코쿠 도쿠시마
 및 홋카이도 쿠시로 지역의 상업운영 중인 발전소(7MW)를 인수했다. 총 53MW규모의 신규 태양광발전사업을 개발하고 있다.터키에서도 42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해,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네비건트 리서치가 밝힌 전 세계 ESS 시장 규모 전망을 내놨다.

2016년 2271MWh, 올해는 4256MWh, 2018년 6927MWh, 2019년 9880MWh, 2020년은 무려 10배로 급팽창 1만4814MWh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ESS 시장도 만만치 않다. 전년 대비 약 50% 성장한 4.3GWh규모다. 2020년 14.8GWh로 연평균 60% 가량 급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B3는 2015년 세계 ESS시장 자료에서 삼성SDI가 세계 시장 점유율 18%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 B&I 개념도, 전기자동차 생산과 보급이 활기를 띄면서 배터리 시장은 같은 행보를 걸을 것으로 내다보이고 있다. 

20일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재미있는 연구자료를 내놨다.

보고서는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에서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 사례 및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자료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대규모 ESS 활용에 있어서는 선두국에 속하지만 반대로 앞으로 유망 분야인 주거용, 소규모 상업용 ESS 활용도는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석보고서 배경에는 국내 유수한 ESS 기술력이 탄탄한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아직도 민간 보급용 ESS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독일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ESS의 누적 설치 용량(양수발전 제외)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4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화학적 배터리 설치 용량을 기준으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58개 ESS 프로젝트 중 설치용량이 200kW이하인 가정용·상업용은 8개로 13.8%에 불과했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독일은 각각 49.9%, 40.4%에 달했다.

▲삼성SDI가 지난달 전시한 ESS 신제품은 고용량 ESS ‘E2’ 모델과 고출력 ESS ‘P3’ 모델, 두 제품 모두 에너지 밀도를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E2 모델은 설계 차별화를 통해 컨테이너 내 셀 적재량을 늘린 고용량 ESS 제품이다. 삼성SDI는 모듈 설계와 랙 배치 기술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ESS 컨테이너 내부 공간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밝혔다. 
 

송용주 한경연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ESS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소규모 전력소비자의 경우 ESS를 활용한 수익 창출 방안도 마땅치 않아 주로 대규모 민간 사업장이나 전력공기업에서만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가정이나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ESS 활용도를 높이려면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설비에 ESS를 연계해 설치하면 잉여 전력을 ESS에 저장해 비상시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어 장기간 사용하면 설치비 대비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더 큰 장애요소는 한전이 독점으로 전력시장을 쥐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민간 중개업자의 시장진입은 언감생심, 사실상 전력시장에서 개인이 전력 판매로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덩달아 높은 장벽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통신은 물론 건설, 금융 등과 융합한 신규 서비스 도입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ESS의 가장 적합한 뛰어난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췄다."면서 "현재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우리 제품에 대한 높은 신뢰에 더불어 ESS의 다종화하는데 힘써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넘어 향후 글로벌 Top 3 배터리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용주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의 핵심 키워드와 관련 "시장 발전 가능성이 큰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도 주거용·소규모 사업장에서의 ESS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해외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앞선 독일은 이미 전력 소매판매 시장에 민간 기업 진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다.

독일 국민들이 자가발전으로 소규모 전력 중개 사업자를 통한 전력 거래가 매전할 수 있을 만큼 활발하게 이뤄지고 ESS 사용량도 점점 늘고 있다.

녹색당 이유진 정책위원장은 "지난달에 열렸던 세계 녹색당대회에서 독일 현지를 찾았을 때 또 하나의 생활속의 발견, 친환경 에너지 확산이 너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제자리라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독일은 주거용 태양광 설비를 신규 설치할 때 ESS와 연계해 설치한 비중이 2014년 14%에서 2015년 41%로 3배가량 늘었다.

또 일조량이 많은 5월에서 9월까지는 전력의 대부분을 태양광과 ESS가 연계되도록 시스템을 갖춰 조달하는 등 ESS 활용을 통한 요금 절감효과도 누리고 있다.

송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독일은 현재 민간 판매기업 1000여개를 통해 소규모 전력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1998년 전력 발전 판매 사업에 민간 기업 진입을 허용하는 등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 성장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2012년 주거용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자가소비 할 경우, ESS에 전기를 저장하려면 1kWh당 0.4~0.6유로(EUR)의 비용이 소요됐으나 2014년 1kWh당 0.16~0.30유로(EUR)로 비용을 줄었다.

송 연구원은 "우리도 독일처럼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에너지 프로슈머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정부에서 발의됐으나 전력 소매판매 시장의 민간 진입을 금지하는 개정안과 충돌하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시작될 예정이었던 소규모 전력중개 시범사업은 사업자만 모집한 채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KT,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이든스토리, 벽산파워, 탑솔라 등 6개 기업이 전력거래소와 MOU를 체결하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화에너지는 국회에서 하루 속히 개정안에 대해 국내 에너지 시장의 다변화로 저비용 고효율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민간에서 전력을 사고 파는데 크게 도움이 될 에너지저장장치는 반드시 활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에너지저장장치(ESS : Energy Storage System)은 전력 생산량이 많거나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전기를 배터리 등 저장장치에 저장했다가 사용량이 많은 시간 또는 비상시에 공급해 에너지 효율과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설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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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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