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년 8개월간 층간소음 컨설팅단 상담 1694건
국토부, 환경부 각각 층간소음 분쟁 해소 성과는 미미
LH공사 임대아파트 최근 지은 아파트 층간소음 무방비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한영익 기자]"입주자 여러분, 밤 10시 이후에는 설거지 등 하지 마시고 주민들을 배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수도권 지역 한 임대아파트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주민들에게 알리는 방송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방송을 들어야 하는 입주민들은 허탈과 분노, 취약계층들만 모여 산다는 자괴감으로 빨리 이사를 가고 싶어 하는 거주자들이 늘고 있다.
어찌된 일 일까. 본지는 지난 3개월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발주해 신축한 경기도 고양시 원흥, 삼송지구, 서울시 은평구 구파발 지역, 노원구 공릉동, 강동구 둔촌동과 강서구 임대아파트 단지를 돌며 관리사무소, 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층간소음에 대한 조사를 펼쳤다.
![]() |
▲서울시가 밝힌 층간소음 발생 분석표, 가을에서 겨울과 초봄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
그 결과, 이들이 가장 불만을 가진 생활소음중 윗층과 아랫층간, 층간소음 및 옆집과의 벽체소음 다툼으로 갈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50여명을 만난 주민들과 LH공사 영구임대, 국민임대 아파트 거주민들은 아이들이 뛰거나, 어른들이 걷거나 실내 운동을 할 때 발생되는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싸우거나, 분쟁조정을 하는 숫자가 전체의 55.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음의 종류도 다양했다. 벽면에 망치질, 가구를 끌거나 현관문 개폐로 인한 소리, 복도를 걷는 소리, 도구를 이용한 바닥청소시 벽에 부딪치는 소리, 휴대폰이나 기타 물건을 바닥을 떨어뜨릴때, 심지어 휴대폰을 바닥에 놓고 전화 진동소리가 아랫층에 전달되는 경우 9.1%이며, 악기, 운동기구, 가전제품 소리 6.5%, 애완동물이 짖는 소리 4.7% 순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다. 화장실에서 피운 담배연기가 윗집 화장실로 그대로 유입돼, 불편 호소를 위한 안내방송은 단골메뉴가 됐다.
이들 주민들은 "생활소음도 내지 말라는 어처구니 없는 방송멘토나 엘리베이터 안에 소음방지 안내문 조차도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임대아파트에 들어온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활불편 만족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입주 1년만에 이사하는 가구수가 2015년부터 2017년 봄까지 입주대비 20%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즉 10가구중 2가구는 이런 층간소음 불편 등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
▲서울 강남구 올림픽대로변에 지은지 20년된 아파트를 최근 리모델링했다. 리모델링에서 가장 비중을 둔 부분은 층간소음 해소다. 건설사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별도로 완충재를 두겹으로 해 생활소음이 전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
이들 임대 아파트 모두가 지난 일년 동안 통계를 보면, 층간소음으로 잦은 이사, 아랫집과 윗집간 주민들끼리 분쟁 또는 서울, 경기지역만 경찰 신고로 받고 출동하는 횟수가 월평균 20회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구대 경찰 관계자는 "이 지역에 갑작스럽게 임대아파트들이 늘면서, 주민들끼리 싸워서 신고출동을 가보면, 큰 일도 아닌 듯한 윗층에서 쿵쿵 거려서 잠을 잘수 없다는 신고가 대부분"이라면서 "경찰이 할수 있는 공무 범위를 벗어나 어쩔수 없이 달래고 되돌아 오는 경우가 10여 차례가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 지어진 고양시 덕양구 원흥 삼송지구 임대아파트는 경우 층간소음 때문에 관리사무소측은 평균 일주일 기준으로 3회 이상 주민 방송을 통해 형식적으로 층간소음 예방 방송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층간소음 관계 |
근본적인 문제는 방송이나 홍보지를 게시판에 부착한다고 층간소음이 해소될 수는 없다.
층간소음 발생 원인은 임대아파트를 발주할 때, 건설사들이 층간소음을 줄이는 완충재 역할을 하는 자재비를 줄여서 시공한 탓도 가장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13년 당시 원흥 삼송지구 1500세대 신축 임대아파트 시공에 참여한 2군 건설사 현장대리인은 "다 공개할수는 없지만, 발주처에서 나온 입찰고시가가 어느 정도 오픈돼 있고 이를 맞춰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총공사비에서 회사 이익도 생각할 때 원가절감은 필수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굳이 말한다면 층간소음을 완벽하게 줄이기 위해서는 슬라브 두께는 일반 민영아파트 기준에 맞춰서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남은 장사는 안된다."면서 "임대아파트의 맹점이기도 하다."고 덧붙었다.
임대아파트 대부분이 공사비를 아끼기 위한 슬라브 두께를 일반 민간분양 아파트에 비해 적게 쓸고 있지만, 설계구조상 결합으로 층간소음이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바닥완충재를 납품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바닥완충재 규격을 20mm 사용이 대부분이였지만, 최근에 30mm를 납품하고 있다."면서 "바닥완충재만으로 층간소음을 다 흡수할 수 없고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
▲벽면 마감재는 단열효과를 극대화해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리는 효과와 함께, 이웃간 생활소음을 완전히 차단해 프라이버시를 지켜는 것도 발휘할 수 있다. 사진은 KCC |
정부가 정한 주택건설시 성능기준과 표준바닥구조와 관련, 성능기준을 경량충격음 58㏈ 이하, 중량충격음 5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존도 2004년과 2005년에 개정한 상태다. 표준바닥기준을 보면 슬라브 두께 210mm이상, 단열재, 완충재 두께에 따라 5가지 표준바닥구조 설정하고 있다.
전 1군 건설사에서 층간소음 관련 설계 담당한 전문가는 "외국처럼 국내 층간소음 표준기준과 경략충격음도 더욱 강화해서 주거문화의 삶의 질을 끌어내는데 법개정이 시급하다."며 "아직도 정부가 대기업들이 대부분 소유하는 건설사의 입맛에 맞춰 정책을 반영하다보니,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 위탁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관리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임대아파트에 살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 국가에서 시행한 임대아파트는 노숙자를 막고 서민층 주거안정 차원에서 공급하는데 참고 살아야 한다."는 황당한 말을 늘어놨다.
올해 15년된 서울시 염창동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옛날이 지어진 집이라 우리 더 미칠 지경이다. 정말 돈이 있으면 단독으로 살고 싶고, 브랜드 있는 아파트로 가고 싶지만,.."며 "층간소음이 나는 것은 어쩔수 없다지만, 임대아파트에 산다고 서로 무시하고 질서도 지키지 않는 주민들이 더러 있어 홧병이 날 정도"라고 밝혔다.
은평구 한 단지 주민자치 관계자는 "옆집 텔레비전 소리도 그대로 들릴 정도면 말 다 한 것"이라며 "올 가을에 이사갈 계획으로 더 이상 스트레스 받아서 매일 밤마다 부엌칼을 들고 뛰쳐 올라가는 상상을 한다. "이라고 LH공사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LH공사 층간불편관련 민원전화를 했고 나온다고 했지만, 2개월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관리사무소에서 하는 일"이라고 답변을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취재진이 만난 임대아파트 입주자는 현재 이화공영, 부영건설, 대우건설이 지은 곳에 입주한 지 3년차에 살고 있다.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포털 카페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층간소음에 문제를 다룬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게시판 글중에 눈길을 끈 대목은 "임대아파트는 돈없는 노인들이나 사는 공간, 가는 귀가 멀고, 행동반경이 적은 이들이나 살기 제격"이라는 말했다.
본지에 제보한 광주광역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 대표는 "광주지역에서 부영건설은 처음에 임대아파트로 지서 나중에 일반분양형태로 입주자들을 모집했는데,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윗집 아랫집에서 대화한 내용이 그대로 들릴 정도"라며 이사문의가 계속해서 나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