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올바르게 비추는 정의의 등불은 꺼진 지 오래다. 유독 2014년을 되돌리게 이미 망신창이 됐다.
세밑, 연말연시 차분하고 송구영신을 염원하는, 송년(送年)보단 망년(忘年) 그 단어의 의미가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2014년이다.
2014년 키워드는 갈무리 하기 앞서 어느 해보다 안전함을 갈구하는 긴박했던 한해로 기억된다. 다사다난의 꼬리가 잘려나가길 소망하는 2014년 이기도 하다. 평범한 진리에서 삶은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기 마련이라는 기대감도 무너진지 오래다.
2014년은 이런 공존의 시계조차 자의적인 틀에서 벗어난 타의적인 관계때문에 난도질 당한 우울함으로 남기게 됐다.
누가 누굴에게 위로를 받고, 할 겨를도 없이, 여기 저기서 터지는 고통은 기본권까지 흔들어 놓아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한 해였다. 바로 수많은 약자들이 보호를 받아야 할 권리조차 산산히 갈취 당한 느낌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표출되는 격분의 현장, 허탈감이나, 억장이 무너지는 것, 지도자나 서민들이 마찬가지였다. 격노하는 국민들에게 어떠한 위로도 통용되지 못한 극히 심한 체증으로 가로막혀 있었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지도자들은 권력을 빙자해,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 지식층의 지식은 오염됐으며, 기업인들은 질퍽한 탐욕의 두 얼굴로 계속해서 약자들을 짓밟고 살육을 당해야만 했다.
우리 사회는 진정한 배려, 자비와는 이미 상극이 된지 오래다. 한결같이 두 얼굴을 가진 채 그 뒤에는 숨어 언론에서부터 학교에 이르기까지 온통 추악한 집착의 몸집만 키워왔다.
정치사회적인 미완성의 부재중인 사안을 떨치고 새해를 맞아야 속풀이가 될 듯 싶건만, 4대강 사업, 국방의 핵심 무기 사고파는데 비리, 세월호의 국민정서를 침몰시키는 것도 턱없이 부족했다.
일년 내내 권력과 국민과의 싸움만 벌어야 했던 진흙탕 논쟁도 모자라, 사회안전망이 갈기갈기 찌겨지는 존엄성이 붕괴되고 헐벗은 채 내팽겨졌다.
국민은 과거나 앞으로 권력 앞에 이기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의 무능력으로 국민들을 짓밟아 기대감을 저버렸다. 분명한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들의 선이 배신한 쪽은 늘 권력, 가진 자들의 몫을 떠 안게 했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깨어날 해독제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혼돈의 지금 요즘 핫북(hot book) 중 하나인 노자의 '도덕경'처럼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힘들면 돌아가라는 글귀가 맴돈다. "상식이하의 만행을 제발 멈추라"는 외침을 외면하는 이상한 나라의 패러독스(paradox)로 가득한 2014년을 대대로 기억을 지울수 없게 됐다.
세계사는 어리석게 힘으로 누르려는 이들의 안위만 좇던 무리들이 지배한 나라는 어느 나라도 선진국이 될 수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도덕경에는 "선한 도를 추구하면 백성은 어리석게 된다. 지식이 많으면 다스리는 게 어렵다. 머리로 다스리면 도적이 되고 지식을 버려야 복이 된다."라는 대목은 영락없는 우리와 매우 닮은 '우민정치'다.
그런 증거들은 권력과 공조한 못된 지도자에게 배신을, 몹쓸 스승을, 악덕 기업주들은 보며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는 처참함으로 각인됐다. 특히 "회오리바람도 하루를 가지 못하는데 한 치 혀끝은 오죽했나". 격동의 2014년, 대못질도 모자라 도처에서 근거 없는 자기확신병에 걸려 "따르라. 믿으라. 모른다. 우린 잘산다"는 망언들만 남발했다.
국민의 사랑이 무엇인지도 배우지 못한 정치가 흉악해진 시대, 올해 10대 뉴스는 예상을 빗겨가지 않았다. 한결같이 반 정치적, 반 사회적, 반 인륜적인 소식들로 재등장시켜 낯뜨겁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본지는 부득이 2014년 키워드는 '망연자실'로 정했다. 흔하지만 참담한 단어중 하나를 꺼냈다. 망연자실, 소수의 주장에 동의를 하지 않지만 또 다른 소수들이 말할 권리도 죽음을 각오로 지켜내겠다는 볼테르의 말이 귀결이 되는 해다.
'망연자실'은 베풀 줄 모르면, 인격이 없고, 진심이 없으면, 배려할 줄 모르니 마음들이 안 예뻤음이 담겨져 있다.
반도체 수출 규모가 단일품목으로 처음 600억 달러를 돌파한 나라다. 그런 우리 사회는 정신 연령이 몇 살정도 될까 의문이 든 일년, 곳곳에 숨어있는 장애물이 다 치워지지 못한 채 길고 긴 2014년을 뒤로 하고 2015년에는 모두가 그 오랜 견딤이 끈질긴 투혼 앞에 경외의 마음을 평온하게 싹트길 바란다.
비라건데, 아픈 마음 쿨럭이며 시고 떫고 쓴 독배를 더 이상 국민들에게 건내지 말아주길 소망해본다. 더 바란다면, 순박한 이들은 '진정한 리더는 앞장 서는 자가 아닌, 화해 시키는 자, 위로하는 자'를 새해의 첫 길몽을 꿈꿀 수 있게 말이다.
을미년 2015년, 정직하고 근면 성실하게 뛰어온 국민들을 위한 정의의 등불에 다시 불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