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경고, 30년 데이터로 읽는다… 스페인 해양학계 2026년 첫 대규모 탐사 시동

고용철 기자 / 2026-03-12 20:07:03
- 스페인 해양학 연구소(IEO), 'Radmed'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4일간의 대장정 돌입
- 바르셀로나에서 말라가까지, 심해 2,500m 해류 및 미세 플랑크톤 생태계 정밀 분석
-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해양 건강검진', 유럽연합(EU) 해양전략 지침의 핵심 근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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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지중해의 생태적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스페인 과학계가 새해 첫 닻을 올렸다. 스페인 국립연구협의회(CSIC) 산하 스페인 해양학 연구소(IEO)는 2026년도 제1차 지중해 해양 관측 캠페인의 시작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탐사는 단순한 조사를 넘어, 지난 30년간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후 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실질적 위협을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24일간의 대장정, 지중해 전역을 훑는 정밀 진단
이번 탐사팀은 팔마(Palma)항을 기점으로 향후 24일간 바르셀로나, 말라가, 발레아레스 제도에 이르는 스페인 동남부 연안 전역을 항해한다. 탐사선 '프란시스코 드 파울라 나바르로(Francisco de Paula Navarro)'호에는 말라가와 발레아레스 해양 센터 소속 정예 연구진이 탑승하여 물리, 화학, 생물학적 변수를 망라하는 입체적 조사를 수행한다.

조사 범위는 대륙붕부터 대륙 사면, 그리고 심해 분지에 이르기까지 전략적으로 선정된 고정 정점을 포함한다. 연구진은 해당 지점에서 ▲해수면 및 심층 온도 ▲염분 농도 ▲용존 산소량 ▲알칼리도 및 pH(산성도) ▲클로로필 농도 ▲영양염류 상태 등을 정밀 측정할 계획이다. 특히 해양 생태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식물성 및 동물성 플랑크톤의 조성 변화는 이번 연구의 핵심 지표 중 하나다.

2,500m 심해의 비밀과 고래 보호 구역 모니터링
이번 캠페인의 주목할 만한 점은 메노르카(Menorca) 북동쪽 해역과 알보란(Alborán) 해의 2,500m 이상 심해층에 대한 수문학적 특성 분석이다. 이번 탐사를 이끄는 크리스티나 알론소(Cristina Alonso) 수석 연구원은 "지중해는 매년 심층수가 형성되고 순환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심해 해류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은 기후 시스템과 심해 생태계 보존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팀은 바르셀로나와 타라고나 사이 가라프(El Garraf) 해안에 설치된 '수중 수동 음향 모니터링' 장비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지중해 고래 이동 경로(Corredor Mediterráneo de Cetáceos)'로 지정된 보호 구역으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수중 소음 공해가 해양 포유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중요한 거점이다.

국제 협력과 기술의 결합, 'Argo'와 'Hydrochanges'
2026년 첫 탐사에서는 국제적 공조도 눈에 띈다. 전 세계 해양을 실시간 감시하는 '아르고(Argo) 스페인' 프로그램과 협업하여 수중 프로파일러(WMO 2904091)를 회수하는 임무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아울러 1997년부터 IEO가 유지해 온 '하이드로체인지(Hydrochanges)' 프로그램의 해양 장비 교체 및 데이터 수집도 병행된다.

이러한 다각적인 활동은 2008년 제정된 유럽연합(EU)의 '해양 전략 프레임워크 지침(MSFD)'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인간의 경제 활동이 바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수치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 당국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환경 정책을 제언하는 것이 연구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30년의 기록, 미래를 위한 이정표
지중해 기후 변화 그룹(GMCC)의 핵심 사업인 'Radmed' 프로그램은 1992년부터 시작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합하여 탄생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관된 방식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지중해의 온난화 경향성, 해수면 상승, 산성화 추이를 분석하는 데 있어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Radmed'의 책임 연구원 프란시나 모야(Francina Moya)는 "현장에서 얻은 정확한 데이터만이 해양 환경의 실태를 대변할 수 있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얻은 결과물은 기후 위기 시대에 인류가 해양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 전문가들은 이번 IEO의 2026년 첫 탐사가 급변하는 지중해 생태계의 '티핑 포인트'를 포착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 미래를 설계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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