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ecoticias.com
전 세계가 지정학적 불안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정부는 ‘녹색 경제’를 향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2026년 3월 12일, 사라 아헤센(Sara Aagesen) 스페인 생태전환기후위기대응부 장관은 ‘올 인 그린(Todo al Verde)’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후 위기 대응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재천명했다.
아헤센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현재 유럽을 둘러싼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생태 전환을 가속화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녀는 “기후 도전은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멈추거나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며, 작금의 위기 상황이 오히려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적 응답을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는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행동의 근간으로 삼아, 정치적 분열이나 국경의 장벽을 넘어선 글로벌 환경 과제 해결에 앞장설 계획이다. 아헤센 장관은 “이 긴급 상황은 이데올로기나 진영 논리를 따지지 않는다”며, 기후 안보가 곧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국가적 책임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 중 하나는 과학적 지식과 혁신 기술을 결합한 ‘선제적 대응 시스템’의 구축이다. 아헤센 장관은 “최선의 과학적 근거와 기술적 솔루션을 통해 위기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의와 단결을 이끌어내는 ‘통합의 부총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받는 행보는 이웃 국가인 포르투갈과의 ‘기후 안보 동맹’이다. 최근 열린 한-서(Spain-Portugal)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기후 리스크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기후 위기가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근거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스페인 정부는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대형화되고 빈번해진 소위 ‘신세대 산불’에 맞서기 위해 소방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한다. 아헤센 장관은 “산불 예방은 불이 났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상시 관리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림 소방관의 전문직화를 추진하고, 산림 관리 인프라를 대폭 보강하고 있다. 단순히 화재를 진압하는 차원을 넘어, 숲의 생태계를 과학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화재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물 부족과 홍수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스페인에게 수자원 관리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아헤센 장관은 전국 2,000여 개의 댐 중 생태전환부(Miteco)가 직접 관리하는 375개 댐을 포함하여 모든 수자원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을 상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19년 현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투명한 감사 체계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1,800회 이상의 정밀 점검이 이루어졌다. 그간 동결되었던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한 결과다. 이는 기후 변동성으로 인한 댐 붕괴 위험이나 수자원 고갈 사태를 막기 위한 필수적 조치로 평가받는다.
아헤센 장관은 정부 주도의 정책을 넘어 기업, 제도권 기관,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국가 기후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사회 전반의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결국 아헤센 장관이 추진하는 ‘올 인 그린’은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스페인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기후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안보 전략’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전쟁과 경제 위기라는 악재 속에서도 스페인의 녹색 행보가 유럽 전체의 기후 대응에 어떤 이정표를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