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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폭염이 더 이상 미래의 막연한 공포가 아닌, 인류의 생존과 일상을 실시간으로 파괴하는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했다. 최근 국제 환경 단체 ‘네이처 컨서번시(The Nature Conservancy)’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극심한 고온 현상이 인간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지리적 범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EAT-Lim 모델로 본 ‘거주 가능성’의 붕괴
이번 연구는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제니퍼 바노스(Jennifer Vanos) 박사를 비롯한 다학제 연구진이 참여했으며, ‘HEAT-Lim’ 모델과 유럽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C3S)의 'ERA5-Land'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HEAT-Lim은 단순한 기온 수치를 넘어, 인체가 열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생리학적으로 견딜 수 있는 한계치와 공중보건 위험도를 측정하는 분석 체계다.
연구진은 지난 75년간(1950~2024년)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으로 인류의 일상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한계 폭염(Limiting Heat)’의 발생 빈도가 1950년대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여기서 정의하는 한계 폭염이란, 그늘 아래에서 바닥을 쓰는 것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신체 활동조차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온도와 습도가 결합한 상태를 의미한다.
고령층에게 더욱 가혹한 '침묵의 살인자'
연구 결과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연령대별 피해의 불균형이다. 18세에서 40세 사이의 청장년층은 1950~1979년 기간 동안 연평균 25시간의 거주 제한 폭염에 노출되었으나, 1995~2024년 사이에는 그 수치가 50시간으로 급증했다.
반면 신체 조절 능력이 취약한 65세 이상의 고령층은 그 피해가 가히 치명적이다. 20세기 중반 연간 600시간이었던 고령층의 한계 폭염 노출 시간은 최근 30년 사이 연간 900시간으로 폭증했다. 특히 기록상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된 2024년에는 65세 이상 인구의 무려 80%가 일상적 거주 가능성을 심각하게 제한받는 에피소드를 한 차례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편되는 세계 거주 지도... 아시아 지역 ‘심각’
지역별로는 남서 및 동부 북미, 남미 남부, 유럽 전역, 사하라 동부, 아시아 동남부 및 남서부, 그리고 호주 남부가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혔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지역의 상황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카타르의 경우, 청장년층의 폭염 노출 시간이 과거 연간 382시간에서 최근 866시간으로 급증했다. 고령층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여, 일 년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생존을 위협받는 극한 기온에 노출되고 있다. 캄보디아, 태국,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고령 인구가 연중 4분의 1 이상을 이러한 사투 속에서 보내고 있다. 이들 지역은 경제적 여건상 냉방 설비 등 대응 수단이 미비하여 인명 피해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화석 연료 퇴출만이 유일한 해결책
미국 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내 65세 이상 인구는 1950년대 연간 200시간의 폭염을 견뎌야 했으나, 현재는 270시간으로 늘어났으며, 남부 지역 주(州)들은 수백 시간의 거주 제한 조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루크 파슨스(Luke Parsons)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겨우 1°C 남짓 상승했을 뿐인데도 이미 인류의 거주 가능성은 광범위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전 지구적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이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 연료 사용을 즉각적으로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알던 '안전한 터전'은 지도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보고서는 극한 폭염이 단순한 기상 이변을 넘어,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생존의 척도'가 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에너지 전환과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보건 인프라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