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만 올까 말까한 폭염 앞으로 더 문제

한영익 / 2018-07-24 21:36:48
1907년 이후 아침 최고 기온 연이어 기록 깨져 초비상
기상청 "8월 기온, 평년보다 높아 무더위…9월도 더워"
폭염도 재난,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관리
해수, 산업, 농림, 국토, 농림부 폭염 대책 '풀가동'

[환경데일리 한영익/ 이수진/ 윤경환 기자]우려했던 낮 기온이 결국 40도를 넘어섰다. 기상청은 24일  우리나라도 낮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건 처음 있는 일이다고 밝혔다. 111년만에 가장 더운 기록 깼다. 낮 기온이 40도 이상인 국가는 적도 국가 아프리카 지역 나라다.

오늘 태백산맥 줄기로 경북 영천시 신녕면과 남한강을 낀 경기 여주시 흥천면의 자동관측장비에 기록지는 40.3도가 찍었다.


베란다에 둔 계란에서 병아리가 부화되고, KTX 노선 철로가 70.0도를 넘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결국 고속철도도 속도를 반으로 줄인 채 일부 구간은 서행하는 완행열차로 둔갑했다. 도로 아스팔트는 물컹거리는 정도다. 덤프트럭 운행이 많은 외곽간선도로는 푹꺼진 곳을 쉽고 볼 수 있었다. 

집집 마다 문을 열어 놓고 선풍기, 에어컨 가동을 하지 않으면 집을 잘 수 없는 날이 일주일째다. 대한민국은 가마솥이다. 도시는 최악이다. 골목길은 사람이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정작불을 피어 놓은 듯 열기는 숨을 멈추게 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은 주전자에게 내뿜는 수증기만큼 뜨겁다.

▲APEC기후센터는 북부 북태평양, 북서 태평양, 서부 적도 태평양 등 대해 상온 이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반도 역시 적도 국가 기온과 비슷한 40도 안팎으로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전체가 9월까지 고온이 이어지면서 지구촌 전체가 불덩어리 된 상태다.

더워도 너무 덥다보니, 오히려 나홀로 운전자들이 더 늘었다. 고궁을 관광온 해외 관광객들은 한복으로 갈아 입고 손선풍기 든 것도 모자라 양산을 쓴 채 경복궁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패션이 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무더위 탓인지 7월 둘째 주부터 고궁관람객이 6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혹서기에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2주간 동안 전국적으로 일사병 등으로 입원한 환자수는 7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불볕더위가 앞으로 2주간 이어질 경우 농작물 피해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으로 농민들은 논에 물이 마르면서 물 흘러대기가 곤혹스러울 정도다. 전남도에 따르면 생육부진으로 고추, 배추, 깻잎, 과수 등 밭작물은 스프링클러를 가동시키고 짚이나 풀 등으로 뿌리 주위를 덮어 토양수분 증발과 지온상승을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센터는 23일 폭염이 지속될 때는 고온성 해충의 발생이 늘어난다며 빠른 방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 힘든 노동은 시설하우스다. 비닐안은 바깥 온도와 무려 10도 이상 차이를 나, 보통 힘으로는 30분을 견디기 힘들어 나무 그늘을 찾을 수 밖에 없을 정도다. 

▲지난주 제10호 태풍이 중국을 강타하면서 이로 인해 고온다습한 기온을 한반도로 밀어넣었다. 

시설하우스 차광망 설치는 필수, 축산농가는 축사내 햇볕을 차단하고 정전에 대비한 비상용 자가 발전기 이상무 점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 한우농가는 축사동에 환기창, 통풍창을 설치해 축사 내부 온도상승을 막기 위한 물을 분무와 함께 선풍기를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

이 지역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폭염과 고온 피해는 늘어날 수 밖에 없어서 혹서기에 농작물 관리요령에 대한 현장 기술지원과 함께 농민들에게 이장, 영농조합을 통해 아침, 저녁 시원한 시간에 작업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라남도, 제주도 지난 20일 기준 가뭄 현상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지점별 토양수분을 조사한 결과 매우 건조(가뭄) 6개소, 초기 가뭄 10개소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토양수분이 500kPa 이상이면 '가뭄'으로 판단하고 있다. 땅지렁이들이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땅을 나와 사람이 다니는 인도로 쏟아지고 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지역이 이미 '가뭄'상태로,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와 조천읍 신촌리, 서귀포시 강정 등은 '초기 가뭄지역'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없는 영구임대아파트, 서울 후암동, 영등포동 등 쪽방촌은 공동 화장실 가기를 포기할 정도다. 서울역 앞 후암동 남대문경찰서 건너편 대형 건물  사이 그늘 아래 가파른 골목길, 인기척이 없다. 이곳에서 거주한 70세 최 모씨는 "방에 있을 수 없이,.. 이렇게 거리에 나와 있고, 이곳 사람들이 대형 쇼핑몰로 가거나 역 대합실을 배회하고 또는 지하철을 타고 괜히 맴돈다고 했다. 너무 더워 폐지 줍는 것도 포기했다."고 했다.

최근 인근 교회에서나 관내 적십자사 회원들이 더위를 이겨달라고 삼계탕을 배달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여전히 단층 슬라브집들이 담과 담사이로 집들이 빼곡하게 줄서 있는 역시, 올 여름 폭염에는 기진맥진한 분위기다.

이 모씨(55세) 봉재일을 하는 그는 "평생 에어컨 없이 살았는데, 이렇게 더운 날이 기억이 없었다. 식구들 극성에 에어컨을 살려고 했는데 새것(신형) 못사고 싼 걸 중고로 살려고데 설치기사도 예약 잡기 힘들다고 연락해 포기할 참이네,"라고 했다.


에어컨이 없이 살수 없을 만큼, 도시는 뜨겁기 보단 따가울 정도다. 롯데홈쇼핑, CJ, 현대, GS 등은 3사는 지난 한달 동안 정규 쇼핑방송시간대를 통해 전년대비 2만 여대를 더 판 5만 여대를 기록했다.

23일 절기상 대서인 1907년 이후 아침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111년만에 가장 더운 대서(大暑)인 서울은 29.2 아침 기온을 시작으로 점심 시간대 31.2도로 올라섰다. 상대적으로 시원해 피서인파가 몰린 강릉도 서울온도가 별반 다르지 않는 31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은 예측했지만 하루 최고 33도 이상이 연일 이어지는 예상 밖으로 기온은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성 39.6도, 경주 39.3도, 대구 38.6도로 모두 올들어 낮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가 온다고 해도 국토 전체가 달궈진 상태에서 땅열기를 식히기는 역부족이다. 기상청은 이미 더워진 공기에 계속 일사량이 더해지고 있어 최고기온 경신이 앞으로 2주 뒤가 고비라고 밝혔다.


한전은 23일과 24일 이어서 하계 전력사용량은 연일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는 예비전력량은 8%대로 유지중이지만 폭염이 앞으로 2주간 이어지면 비상전력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측은 5년 전인 2013년 대정전 사태인 '블랙아웃'이 가능성에 대해 예비 전력까지 실시간대별로 체크하고 있다.

어제와 같이 전국적으로 폭염이 강타하면서 산업계도 비상이다. 건설현장은 폭염으로 곤혹스럽다. 천막 아래 11시반부터 2시반까지 작업을 멈추고 쉬고 있다. 신세계 건설 하남시 ICT 현장소장은 "약속된 작업공정이 잡혀 있는데, 낮 시간대보다 저녁 시간대 시간을 늘려서라고 일을 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연이는 폭염으로 도심지는 한산하다. 커피숍 안에 사람들이 몰리고 외부 일정 역시 낮시간대는 피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대문구 영천시장내 하늘 가림막이 설치돼 있지만, 가마솥 안 열기를 느낄 정도로 후끈거린다.생선가게 25년 차 최이자씨는 "지난해도 더웠는데 올해만큼 더울 줄 못느꼈다. 왜 이리 더운지, 손님이 하루에 한 사람도 오지 않고 있다."며 생선 아래 둔 열음물은 뚝뚝 떨어지고 있고 상인은 연신 부채질을 했다.

▲건설현장은 더욱 곤혹스럽다. 건설종사자들은 폭염 속에도 공정

을 맞추기 위해 40분 작업 20분 휴식으로 더위를 이기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 지하상가는 바깥과 다른 풍경이다. 평일 24일 점심시간대 여성 이용객들이 주로를 이루며 시원한 커피숍에서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꽉찼다. 대부분 커피숍은 비슷했다.


이곳 지하 3층 구조 상가는 350여 개 점포마다 사람들이 많고, 특히 식음료를 파는 곳은 빈 자리가 없을 정도다. 

인천 월미도는 아예 사람들이 발길이 뜸하다.


바닷바람 조차 찜질방에 들어서면 콧속으로 들어온 열기처럼 뜨거울 정도였다. 횟집 운영하는 박미순 씨는 "주말에 손님을 기대했는데 월미도가 옛날이 아니다."며 "가족단위도 줄고 매출도 줄어서 지난 3주간 내내 하루 매상 10만 원으로 문닫을 판"이라고 했다.


인천여객터미널을 비롯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동서울터미널은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여행객들보다는 터미널 내 상가를 이용한 시민들이 더 많았다.

강남터미널 운영회사측은 "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하루 버스 운행은 평균 220편이 전국 각지로 손님을 태워갔지만, 휴가철이 다가오는 다음주부터는 이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날씨가 더 더울수록 버스, 기차 등 이용하는 것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한 시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들도 현지에 가면 모두 렌트카를 이용하는 추세"라고 실질적으로 고속버스 이용객들 매년 감소추세"라고 밝혔다.

 
올 여름 8월까지의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이나 9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


23일 기상청은 향후 3개월 전망을 발표하며 "오는 8월과 10월은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고 9월은 평년과 비슷하겠다."고 예보했다. 강수량은 평년에 비해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인다.


8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무더운 날이 많겠으며, 동풍의 영향을 받는 동해안 지역은 기온 변동성이 크겠다. 대기불안정으로 강한 소낙성 강수가 올 때가 있겠고 지역적으로 편차가 클 예정이다.

▲철강업계는 용광로 연신 열과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관세 등 철강산업계 불항으로 타개를 위한 심혈을

기울리고 있다.철강 생산 종사자들은 얼음조끼, 얼린 수박, 빙과류를 수시로 공급하면서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 

문제는 9월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다가 점차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겠다. 기온의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으로 저온 현상이 나타날 때가 있겠다. 10월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을 것으로 보이며 월평균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다.


월평균 기온은 8월과 10월은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예정이며, 9월은 평년과 비슷하지만 에어컨에 의존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월 강수량은 8~9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으며, 10월은 평년과 비슷하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가 짧아지면서 무더운 날씨는 길어질 것이라며 비가 내리기 어려운 조건임에 따라 고온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폭염과 상반된 얼음공장, 롯데, 해태, 빙그레, 남양유업 등 아이스크림을 생산 공장은 24시간 풀가동으로 구슬땀이다.


국내 얼음 공급량 1위 업계인 풀무원은 강원 춘천시 소재 얼음 생산 공장을 24시간조차 부족할 정도다. 풀무원 측은 이미 한달 전부터 정수된 물을 얼려 매일 최대 생산 물량인 160톤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마솥 불별더위가 지난주부터 이어지면서 외부 활동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 문화재발굴 현장도 낮 시간대는 멈추고 늦 저녁

시간대로 작업을 할 정도다. 

160톤 얼음은 서울 전체 공급량과 맞먹는다.

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무더위에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지난해 가을부터 미리 생산한 얼음 비축 물량은 200톤도 이미 다 소진된 상태다. 얼음공장조차 무한정 얼음을 만들어 낼수 없다. 폭염과 함께 강이 말라버릴 경우, 지하수 고갈까지 이어져 물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롯데제과는 빙과류를 매년 매출고를 연신 기록했던 인기있는 죠스바, 수박바, 스크류바 등 바 종류와 설레임 등 파우치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빙그레도 비슷하다. 히트제품인 메로나, 비비빅, 더위사냥 등은 피서지 중심으로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휴가철로 들어 설 경우 공급에 차질을 보일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여름철 한달 동안 빙그레 3종만 5000만 개를 판매했다. 


롯데푸드는 7월 아이스크림 매출이 지난달에 비해 17%,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늘었다. 인기품목인 '빠삐코'나 '밀키스바' 등의 제품 매출이 20% 성장하며 전체 아이스크림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
 가마솥 더위로 전 세계 11억 명이 생명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지난달부터 고온에 시달리는 52개국을 상대로 한 NGO 조사 결과를 보면, 냉각 장치 부족으로 매년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한해 폭염 등으로 11억 명에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스테이너블 에어지 포 올(Sustainable Energy for All)'의 레이첼 카일 NGO 대표는 최근 미의회에서 발언한 내용은 이채롭다.

그의 주장은 2050년까지 무더위와 냉각 장치 부족으로 인한 국가당 노동 시간 손실률이 2%를 넘게 될 것이고, 일부 지역의 경우 12%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연이은 무더위와 폭염으로 산업계까지 생산량을 떨어뜨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과 8월까지 제조업계에 대한 무더위 안전사고 대비, 폭염발령시 조업중단을 강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상전문가들은 "올해 폭염 장기화는 농작물 생산성 저하, 노동력 질까지 떨어져 경제성장율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미세먼지, 오존, 피부병 질환 등 다양한 곳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범 정부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폭염대책회의를 통해 국민 무더위로부터 안전한 생활을 할수 있도록 빠른 예보로 심혈을 기울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제32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폭염대책을 수립해 대비하고 있지만 장기화 되는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챙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특히 노약자와 독거노인, 쪽방에서 생활하는 분들과 같은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 충분한지 점검하고, 폭염 속 땡볕노동으로 노동자와 농업인 등이 피해입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덧붙였다.

또 "가축, 농축산물 피해, 식중독, 감염병 등, 폭염으로 인한 도로파손, 열차 선로문제 등 대책도 시급하다."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원전 가동상황을 터무니 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기 때문에 산업부가 전체적인 전력수급 계획과 전망, 대책에 대해서 소상히 국민께 밝혀드리기 바란다."고 강조하고 폭염 장기화는 되풀이되고 심해질 수 있으니 폭염 위기관리 매뉴얼, 피해 보상근거 마련 등 체계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저작권자ⓒ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영익

한영익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