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UN피스코, 소년 전차병 얼마나 두려웠을까

고용철 기자 / 2023-03-22 23:06:16
연천 전곡 플로킹, 한반도 점점 미래 '불투명'
반세기 분단, 점점 멀어진 통일 생각만 스쳐
상승, 태풍, 열쇠전망대서 본 북녘 봄 소식은?
동북아 첫 전곡리 주먹도끼 발견 인류 문명 입증
박물관 아이들 눈높이 다채로운 볼거리 체험 풍성

[환경데일리 고용철 기자]"휴전선의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는데,...."

UN피스코 한반도평화번영재단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3월을 맞아 연천 지역 플로킹을 떠났다. 기자는 UN피스코 회원들과 동행취재하면서 남북 국경지대에서 마음 놓고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다.


플로킹 코스로 선정된 연천에는 남방한계선을 따라 북녘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여럿 설치돼 있다. 제1땅굴이 발견된 상승전망대, 과거 무장공비 침투로로 쓰였던 승전OP, 열쇠부대가 만든 열쇠전망대 등이다. 그중 비끼산 수리봉 정상에 위치한 태풍전망대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유명하다. 휴전선까지 800m, 북한 초소까지 고작 1600m다. 맑은 날이면 북한 주민이 육안으로 보인다는 곳이다.


태풍전망대는 천하무적 태풍부대에서 1991년 12월 3일 건립한 것으로, 서울에서 약 65km, 평양에서 약 140km 떨어진 중면 비끼산의 가장 높은 수리봉에 위치한다.

 
처음에는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2km 지점에 남방 한계선과 북방 한계선이 설정됐으나, 1968년 북한이 휴전선 가까이 철책을 설치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1978년에 부분적으로 철책을 설치했다.

태풍전망대는 휴전선까지 800m, 북한 초소까지는 1600m의 거리에 떨어져 위치하고 155마일 휴전선상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유명하다.

 
전망대 곳곳에 한국전쟁과 관련된 기념비들이 서 있다. 특히 맨몸을 무기 삼아 북한군 전차에 뛰어들었던 육탄용사 기념비, 당시 자원입대한 중학생들로 구성된 소년 전차병 기념비 앞에서는 용맹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기가 두렵다. 전쟁은 그렇게 무거웠다.


태풍전망대는 국군 장병들이 종교 집회를 가질 수 있는 교회, 성당, 성모상, 법당, 종각 등이 있고, 북녘에 고향을 두고 떠나온 실향민의 망향비와 한국전쟁의 전적비, 6.25참전 소년전차병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전시관은 이곳으로부터 2km 떨어진 임진강 필승교에서 수습한 북한의 생활필수품과 일용품, 그리고 휴전 이후 수십 회에 걸쳐 침투한 무장 간첩들이 이용한 침투 장비 일부가 전시돼있다.

전망대에서는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특히 북한 쪽을 향해서는 카메라를 들어서도 안 된다. 우리 군의 기밀 유지와 북한군을 자극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태풍전망대 안에는 북한의 생활용품 일부와 무장 간첩들이 사용한 침투 장비가 전시돼 있다. 1991년 12월 건립된 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관람객들은 북녘이 손 뻗으면 닿을듯 아주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는 먼 곳임을 확인하고 돌아간다.


교통편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의정부→연천→옥계리→중면사무소→군부대초소→횡산리→태풍전망대 (연천에서 횡산리가는 버스를 이용해 횡산리까지 가서 도보로 30분), 자가 운전을 해서 갈 경우, 연천군청에서 중면 면사무소를 지나 군부대 초소에서 신분확인 후 방문 가능하다.


태풍전망대 출입시에는 민통초소 출입 후 신분증 제시 출입(25인 이상 출입 시 7일 전 신청서 제출 요망)이 가능하다. 출입시간은 오전 9시부터 16시 타임별 운영(12~13시 제외)된다. 다만 화요일은 휴무다. 전방 특성상 겨울철 제설 작업/훈련 등으로 인해 불시 출입이 통제될 수 있다. 이곳을 찾을 때 지켜야할 것은 출입 후 초소의 안내에 따라 행동하고 개별행동은 삼가야 한다. 단체 관람 시, 출입자 명단을 미리 작성하면 출입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태풍전망대 방문을 마친 UN피스코 회원들은 전곡선사박물관을 찾았다. 전곡리 유적은 1978년 미군 병사 그렉 보웬이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이는 전기 구석기시대 문화를 주먹도끼 문화권과 찍개 문화권으로 분류하던 종전 세계 고고학계의 학설을 뒤엎은 사건이었다. 


동북아시아 최초로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며 아시아 지역의 인류 진화가 뒤처지지 않았음을 입증됐고 이후 연천 전곡리 유적에 건립된 세계적인 규모의 선사박물관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전곡리 유적과 전곡선사박물관은 구석기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소다. 유적 관람은 유료, 박물관은 무료이며 두 곳은 입구는 다르나 유적 후문을 통해 연결된다.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유적까지 함께 돌아보지만, 겨울에는 실내 박물관이 유혹적이다. 

전곡선사박물관은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기다란 곡선형 건물은 국제 설계 공모를 거쳐 프랑스 건축 팀이 설계했다. 외형은 원시 생명체인 아메바와 미래 지향적인 우주선 모양이고, 스테인리스 판을 덮은 외벽은 뱀 비늘을 모티프 삼아 빛을 받으면 반짝거린다.

원시 생명체의 신비로운 곡선을 모티브로 건립된 전곡 선사박물관은 실물 비례의 다양한 구석기시대 조형물과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쉽고 즐겁게 선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험형 박물관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구성된 박물관 내부는 전시 특성에 맞게 동굴처럼 설계했다. 입구가 지하 1층이다. 야외에서 입구로 이어져, 표시가 없으면 지하 1층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지하 1층은 안내데스크와 3D영상실이 있고, 상설전시실과 고고학체험실(인터스코프) 등 주요 관람 시설, 카페테리아, 뮤지엄 숍은 대부분 1층에 있다.

상설전시실 주요 코너에서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바닥에 표시된 시간의 선(점선)을 따라 전시실에 들어서면 전곡의 주먹도끼, 인류진화의 위대한 행진, 사바나의 최초인류, 최초의 아시아 이주인, 추가령지구대 고인류의 터전, 전곡의 지증, 선사시대의 문화와 믿음(동굴벽화), 극지로 가는 구석기인, 고고학 체험센터, 몰핑스테이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고고학, 선사시대, 주먹도끼처럼 먼 옛날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재미난 장치를 마련했다. 대표적인 예가 '전곡 구석기나라 여권'이다. 여권을 발급하면(유료) 아이들이 좀 더 재미나게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다.

 
여권은 뮤지엄 숍에서 판매한다. 여권을 사면 제일 먼저 여권용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구석기인으로 변신한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RFID 칩이 내장된 카드를 받으면 구석기 시간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RFID카드를 이용해 각 진화 단계별 인류들과 자신의 모습을 합성시켜 자신이 선사시대에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 연천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중앙의 메인 전시물에 시선을 빼앗긴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정교한 모형이 행진하듯 늘어섰다. 초기 인류 화석 중 하나인 사헬란트로푸스차덴시스(별칭 투마이)부터 학창 시절에 달달 외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 등이다. 세계적인 복원 예술가 엘리자베스 데인스의 손을 거친 전시물은 머리카락 한 올, 주름 하나까지 섬세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하다.


인터스코프는 종전 체험 시설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박물관에 우주선 테마를 결합해 공간을 꾸미고, 고인류 VR존과 아이스맨 외찌 체험존 등 체험형 전시물을 배치했다. 특히 아이들의 환경교육에 유익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극심한 환경오염 때문에 지구를 떠나 화성에 정착한 인류가 수천 년 뒤 자연 복원된 지구를 탐사하는 상상 속 이야기를 담아 흥미롭다.


전곡선사박물관과 가까운 한탄강관광지는 야영장, 캐러밴, 산책로, 한탄강어린이교통랜드, 물놀이장 등 다양한 휴양 시설을 갖췄다. 풍광 좋은 한탄강을 끼고 자리해 운치 있는 휴식을 선사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단,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제외), 매년 1월 1일과 설날, 추석 당일만 쉰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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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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