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의 사육곰 구조 사연?

고용철 기자 / 2023-10-10 23:07:08
웅담 채취용 사육곰 화천서 마지막 구조
곰 농장 19개서 18개로, 300여 마리 남아
현행 야생생물법 10살 이상 곰 도축 허용
국회 환노위, 사육곰 산업 종식 법개정
사육곰 산업 종식 합의 후 관련법 어정쩡


[환경데일리 고용철 기자]전국에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갇혀 있는 사육곰만 300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사육곰' 농장에서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던 반달가슴곰 한 마리를 구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로써 화천군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사육곰 농장은 폐쇄됐고, 전국의 사육곰 농장은 19개에서 한 곳 줄어 18개가 됐다.


이번 구조는 한 고등학교 교사가 사육곰 구조 비용과 구조 후 보호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겠다면서 사육곰의 구조를 요청해 가능했다. 이 교사는 북극곰을 돕기 위해 오랫동안 돈을 모았다가 사육곰의 비극적인 현실을 알게 되면서 기부를 결심했다.

구조된 사육곰의 소유주는 환경부에서 공영 보호시설(생츄어리)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남은 사육곰은 도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꾸준히 농가와 접촉해온 단체들은 곰 소유주와 원만히 협의해 곰을 구조할 수 있었다.

앞서 두 단체는 2021년부터 화천군 내 사육곰 농가들과 협의해 총 17마리의 사육곰을 구조했고, 자체 보호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다. 

두 단체는 기존의 농장 시설을 보호시설로 개조해 짧게는 10여 년, 길게는 20여 년 이상 4평 남짓의 철창에 갇힌 채 살아온 사육곰들에게 과일과 채소 먹이 등을 제공하고 적응 훈련을 거쳐 흙과 바위, 나무, 인공 연못이 조성된 방사장에 매일 방사하며 산업 속에서 고통받은 곰들이 본연의 습성을 충족하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구조된 사육곰 역시 화천군의 해당 시설로 옮겨져 여생을 보낼 예정이다.


구조된 사육곰은 2013년생 암컷이다. 1981년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정부 권장 하에 시작된 사육곰 산업은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곰이 10살이 되면 도축을 허용한다. 구조된 사육곰도 도살이 가능한 10살이 되자 웅담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나 소유주의 결정으로 무사히 고비를 넘겼고, 이번 구조를 통해 후원자의 이름을 딴 '주영이'라는 이름과 새 삶을 얻게 됐다.


동물권행동 카라 최인수 활동가는 "이번 구조로 화천군에서 사육곰이 완전히 사라진 점은 의미가 크지만, 아직 전국에는 300마리에 가까운 사육곰들이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고 있다."며 "웅담 수요에 따라 계속 도살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늙고 병든 곰들이 많아 지금도 꾸준히 개체수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구조 및 구조 후 돌봄비용 후원자 이주영 씨(왼쪽)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대표

또 "2022년 정부와 사육곰 농가, 동물단체가 모여 사육곰 산업을 끝내고, 남아있는 사육곰들을 보호하기로 협약했으며 이에 발맞춰 국회와 환경부에서 관련법과 보호시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9월 26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돼 통과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다만 환경부에서 추진 중인 공영 사육곰 보호시설 조성은 계획대로 완공되더라도 구례의 경우 49마리, 서천은 70마리 규모로 전국에 남은 사육곰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정부의 공영 사육곰 보호시설이 완공돼도 현재 남아있는 사육곰들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갈 곳이 없고, 보호시설의 운영 주체에 따라 곰들의 복지 수준도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최 대표는 "그래서 민간에서도 자체적으로 민영 보호시설인 생츄어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단체의 보호시설도 아직 완전한 형태를 갖추기 위해 갈 길이 멀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사육곰들을 구조하고, 복지 향상을 위해 나날이 노력하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녹색연합을 비롯해 이학영 국회의원,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동물권단체 하이,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민변 환경보건위 동물권소위원회, 한국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이 정부와 사육곰 농가, 시민사회는 오랜 논의 끝에 2022년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하는데 노력했다. 마침내 2026년까지 곰 사육을 종식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같은 해 발의된 '곰 사육 금지 및 보호 특별법안'은 1년이 넘도록 넘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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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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