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애플 샤오미 등 기적의 원료 그래핀에 올인

김영민 기자 / 2016-03-21 18:00:18
서울대 연구팀, 그래핀 활용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 눈길
생산 공정상 어려움·전기전도도 개선, 상용화 발판 마련
100배 이상 전자 빠른 이동성,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해
산업부와 미래부 '그래핀 사업화 촉진 기술 로드맵' 마련
그래핀 소재 규모 2030년까지 매년 22.1% 증가 600조원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유럽 컨퍼런스&전시회 2016에서 벌써부터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그래핀(graphene) 성과가 화두 되고 있다. 우리가 그래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겨우 10년 전이다.

다음달 4월26일~29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꿈의 소재 그래핀이 무궁무진한 확장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꿈의 나노물질인 그래핀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태양전지 전극 신소재 의존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유는 전기전도도가 낮고 공정이 어렵다는 단점을 가진 그래핀을 상용화할 수 있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됐다.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에서 선보인 처음본 통신 영상기록 장비들은 모두가 그래핀 소재가 있어 가능하다. 이런 제품들이

빠르면 10년내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환경데일리 

 

그래핀은 흑연(graphite)과 탄소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인 '-ene'을 결합해 만들어진 용어로, 탄소들이 벌집모양의 육각형 그물처럼 배열된 구조를 말한다.

그래핀은 탄소 결합물은 오직 한 겹의 원자들로 이뤄졌다. LG전자, 삼성전자, 애플 등이 앞다퉈 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곧 내놓을 자사 제품들이 지금의 스마트폰과 전혀 다른 모양으로 시판되기 때문이다.

특징은 간단하다. 휘어지고 접기까지 가능한 터치스크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도 바로 그래핀이 적용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래핀이 적용하면 마이크로칩은 휠씬 더 작아지고 처리 속도도 실리콘칩보다 무려 1만배 더 빨라지니, 국내외 가전업계에서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그래핀이 장점때문에 가능한 세상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그래핀을 대량 생산할 방법 찾기다. 우리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래핀 관련 기술에 청사진을 마련하고 발빠른 전략을 꾸밀 만큼 전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의지다.

문제는 꾸준한 투자력과 인재양성, 사업다각화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최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최만수 교수 연구팀(박사과정 성향기, 안남영 연구원)이 그래핀 기반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래핀 소재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했을 때 구조 단면도  © 환경데일리

그래핀은 육각형 구조의 탄소 입자가 수평으로 이어진 물질이다.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종이처럼 얇고 내구성이 강한 데다 빛 투과율이 좋아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태양전지 전극 재료로는 불소산화주석(FTO)이나 인듐주석산화물(ITO)이 주로 쓰였지만 이들 물질은 휘어지지 않고 깨지는 성질이 있어 곡면에 설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보급 확산의 한계로 지적돼 왔다.

반면 그래핀은 표면이 액체에 젖지 않아 전지 생산 공정에서 용액 도포 등이 어렵다. 기존 전극 물질에 비해 전기 전도도가 떨어지는 점도 상용화를 위한 과제로 꼽혔다.

연구팀은 그래핀에 수 나노미터(1000억 분의 1m) 두께의 화몰리브덴(MoO₃) 을 입혔다. 그 결과 두 가지 단점이 모두 개선돼 학계 보고 이래 최고 효율인 17.1%의 고효율 전지가 탄생했다.

최만수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향후 웨어러블 전자기기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광센서 등의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성향기 연구원, 안남영 연구원

<사진 서울대>  © 환경데일리 

그래핀은 2004년 영국의가임(Andre Geim)과 노보셀로프(Knostantin Novoselov) 연구팀이 상온에서 투명테이프를 이용해 흑연에서 그래핀을 떼어내어 상온에서 완벽한 2차원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 이들은 그 공로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래핀은 2차원 평면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두께는 0.2nm 정도로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매우 높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의 이동성이 빠르며,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그래핀의 열전도성은 최고의 열전도성을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높고, 대부분의 빛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투명하며, 신축성도 매우 뛰어나다. 따라서 초고속반도체, 투명전극을 활용한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만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고효율 태양전지,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가치가 높아서 꿈의 나노물질이다.


그래핀의 활용에는 넘어야할 큰 두가지의 장애가 있다. 바로 그래핀을 충분한 크기로 만드는 것과,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 하는 것이다. 초창기 그래핀이 발견됐을 때 겨우 수 마이크론(㎛, 100만부의 1m) 크기밖에 만들지 못했다. 물리적인 특성이 우수하다는 사실만 밝혀냈을 뿐 사실상 실용화할 수 없었다.

국내에서 보유한 그래핀 관련 특허출원만 수백여개 가깝다. 그래핀 강국인 미국과 1,2위를 자리싸움을 할 정도다.

그래핀 특허 보유한 기업을 보면, 삼성전자는 250개, 삼성SDI, 삼성전기, 제일모직 등은 240개, LG전자 등은 200개, 성균관대 150여 개, 한국과학기술원 130여 개, 그외 산학 협력단 등이 250여 개를 확보하고 있다. 

▲ © 환경데일리

그래핀 분야의 국내 계보는 이렇다. 2005년 하버드대학 김필립 교수는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2004년 그래핀을 분리하는데 성공,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와 함께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서 2009년에 성균관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홍병희(화학과) 교수와 김근수 박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최재영 박사팀은 또 한번 그래핀의 기술력을 뽑냈다.

이들 연구진은 대면적(大面積) 그래핀 합성법에 대한 논문을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홍 교수팀은 흑연을 쪼개는 기존 생산법과는 달리, 니켈을 촉매로 하고 섭씨 1000도의 고온에서 메탄과 수소가스를 사용한 화학증기증착법으로 가로, 세로 각각 2cm의 그래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 해성디에스가 540*680mm(구리기판 크기 기준, 약 34인치) 크기의 고품질 그래핀을 양산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회사는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춰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해 그래핀의 조기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벌써 5년 전인 UNIST 그래핀 연구센터장 백종범 교수가 '꿈의 신 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의

화학적 구조를 보여주는 모형과 함께 그래핀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 환경데일리 


이 기술 핵심은 급속열처리기술을 이용한 박막증착기법(CVD)으로, 한 번에 총 넉 장의 그래핀을 합성할 수 있다. 그리고 진공 공정 과정에서 빠른 승온과 냉각을 할 수 있는 급속연처리 기술이 적용돼 합성시간을 17분으로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한다. 기존에 한 상의 그래핀을 합성하는데 3~7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그래핀 소재의 시장규모는 2030년까지 매년 22.1% 증가해 세계시장 규모가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우리나라도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그래핀 사업화 촉진 기술 로드맵'을 공동으로 마련, 2025년까지 매출 19조원, 고용 5만 2000여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향후 민관이 협력해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면 2020년까지 85개의 그래핀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계화학적 공정에 의한 안티몬이 도입된 그래핀 제조 모식도 <사진 UNIST>© 환경데일리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그래핀은 반도체 분야에 대한 사용이 가장 적합한 재료로 평가하고 있다.

그래핀은 금속성을 지니고 있어 전류를 차단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래핀과 실리콘을 접합해 장벽의 높이에 따라 전류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해결법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한 신소재를 '배리스터(barrister)'라고 명명했다.

한편 IDTechEx 주최의 그래핀 유럽 컨퍼런스&전시회(Graphene & 2D Materials Europe 2016)에서는 웨어러블 기술과 각종 응용 제품, 상업화의 진전 등에 초점을 맞춘 컨퍼런스 및 전시회인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 각국의 관계자를 만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요 이벤트는 ▲기술개발의 최신 동향과 로드맵 제시 ▲250개 이상 기업의 프레젠테이션, 170여 이상의 전시부스, 25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만날 수 있는 전시회 ▲다양한 동시 개최 이벤트 ▲기업 현장 투어 등이 마련돼 보다 다각적으로 산업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컨퍼런스에서 ▲그래핀 울트라캐퍼시터 ▲그래핀 실리콘 전극 ▲직접 액상 박리(Liquid Exfoliation) 방식 ▲OLED 기술과 그래핀 ▲그래핀 재료의 생산과 응용을 위한 기술 개발 ▲나노카본 재료의 주요 문제점 ▲그래핀 상업화 표준 개발 ▲전기화학적 차세대 그래핀 등에 대해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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