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 13억 톤 음식물 쓰레기 약 170조 ℓ 물 낭비
패스트푸드 만큼 패스트패션 심각, 쉽게 사고 버리는 자제
커피 한 잔도 못마시는 건 지나친 생태근본주의 빠질 우려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레드의 시대는 저물고 그린의 시대가 동텄다. 아웃그린(OutGreen) , 즉 남들 다 더 먼저 더 빨리 그린에 다가서는 개인을 비롯 기업 국가가 생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전한다고, 그러면서 고통스럽고 지루하다"고 강조했다. '코드그린(Code Green)' 저자 명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환경의 키워드를 이렇게 정의했다.
커피 한 잔의 담긴 환경, 삶의 질까지 무너지는가. 한적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실 여유조차 환경이란 굴레때문에 제한을 받아야 하는지 통 알수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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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쓰여지는 물소비량이 꼭 필요한 물소비량인지 단순히 커피 한 잔조차 사치인지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다. 지나친 비약이며 커피 한 잔이 주는 삶의 여유와 심신안정을 주는 효과가 물소비량으 로 비교하는 것은 현대인을 억압하는 테러와 같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 그린피스 © 환경데일리 |
커피마니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커피는 이제 마시지 않는 이들이 없을 만큼 매우 대중적인 기호음료로 자리잡았다. 최근 커피 한 잔 때문에 갑론을박에 휩싸이고 있다.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커피를 즐겨마시는 이들에게 왠 봉창 뜨는 소리인가 싶겠다.
커피 한 잔의 진실공방은 이렇다. 국제환경시민단체 그린피스는 커피 한 잔을 만드는데 물이 200ℓ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은 200㎖에 불과하다.
그린피스는 더 깊숙하게 감춰진 커피의 진실을 들춰냈다. 바로 재배에서 마시고 원두 찌꺼기를 폐기까지 들어가는 물 사용량을 지적했다.
커피콩 재배에서부터 수확, 운반 등의 과정을 거쳐 우리의 커피반에 담기기까지 들어가는 물은 무려 1000배에 달하는 200ℓ라고 못박았다. 200ℓ에 커피 한 잔으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커피뿐만 아니다.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커피 한 잔에서 벗어나 보면 커피 한 잔에 물소비는 눈감아 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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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데일리 |
그린피스는 실생활에 필수인 주방의 냉장고에서 화장실, 심지어 옷장까지 물을 낭비하고 있을 수도 있는 5가지 행동들과, 물을 절약하기 위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풍성하게 쓰는 일상에서 물소비 습관은 어떠한가. 국민들이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 물을 아껴 쓰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을 하는지. 양치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거나 물을 받아놓고 세수를 하는 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안타깝게, 우리가 낭비하는 물의 상당량은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냥 버려지고 있다. 이처럼 환경을 지키는데 그만큼 수고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를 밟아가는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광역시도 자치단체, 학교, 공공기관, 일부 기업, 물절약 시민단체까지 체크리스트를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는 수준이다.
물 발자국은 제품의 원료를 만들 때부터 제조와 유통, 사용과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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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데일리 |
내셔널 지오그래픽는 95%의 물 발자국은 우리가 먹는 음식, 사용하는 에너지, 활용하는 제품 및 서비스 속에 있다고 정의를 내린 적있다.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물이 낭비되고 있나. 요즘 먹방, 쿡방 프로그램으로 온 나라를 들썩이고 있다. 먹거리로부터 풀어내는 내수활성화에 기대감도 있다고 방송사들은 은근슬쩍 프로그램들을 무차별적으로 내놨다. 이를 편승해 블로거, 일반 직장인들은 맛집 탐방을 하나의 트렌드로 여기고 성지순례(?)하듯 앞다퉈 다루고 있다.
최근 영국 유력지 가디언지가 발표한 물소비에 대한 내용은 사실 우리에겐 반갑지 않다.
실제로 1 kg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만5000ℓ의 물이 쓰여진다.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200ℓ의 물 필요는 애교를 봐줄만 하다. 발렌타인데이를 지나 화이트데이때 날개 돋치듯 팔리는 초콜릿은 200g의 달콤함 대신 최대 3500ℓ이 물이 사용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패스트푸드 대명사 햄버거 이야기다. 맥도날드의 쿼터 파운더 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샤워를 30번 할 때 소비되는 만큼의 물이 필요하다. 즉, 육류와 유제품 섭취를 줄인다면 전체적 물 소비량 또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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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데일리 |
내셔널 지오그래픽 역시, 채식주의자 식단을 따른다면 매일 2000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 주장대로 반드시 채식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고기를 먹는 횟수를 조금만 줄여도 많은 양의 물이 절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동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물을 절약할 수 있을까. 곡물 대신 목초를 먹고 자란 쇠고기를 선택한다. 또 항상 식품 운송 시 필요한 물과 에너지 비용을 고려하고, 가급적 가까운 지역(로컬푸드)에서 생산된 식품을 구입하기를 권한다. 도저히 쇠고기 및 유제품 음식을 포기할 수 없다면 한 주일 동안 '고기 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s) 식단을 짜보는 것도 물아껴 쓰는 생활 속 지혜라고 한다.
반대로 우리가 버리는 음식도 언급해보자. 음식을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양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음식을 버릴 때 낭비되는 물의 양이 많다. ABC에 따르면, 우리와 비슷한 호주 가정에서 버려지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매년 80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미국 공영방송 NPR은 매년 버려지는 전 세계 13억 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약 170조 ℓ의 물이 함께 낭비된다고 보도했다.
물 절약은 어떻게 해야 할까. 주부들이 장을 보기 전에 냉장고를 미리 확인해 쇼핑 리스트를 만든다. 남은 음식을 현명하게 재활용한다. 가능하면, 직접 식재료 재배(가족텃밭 혹은 도시텃밭)에 도전해볼 것도 권장한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임으로써 수자원을 보호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에너지는 생산되는 방식에서 상당한 양의 물이 낭비되고 소비되기 때문. 특히 인간중심의 화석 연료(석탄화력발전소, 자동차 연료 등)를 포함한 몇몇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 발전에 비해 더욱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도 해법도 제시되고 있다. 너무 지나치게 온수 사용을 의존하는 생활습관 바꾼다. 집에서 샤위 시간도 지금보다 5분 정도 줄여본다. LED 조명 등 에너지 효율 전구와 전기소비량이 좋은 가전제품을 구매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나라 특성상 공공주택이 많은 아파트 경우 가능하다면 태양광발전, 지열 등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바꿔보는게 멀리 볼때 상당한 이익으로 되돌아 온다. 즉 냉난방 등 관리비에 휠씬 덜 나온다는 점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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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데일리 |
가장 문제가 되는 생활이 필수품이 된 자동차다. 자동차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집에서 세차할 때만 해도 500ℓ 이상의 물이 들어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는, 휘발유 1ℓ를 생산하기 위해 약 18ℓ의 물이 필요하다. 그만큼, 자동차 사용은 우리의 물 발자국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카풀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동차 사용을 줄인다. 고급승용차를 타면서 나홀로 운전자들이 줄지 않는 이유는 고유가시대에서 벗어난 저유가시대에 또다른 악재가 나라 경제까지 흔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하나 세차때 주유소마다 길게 늘어선 차량들을 보면, 수돗물로 세차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지만 재활되는 물인 중수를 쓴다고 해도 에너지는 계속 낭비되고 있다. 물을 아끼는 팁(Tip)으로 자연적으로 세차를 권하고 있다. 비 오는 날까지 기다려 보는 것도 권장하고 있다. 차가 더러운 것을 못참는 이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제안이지만 말이다. 요즘 세차장을 이용한다면 친환경적인 세차장을 사용하는 것도 유도하고 있다.
우리의 옷장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우리의 패션과 쇼핑 습관 역시 많은 물이 버려지고 있다. 환경 잡지 Ensia에 따르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2500ℓ의 물이 사용된다고 밝혔다. 이는 화장실 변기 물을 무려 200번이나 내리는 만큼의 양이라고 하니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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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 필요한 여러가지 음식과 생필품중 소요되는 물소비 사용량을 표시한 물발자국 © 환경데일리 |
이같은 현상에는 패스트푸드처럼, 저가 의류 등이 저성장시대에 더욱 생활속에 파고 들면서 패스트패션 (fast fashion)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습관을 시장논리에 맞기다 보니 자원낭비가 팽배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녹색소비자에게 현명한 에코라이프스타일을 권장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재활용품점을 애용하고, 헐거나 낡아지면 수리해서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특히 마구잡이식 쇼핑에서 벗어난 충동구매를 줄이는 것이 삶의 질을 더 높인다는 한목소리다. 정말로 필요한 물건만 구입한다.
우리의 지구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 하나가 과잉소비와 과잉생산을 막을 수 있다. 이는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을 막을 수 있다.
그린피스와 이런 녹색생활 실천은 모두가 함께 소중한 지구를 지켜주시는 매우 쉬운 일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거칠다. 일부 시민들은 우리의 생명을 지속시키기 위한 식품. 가령 벼 재배 등과 커피같은 기호품의 극단적인 비교는 좀 어폐가 있다는 주장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물소비량 비교분석 © 환경데일리 |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과 소비에 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나친 캠페인이라고 반기를 들었다.
후손들이 삶을 영위할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자면 우리의 욕심을 좀 줄일 필요가 있다. 무조건 반발보다는 우리의 소비행태를 반추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양보할 것은 해야 한다고 주장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커피는 수자원낭비 뿐만이 아닌 한 번 커피농사를 지은땅은 다른 작물농사를 짓기 어려울정도로 땅을 황폐하게 한다.
이런 이유에서 일찍이 고 김수환 추기경은 이 문제를 지적하고 커피마시지않기운동을 펼친 적이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며 지나치게 생태근본주의에 빠지지 말기 조언도 던졌다.
극대적인 반응을 보인 네티즌도 많았다. 커피만 그런 게 아니다. 벼 재배에 얼마나 많은 물이 들어가는지 알면 모든 곡기도 끊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벼도 채소도 고기도 다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라는 것, 굶어 죽으란 소리냐고 지나친 비교"라고 일축했다.
한 네티즌은 "커피콩 때문에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라고 경고성 주장도 꺼냈다.
논리적으로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기본적인 전제로 공리주의는 상식이 아닌 다양한 윤리관 중의 하나다. 공리주의를 가장 잘 써 먹는 애들이 파시스트라고 주장했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던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모두 황폐화된 사실을 언급하고, 커피 재배 때문이 아닌 밀 재배 때문라고 반격했다. 농경은 무엇이든 땅에는 해롭다고 덧붙었다.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샌들 교수는 "환경보호라는 윤리를 인간에게 지구의 부존자원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존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자제심의 윤리"라고 단정지었다.
환경은 늘 절제하는 습관이 몸에 익혀야 비로소 우리 삶이 더 윤택해진다는 사실, 이를 어길 경우 그런 흔적의 증거들이 우리들 곳곳에서 돌출돼 쓰나미처럼 쳐들어온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국가가 정부로부터 생활양식의 근본을 바꿀 만큼 자동차 운행을 금지시키고, 폐기물 배출을 제로화에 의무하고, 먹는 물을 제한하며 하루 몇 시간만 전기를 공급한다며 어떻게 될까.
삶의 질은 풍족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사실, 커피 한 잔에 담긴 갑론을박, 그 이하의 논쟁이 아닌 연결고리는 끊을 수 없는 환경에 소중함을 가치로 여기는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겠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고마운 대자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