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서 사용한 2296 화학물질중 치명적 18종
김영민 기자
sskyman@ecoday.kr | 2015-11-25 19:19:36
건강손상 근로자 대한 반도체산업 안전성 및 신뢰 향상 127개 제안
보험공단 분석 생산직 유산율, 방광염, 피부염이 여성 높게 나와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에 고통을 안겨준 불치병을 앓은 산재근로자들에게 불씨가 커졌다.
11월 25일,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위원장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는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진행한 SK하이닉스 작업장 산업보건 실태에 대한 검증결과와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검증위원회는 2014년에 한 언론에서 제기한 SK하이닉스 직업병 문제에 대해 박성욱 대표이사가 "객관적이고 정밀한 실태조사를 받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회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선정된 외부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위원회이다.
검증위원회는 주요 조사연구결과를 밝혔다.
먼저 SK하이닉스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제품 860종(성분으로는 총 2296물질)을 조사한 결과, 발암성, 돌연변이원성, 생식독성이 있는 물질 18종을 확인했다.
이들 중에 아르신, 황산 등은 생산 공정에서 사용되는 핵심물질이며, 석유계 가스, 나프타, 정제유 등과 같이 장비보수, 세척 등에 사용되는 제품의 성분인 물질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화학물질 성분이나 독성을 알기 어려웠던 영업비밀물질 중 작업자들에게 노출가능성이 높은 제품 위주로 선택 분석한 결과, 총 151개의 화학물질을 새롭게 확인했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독성이 높은 화학물질이 의미 있는 농도로 확인된 경우는 에틸벤젠(함량 3%), 크레졸(4.2%)이었다고 거듭 확인했다.
검증위원회는 노출평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정비작업과 같은 비정형적인 작업, 발암물질 등에 대해 집중했다.
다만 일부 공정에서 포름알데하이드 등 유기 화합물, 비소 등 중금속, x-ray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확인했으나 노출기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공정에서 전자파에 대한 노출이 국외의 전기취급 직종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건강검진자료 분석결과, 생산직 내 근무부서에 따라 사무직에 비해 대사증후군이 2.4~3.2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자료 분석결과 SK하이닉스 생산직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에 비해 자연유산율이 1.3배, 여성 방광염이 1.1배 높았다. 피부염이 여성은 약 1.4배, 남성은 1.3배 더 높았다.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암으로 병가를 신청한 108명을 분석한 결과 갑상선암이 전체의 56.5%인 61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뇌종양(10.2%), 위암(9.3%), 유방암(8.3%) 순이었다. 백혈병 등 조혈기계 암은 5건으로 4.6%였다. 갑상선암의 경우 생산직이 사무직에 비해 남성은 1.2배, 여성은 1.6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암들은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2003년부터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 결과에서도 SK하이닉스 근로자들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에 비해 갑상선암 발생 확률이 남성이 2.6배, 여성이 1.3배 유의하게 높았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뇌종양(악성과 양성을 모두 포함; 남성 1.2배, 여성 1.5배), 백혈병(남성 1.2배, 여성 2.0배), 남성 비호지킨림프종(1.3배) 등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보다 발생률이 높았다.
검증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다수 확인했으나, 발생기전이 복잡한 암이나 발생률이 극히 낮은 희귀질환들은 질환의 특성상 인과관계 평가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려움을 확인했다.
검증위는 따라서 질병발생의 원인이 되는 유해인자에 상당한 수준의 노출이 있음을 확인하는 방식은 반도체 직업병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근로자의 심각한 질병들에 대해, '인과관계 확인'을 유보하고 건강손상 근로자들의 치료와 일상유지에 필요한 기본수준을 지원하는 '포괄적 지원보상체계'를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원대상자로는 재직자만이 아니라 질병에 따라 협력업체 재직자와 퇴직자, 자녀도 포함시키도록 했다. 지원 대상 질환으로는 반도체 산업과 조금이라도 상관성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암을 포함시켜, 누락 가능성을 없애고 지원대상자를 최대화했다.
구체적으로는 갑상선암, 뇌종양, 위암, 전립선암, 직장암, 악성 흑색종, 유방암, 췌장암, 난소암,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폐암 및 호흡기계 암, 비호지킨 림프종, 기타 조혈기계 암 등이다.
또한 자연유산과 복지지원대상 질환이라는 이름으로 희귀난치성질환(다발혈관염 육아종증, 전신성 홍반루푸스, 전신경화증, 쇼그렌증후군,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파킨슨 병, 다발성경화증, 특발성 폐섬유증), 불임, 자녀의 소아암과 선천성 심장기형 및 희귀난치성질환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검증위원회는 개선과제도 제안했다. 반도체산업이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걸맞게 최고의 산업보건안전 시스템을 갖추는데 필요한 과제들을 망라한 것.
화학물질 및 작업환경 분야가 66개, 건강영향관리 분야가 25개, 산업안전보건 및 복지제도 분야가 36개 등 총 127개다.
이번 SK하이닉스의 검증위원회의 경험과 제안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고, 나아가 근로자 질병에 대한 사회적 보장의 확대, 산재보험 개혁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다소 늦었던 것은 포괄적인 병리적인 검사는 물론 시스템 전반에 걸쳐 치밀하게 조사하기 위해서였고, 다소 미진한 결과라고 해도 향후 반도체 근로자들에게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SK하이닉스 화학물질 유해성과 근로자간의 직간접적인 실체조사는 최태원 회장께서 직접 챙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촘촘하게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시한 중요한 안건"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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