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창녕교육원 정정식 교수 |
[환경데일리 온라인팀]코로나19 초기 우리 사회는 소위 '마스크 구매 대란'을 겪었다. 마스크 가격은 10배 이상 뛰고 사재기로 인해 마스크 품귀현상이 지속되었다. 마스크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생산량의 10%로 수출을 제한하고 국민 1인당 1일 구매 수 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2021년에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하였다.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화물 차주들이 새벽부터 주유소에 줄을 써야 했다. 주로 농업용, 산업용, 경유(디젤) 차량용으로 쓰이는 요소는 경제성 때문에 2010년대 초부터 중국 내의 석탄으로부터 주로 생산되어 왔다.
2021년 중국 내 석탄이 부족해지자, 중국 정부가 석탄과 요소 등 석탄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물질의 생산과 수출을 통제함에 따라 요소 수입량의 97%를 중국에 의존한 우리나라에서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만약 전쟁이나 무역 분쟁으로 우리가 날마다 먹는 식량수입이 중단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무역을 통해 안정적으로 곡물들이 공급되고 있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세계정세의 변화로 곡물수입이 중단된다면 우리의 생활은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그 파급효과는 마스크 대란이나 요소수 사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클 것이다.
이처럼 식량은 인간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원천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위험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식량안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식량안보의 확보는 국가 이익과 생존 측면에서 매우 결정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오늘 우리의 식량안보 수준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선 '자급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곡물자급률'은 사람과 가축이 먹는 식량(사료 포함) 가운데 어느 정도를 국내에서 생산하느냐를 보여주는 통계이고 '식량자급률'은 사람들이 먹는 식량 가운에 어느 정도를 국내에서 생산하느냐를 알려주는 수치이다.
한국의 2021년 곡물자급률 20.9%, 식량자급률 44.4% 수준이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해당한다. 그나마 쌀은 곡물자급률, 식량자급률 84.6%(2021년 기준)로 선방하고 있다.
쌀은 사료용이 없기 때문에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쌀을 제외한 다른 곡물의 자급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빵, 스파게티 등 식품 기호 변화에 따라 국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밀은 2021년 기준 99%를 해외에서 수입했다.
식량 자급률은 고작 1.1%에 불과하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0.7% 수준이다. 식품과 식용유 등의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의 식량자급률은 4.2%, 곡물자급률은 0.8%로 매우 낮다.
콩의 식량자급률은 23.7%, 곡물자급률은 5.9%로 그나마 자급률이 높은 편이다. 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식량안보에 취약 하다는 뜻이다. 이는 그 동안 흉년이 들거나 세계 곡물파동이 일어나면 반짝 걱정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조치 없이 모두 잊어버리는 일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부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요 품목에 대해서 소비량의 일정 비율을 비축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농업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향상하고 식량 수입국 다변화, 식량 저장 및 유통체계 강화 등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내 농업생산 증대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농산물 가격 안정, 공익직불제 확대 등 농업인들이 경작할 수 있는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식량대란'이라는 큰 비가 오기 전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속적 정부정책 추진으로 식량·곡물자급률 증대라는 든든한 우산의 준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