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교육원 정정식 교수
▲농협중앙교육원 정정식 교수 |
[환경데일리 온라인팀]지난 21일 충남 천안 봉강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확진됨에 따라 가금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확진된 것은 2018년 2월 1일(충남 아산 곡교천)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그 당시 140개 농장에서 653만9000마리가 살 처분 됐다. 올해도 과거와 같은 농장 확진 행렬이 이뤄질 경우 또 다시 대규모 살 처분 조치가 시행될 수 있어 농가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
조류독감은 닭·칠면조 등 야생 조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야생멧돼지 등 감염원과 직간접 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신속한 초동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발생지역 반경 10㎞ 내 3개 시군(천안, 아산, 세종)에 있는 철새도래지에 축산차량 진입을 금지하고, 인근 소규모 농장은 다른 농장의 가금을 구입 판매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 등을 실시된 상태다.
또한 언제든지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전국 모든 농장에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사람도 드물지만 감염된 가금류나 그 배설물과 직접적으로 접촉했을 때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 12월부터 2013년까지 베트남·태국·중국·인도네시아·이집트 등에서 648명이 고병원성 AI에 감염됐고, 그중 384명이 사망했다. 현재까지 국내 감염 환자는 없으나, 질병관리본부는 사람이 조류독감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34.7%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류독감에 감염되면 기침이나 호흡 곤란 등 호흡기 증상과 발열·오한·근육통이 생긴다. 일반적인 독감과 증상이 비슷하나, 급성으로 진행되면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하는 조류독감 감염 예방 수칙에 따르면, 손 씻기·양치질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기침할 때는 입을 가리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을 되도록 방문하지 않아야 한다. 닭·오리·계란 등을 75도에서 5분 이상 조리하면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사멸하지만,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관할 지역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조류독감은 구제역 등 다른 동물질병과는 달리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도 어렵다. 수많은 혈청청이 존재하는 데다 바이러스 자체의 변이도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특정 백신접종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금사육 농가에서 출입통제, 소독 등을 강화하고 다른 농장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유일한 사실상 예방 수단인 셈이다.
현대식 양계장은 닭과 오리를 좁은 우리에 가두거나 혹은 일정 공간 내에 빽빽하게 몰아넣고 대규모로 사육한다. 개체밀도가 워낙 높기에 이 중 일부라도 전염성 질병을 앓는 경우, 질병은 순식간에 전 개체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제적 효율'을 위해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정말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