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센트루루스’ 아과가 생태계 독점… 쥐라기 후기 해안 환경에 특화
- 스페인, 세계적인 스테고사우루스 연구 거점으로 입지 굳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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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억 5,000만 년 전, 쥬라기 후기 이베리아 반도의 동부 해안가를 누볐던 거대 공룡 스테고사우루스류가 단일한 혈통을 유지하며 해당 생태계를 독점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는 과거 이 지역에 다양한 계통의 스테고사우루스가 공존했을 것이라는 학계의 기존 관념을 뒤집는 결과로, 고생물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스페인 디노폴리스 재단(Fundación Dinópolis) 연구진이 주도한 이번 조사는 테루엘(Teruel) 주의 엘 카스테야르, 리오데바, 모라 데 루비엘로스 및 발렌시아 주의 알푸엔테 등지에서 발견된 화석 기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했다. 연구진은 수십 년간 축적된 기존 화석 데이터에 최근 새롭게 발굴된 표본들을 결합하여 정밀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이베리아 동부 지역에 서식했던 스테고사우루스류는 모두 ‘다센트루루스(Dacentrurinae)’ 아과라는 단일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다센트루루스’ 속이 해당 계통의 가장 대표적인 주인공으로 지목되었다. 이번 연구는 이들이 단순히 해당 지역에 거주한 것을 넘어, 다른 계통의 침범 없이 독보적인 생태적 지위를 점유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서식 환경에 따른 종의 분리다. 연구진은 이베리아 동부에서 다센트루루스 아과가 압도적으로 많이 발견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 흔히 보이는 여타 스테고사우루스 계통이 이곳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생태적 적응’의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당시 이베리아 동부는 오늘날과는 사뭇 다른 해안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다센트루루스 계통은 이러한 해안 환경에 특화되어 번성했다는 것이다. 반면, 동시대의 다른 스테고사우루스 그룹들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의 대륙성 환경을 선호했기에 서식지가 명확히 구분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뼈를 발견한 것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연구팀은 특히 발렌시아의 로스 세라노스(Los Serranos) 지역에서 발견되었던 역사적 가치가 높은 화석들을 최신 비교 해부학적 방법론을 통해 재조사했다.
이를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학계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어 온 ‘단일 계통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오래된 화석 속에 숨겨져 있던 세부적인 해부학적 특징들이 현대의 정밀 분석 기술과 만나면서, 과거의 가설이 비로소 확고한 정설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스페인은 이번 연구를 통해 스테고사우루스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스페인 전역에서 발견되는 방대한 양의 골격 화석과 정교하게 보존된 발자국 화석(흔적 화석)은 당시 공룡들의 이동 경로와 진화 과정을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되고 있다.
특히 테루엘 지역은 유럽 내에서도 쥐라기 공룡 진화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요충지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진은 "스페인의 풍부한 화석 기록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특정 종이 어떻게 특정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연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쥐라기 후기 유럽 대륙의 생물 지리적 구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단일 계통이 특정 환경을 지배했다는 사실은 당시 이베리아 반도가 지녔던 지질학적 고립성이나 독특한 식생 환경을 유추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학계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화석 기록이 풍부한 지역일수록 기존 데이터를 끊임없이 재검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앞으로 다센트루루스 아과가 어떻게 해안 환경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번성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생태학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후속 연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스페인 연구진의 이번 성과는 국제 고생물학계의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되어, 중생대 공룡의 다양성과 분포에 대한 논의를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