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내 유조선 밀집, '생태계 시한폭탄' 경고
- 군사 활동의 탄소 배출, 기후 위기 대응의 '사각지대' 지적

(C) Telemadrid
이란 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지 불과 수주 만에, 그 파장이 단순한 지정학적 위기를 넘어 돌이킬 수 없는 환경 재앙으로 확산하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폭격과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정체 현상은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해양 생태계 중 하나인 페르시아만을 사상 초유의 오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기를 뒤덮은 독성 구름과 '검은 비'의 역습
지난 3월 8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유류 저장 시설과 에너지 인프라 피격으로 발생한 거대한 오염 구름에 갇혔다. 시설 화재로 분출된 고농도의 유독 화합물은 대기 중 수증기와 결합하여 '독성 강우'가 되어 도심에 쏟아졌다.
갈등 및 환경 관측소(CEOBS)의 연구원들은 이러한 산업 시설 파괴가 단기적 피해를 넘어 장기적인 환경 침착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 '검은 비(Lluvia Negra)'에 따르면, 대기 중으로 방출된 독성 입자들은 도로, 지붕, 배수 시스템 등 도시 전반에 침전되고 있다. 이는 결국 토양으로 침투해 농작물을 오염시키고 식수원을 위협하는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특히 이 지역에 빈번한 황사와 먼지 폭풍은 지면에 가라앉은 오염 물질을 다시 공중으로 비산시켜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호흡기 노출 위험을 안겨주는 '2차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180억 리터의 원유가 갇힌 '생태계 시한폭탄'
환경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임계점은 세계 에너지 혈류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좁은 해로는 현재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거대한 '해상 화약고'로 변모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해협 인근에는 공격의 위험을 피해 저속 운항하거나 대기 중인 유조선이 약 90척에 달한다. 이들 선박이 적재한 원유의 양은 총 180억 리터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로 추산된다. 만약 무력 충돌 과정에서 유조선이 피격되거나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페르시아만 특유의 폐쇄적인 지형 특성상 오염 물질이 정체되어 해양 생태계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
이 해역은 희귀 해양 포유류의 이동 경로이자 고유종들의 서식지다. 노르웨이 기상 연구소의 데이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대규모 유출 발생 시 해류를 타고 확산된 기름띠는 인근 연안 국가들의 모든 해수 담수화 시설과 어업 자원을 마비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군사 부문의 탄소 발자국
이번 갈등은 현대 전쟁이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 부문은 여전히 국제적인 배출 규제의 성역으로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 군사적 배출량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1992년 교토 의정서 보고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2015년 파리 협정에서도 자발적 보고 사항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군사 활동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0.5%에서 1.3% 사이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방부의 경우, 2021년 기준 미 연방정부 전체 배출량의 약 76%를 차지할 만큼 막대한 화석 연료를 소비하고 있다.
전쟁은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인류가 의존하는 생태계의 기초를 무너뜨린다. 군비 경쟁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원과 화석 연료는 기후 변화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할 기회비용을 앗아가고 있다.
환경 운동가들은 "군사 기계화에 투입되는 모든 자원은 지구 온난화 대응을 위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분쟁 지역의 환경 파괴에 대한 국제적인 모니터링과 책임 추궁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페르시아만의 푸른 바다가 검은 기름과 독성 먼지로 물드는 현재의 비극은, 전쟁의 대가가 단순히 영토나 정치적 승리에 그치지 않음을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