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서 7.22m 거대 피톤 포획… 세계 최장 야생 뱀 기네스 등재

고용철 기자 / 2026-03-18 03:46:27
- 몸무게 96.5kg의 암컷 그물무늬피톤, ‘이부 바론’으로 명명
- 서식지 파괴로 인한 인간과의 갈등 속 보호와 공존의 상징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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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정글 깊은 곳에 존재한다고 전해 내려오던 ‘괴물 뱀’의 전설이 현대 과학의 정밀한 측정과 기록을 통해 실체로 증명되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발견된 거대 그물무늬피톤이 세계에서 가장 긴 야생 뱀으로 공인받으며 기네스 세계 기록(Guinness World Records)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6년 3월 17일 공식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마로스(Maros) 지역에서 포획된 암컷 그물무늬피톤(Malayopython reticulatus)이 7.22m의 길이를 기록하며 종전의 모든 비공식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부 바론(Ibu Baron, 남작 부인)’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뱀은 몸무게가 96.5kg에 달하며, 측정 당시 위 속에 최근 섭취한 먹이가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다. 7.22m라는 수치는 일반적인 아파트 거실 길이를 상회하며, 쇼핑 카트 6개를 일렬로 세운 것과 맞먹는 길이다.

 이번 측정은 지난 1월 18일, 뱀 전문가 디아즈 누그라하(Diaz Nugraha)와 자연 탐험가 라두 프렌티우(Radu Frentiu)의 주도하에 엄격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었다. 그간 거대 뱀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으나 사진이 불분명하거나 측정 방식이 신뢰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부 바론은 몸의 곡선을 따라 줄자를 밀착시키고 여러 명의 인원이 보조하는 전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여 과학적 엄밀함을 확보했다.

기존 야생 개체의 최장 기록은 1990년대 후반 보르네오에서 발견된 6.95m의 암컷이었다. 이부 바론은 이 마의 7미터 벽을 깨뜨리며 생물학적 가치를 입증했다.

이부 바론의 발견은 자칫 비극으로 끝날 뻔했다. 2025년 말 마로스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주민들은 거대 뱀에 대한 공포와 가죽 및 고기를 노린 경제적 이득 때문에 사살을 고려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농촌 지역에서는 큰 뱀이 가축이나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빈번하여 발견 즉시 살처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환경보호 활동가 부디 푸르완토(Budi Purwanto)가 개입하며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그는 사비를 들여 주민들로부터 뱀을 사들인 뒤, 자신이 운영하는 사유지 내 넓은 보호 시설로 이송했다.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갈등을 줄이고 희귀한 개체를 보호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형 뱀들이 마을 근처로 내려오는 주요 원인으로 '서식지 파괴'를 꼽는다. 누그라하는 "무분별한 벌목과 야생 돼지, 소형 우두류(발굽 동물)에 대한 밀렵으로 인해 뱀들의 천연 먹이가 급감했다"며 "생존을 위해 마을의 개나 염소 등 가축을 노리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물무늬피톤은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 균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설치류부터 원숭이, 사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냥을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며, 이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나 유해 동물의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를 낳는다.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종을 '관심 대상(Least Concern)'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실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국제 가죽 시장의 수요와 외래 반려동물 거래로 인해 대형 개체들이 우선적으로 포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부 바론과 같은 거대 암컷이 사라질수록 종의 유전적 다양성과 생태적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탐험가 프렌티우는 "이부 바론이 단순한 기록 경신의 대상이 아니라, 술라웨시 숲이 여전히 품고 있는 생명력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 거대 뱀을 죽여 가죽을 얻는 대신, 생태 관광이나 교육 프로그램의 자원으로 활용하여 지역 사회에 수익을 환원하는 '공존의 모델'을 제안했다.

이번 기록 등재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호구역 내 사냥 금지는 물론, 가축용 우리를 더욱 견고히 설계하여 뱀과의 접촉을 사전에 차단하는 현실적인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부 바론은 현재 인간의 보호 아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괴물'에서 '보호의 상징'으로 거듭난 이 7.22m의 거인은, 인간이 야생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네스 공식 발표 이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부 바론의 이야기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뉴스를 넘어 현대 생태 보존의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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