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네덜란드 등 인위적 물 순환의 한계 노출, 2027년 환경 목표 달성 '불투명'
- EU, 2030년까지 물 효율 10% 향상 목표… "풍요의 시대 끝나고 제한된 자원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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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륙이 기후변화와 수자원 오남용으로 인한 심각한 '물 위기'에 직면했다. 과거 풍요로운 수자원을 바탕으로 성장을 구가했던 유럽은 이제 수자원 시스템의 구조적 붕괴를 경고하며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2026년 3월 24일, 유럽위원회(EC)와 유럽환경청(EEA)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영토의 20%, 전체 인구의 30%가 이미 상시적인 물 부족의 영향권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 연합(EU)이 설정한 2027년 수질 및 환경 개선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물 문제가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경제·사회적 생존의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 수자원 위기의 본질은 기후변화라는 외부 압력과 수십 년간 이어온 잘못된 토지·수자원 관리가 결합된 ‘시스템적 실패’에 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유럽은 경제 발전을 위해 강줄기를 운하화하고, 습지를 매립하며,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추출해 왔다. 특히 도시화 과정에서 진행된 지표면의 불투수 포장은 토양이 빗물을 머금고 여과하는 자연적인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스페인과 네덜란드 같은 국가들은 인공적인 수로와 댐 등 인프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자원 구조를 갖게 되었다. 자연적인 완충 능력이 사라진 시스템은 가뭄이나 홍수 같은 기상 이변이 발생했을 때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곧바로 재난으로 이어지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물 순환의 동맥경화"라고 지적한다.
수요 측면에서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유럽 전체 물 소비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농업 부문은 수자원 고갈의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수자원이 제한적인 남유럽 지역에서 집약적 농업이 지속되면서 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물 파산(Water Bankruptcy)'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용수 수요와 관광객 급증에 따른 용수 부족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국토의 74%가 사막화 위험에 처해 있으며, 질산염 오염으로 인한 수질 악화와 하수 처리 미비로 인해 EU로부터 반복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해안 지역에서는 관광 시즌마다 물 수요가 폭증하며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실정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EU는 2025년부터 물 문제를 핵심 정치·경제 의제로 격상시켰다. 핵심 전략은 단순히 댐을 더 짓는 식의 공급 확대가 아니라, 기존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수요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2030년까지 물 사용 효율을 최소 10% 이상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하수 재이용 기술 도입, 토양의 수분 보유 능력 복원, 산업용수 폐쇄 루프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소모가 큰 해수 담수화 기술 역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이는 지속 가능한 전략의 보조 수단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유럽투자은행(EIB)은 2027년까지 수자원 인프라 현대화 및 복원 사업에 150억 유로(약 21조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이번 위기가 기술적인 해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자원을 '당연히 주어지는 무한한 자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나누어야 할 한정된 전략 자원'으로 인식하는 시민 의식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유럽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제 중요한 것은 대륙에 물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가 아니라, 남은 물을 어떻게 분배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이라며, 물 위기가 향후 유럽 내 지역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유럽이 추진하는 이번 '수자원 대전환'이 과연 2027년의 환경적 파국을 막아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