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지하올빼미’의 1년여 여정, 스페인에서 마이애미 고향 품으로

고용철 기자 / 2026-03-25 04:35:39
- 2025년 크루즈선 타고 대서양 건넌 올빼미 두 마리, 국제 공조 끝에 송환
- 스페인 보건 당국 및 미 야생동물 보호국 협력… 3월 12일 야생 방사 완료

(C) ecoticias.com


대서양을 건너 스페인까지 의도치 않은 여행을 떠났던 두 마리의 ‘지하올빼미(Burrowing Owl, 학명: Athene cunicularia)’가 마침내 고향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자연 품으로 돌아갔다. 작년 초 우연히 선박에 몸을 실은 지 약 1년 1개월 만의 귀환이다.

이번 송환 작전은 국경을 넘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스페인과 미국 정부 및 환경 단체가 긴밀히 협력한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25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마이애미항을 출발해 스페인으로 향하던 한 대형 크루즈선에서 두 마리의 작은 올빼미가 발견되었다. 마이애미 인근에 서식하던 지하올빼미들이 정박 중인 선박에 잠시 내려앉았다가 배가 출항하면서 본의 아니게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대서양 횡단 여정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항해 도중 지친 기색이 역력한 올빼미들을 발견한 승무원들은 이들의 생존을 위해 안전하게 포획했으며, 선박이 스페인 카르타헤나(Cartagena)항에 입항할 때까지 정성껏 돌봤다.

스페인에 도착한 직후, 올빼미들은 즉시 무르시아(Murcia) 지역의 야생동물 전문 센터로 이송되었다. 정밀 검사 결과, 두 마리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했으나 야생 개체임을 증명하는 인식 표식(태그)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이들은 보다 전문적인 케어를 위해 톨레도(Toledo)에 위치한 특수 구조 센터로 옮겨져 약 1년간 머물게 되었다.

스페인 당국은 올빼미들이 스페인 생태계에 유입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교란을 방지하고, 멸종위기종에 준하는 해당 종의 보호를 위해 미국 측과 송환을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복잡한 검역 절차와 국제 항공 운송 준비가 완료되자, 올빼미들은 비행기를 통해 다시 마이애미로 이송되었다. 미국 땅을 밟은 후에도 질병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엄격한 격리 기간을 거쳤으며, 마침내 지난 3월 12일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원래의 서식지인 자연 습지로 방사되었다.

지하올빼미는 일반적인 올빼미와 달리 땅속 구멍에 둥지를 틀고 생활하는 독특한 습성을 지닌 소형 맹금류다. 최근 서식지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어 각국의 보호를 받는 종이기도 하다.

이번 사례는 국제 물류 및 관광 활동이 의도치 않게 야생동물의 서식지 이탈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모든 예기치 못한 여행이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성공적인 송환은 국가 간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보호 프로토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두 마리의 올빼미는 이제 익숙한 마이애미의 땅속 둥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간의 실수로 시작된 긴 여정이었으나, 결국 인간의 배려와 협력을 통해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 셈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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