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혁신 발원지 서울혁신파크의 3가지 제안

온라인팀 / 2017-06-02 09:49:50
서울혁신센터 사업지원단 윤찬영

[환경데일리 온라인팀]새 정부가 들어선 지 20여 일이 지났다. 정부의 부재라는 밑바닥을 경험했던 ‘기저효과’ 탓일까, 짧은 기간 우리에게 전해진 사회 변화의 폭이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게 있다. 박근혜 정부를 물러나게 한 것도, 새 정부를 세운 것도 시민이었다는 사실이다. 없던 것이나 다름없던 정부가 다시금 세워진 건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어쩌면 지금 새 정부가 하는 일들은 일국의 정부라면 마땅히 해왔어야 했던 일들일지 모른다. 그러니 우리가 오랜 시간 안고 살아왔던 숱한 문제들을 새 정부가 간단히 해결해주리란 기대는 섣부를 수 있다. 지금껏 우리를 둘러싼 그 많은 문제가 풀리지 않았던 이유가 전 정부 탓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현안 중 일부는 현재의 체계나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어느 혁신가의 말은 그래서 새겨볼 만하다. 우리는 국가도 시장도 만능일 수 없는 시대를 살아온 지 오래다. 2017년 오늘, 우리가 기대를 걸어야 할 것은 새 정부가 아니라, 거대한 촛불의 물결로 국가권력을 바꾼 우리 자신, 바로 시민의 힘 아닐까.


국가와 시장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흐름이 바로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이다. 오랫동안 국가도 시장도 풀지 못했던 숱한 사회적 난제들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다.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집단의 힘으로 창의적 해법을 찾아 나서는 것. 이 모든 여정을 이끄는 건 어디까지나 시민이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2010년, '스마트하고, 지속 가능하며 포괄적인 성장'을 목표로 한 '유럽 2020 전략(Europe 2020 Strategy)'을 내놓으면서 바로 이듬해에 'Social Innovation Europe(SIE)'을 창립했다. 유럽 전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사회혁신이 벌써 유럽의 범국가적 어젠다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2015년 '서울혁신파크'를 세웠다. 그리고 이곳을 사회혁신의 허브로 삼아 한국에 사회혁신의 생태계를 조성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서울특별시 서울혁신파크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서울혁신파크가 수행하는 기능'을 이렇게 정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가 수행하는 기능은 ▲사회문제 대한 혁신적 해법 도출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 및 비즈니스 모델 연구 ▲혁신인재 양성 및 그에 필요한 지원체계 구축 ▲혁신 기관, 단체 또는 기업 등의 집약적 육성체계 구축 ▲사회혁신 성과 대한 모델의 국내외 확산 ▲사회혁신에 대한 전시, 체험 공간 및 기회 제공 등을 담겨져 있다.


서울혁신파크가 수행할 첫 번째 기능은 '사회문제에 대한 혁신적 해법 도출'이다. 이를 위해 파크에 입주해있는 100개가 넘는 단체들과 1000명이 넘는 혁신가들이 날마다 새로운 시도들을 해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서울혁신파크는 서울시가 안고 있는 여러 도시 문제를 해결할 사회혁신 프로젝트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2016년에 '내가 바꾸는 서울, 100일의 실험'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6개의 리빙랩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올해도 '2017 사회혁신×리빙랩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15년 시작한 '작당시작'서울혁신파크 내 혁신단체를 대상으로 한 공모 사업도 파크의 조성 목적에 맞게 '사회문제에 대한 혁신적 해법 도출'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규모를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올해 '서울 리빙랩'과 '서울혁신파크 사회혁신 프로젝트'사업은 개별 프로젝트 당 최소 4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 지역 기반 리빙랩 의 실험비를 지원한다.

시민 주도의 사회혁신 영역에서는 광역지자체 가운데 서울시가 가장 앞서있는 게 사실이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대구시 대구 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와 포항시 포항테크노파크 가 올해 서울시의 뒤를 이어 사회혁신 프로젝트 공모에 나선 정도다. 그러나 서울시도 사회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해 리빙랩 공모를 진행하며 아쉬웠던 점들 몇 가지를 꼽아보았다.


먼저, 시민 아이디어 발굴부터 혁신적 해법 창출과 정책화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 또는 지방정부의 지원체계가 아쉽다. 자금 지원만으로는 지속, 확산 가능한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그럴듯한 정책 모델로 키워내는 일은 마치 거친 다이아몬드 원석을 캐내어 다듬는 일과 같다. 그만큼 여러 분야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회혁신 실험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분야별 전문가 집단을 꾸리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정책화 단계까지 뒷받침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의미 있는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곳에서 벌어지는 사회혁신 프로젝트들을 서울시의 각 부서와 지자체들이 공유하는 일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선정 단계서부터 각 부서 및 지자체들과 소통이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몇 개월 동안 힘들게 만들어낸 프로토타입이 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지는 건 크나큰 사회 손실이다. 유럽에서는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기관과 각 지자체장과의 파트너쉽이 형성돼있기도 하다. 실험으로 만들어진 해법 프로토타입 을 민과 관, 기업과 학계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일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어렵게 진행된 사회혁신 프로젝트들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고 새로운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으로, 시민이 사회문제 해결에 과학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이 미미한 점이 아쉽다. 과학기술은 사회혁신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다. 앞서 소개한 서울혁신파크의 프로젝트에도 VR 기술을 비롯해 무선센서와 배터리팩 재생 기술 등이 활용됐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떠들썩한 오늘날에도 평범한 시민이 직접 필요한 기술을 찾아 활용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그나마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민생활연구 포럼'을 개최하는 등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 반갑다. 한국의 앞선 과학기술 역량이 사회혁신과 만날 때 사회혁신 생태계도 더 역동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정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회혁신의 길은 시민과 행정이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가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지자체는 아직도 뒷짐 지고 지켜보기 일쑤다. 금천구 공유주차 실험의 성공 뒤에는 전국 첫 시민공모 민간인 동장 독산4동 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더불어 지방정부도 지역마다 사회혁신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인식과 자세를 바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시민과 행정이 어우러지는 협치의 시대에 어울리는 행정의 역할이 아닐까.


새 정부에 '사회혁신수석'이 신설되고,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그 자리에 앉았다. 신임 하 수석은 지난해 10월 리빙랩 실험 현장이던 독산4동 시흥대로 126길 골목을 찾아 이탈리아 에치오 만치니 명예교수 등과 '골목대담'을 진행했다. 그는 당시에 "주민들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실험"이라면서 "공동의 의사결정을 해보는 경험이 쌓이면, 앞으로 더 많은 기획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시민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새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사회혁신은 사람을 위한 것이자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바로소(Barroso) 전 위원장의 말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새 정부가 부디 이 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글 서울혁신센터 사업지원단 윤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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