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북극의 충격 스토리

김영민 기자 / 2015-10-08 10:46:47
그린피스,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 고래들 위기 고발
석유탐사 위한 공기총 발포 북극 고래 위협 5가지
장기간 소음 노출된 흰돌고래 부신수질호르몬 등 크게 증가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바다 생태계의 중심추는 단연 고래다.

점점 해수면 온도 상승과 더불어, 해양 오염이 극심해지고 있고, 범람하는 폐스티로품의 가루들의 바다 생물들의 아가미를 걸쳐 천천히 죽게 하는 산업의 부산물들이 오대양을 덮고 있다.

해양 생태계 가치는 평가조차 불허다.

이런 가운데 지구의 북극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이 앞다퉈, 북극을 파해치고, 갈아엎고 빙하들을 녹이고 있다.


"제트 엔진보다 8배 큰 소리로, 10초에 한 번,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폭발음이 계속된다. 도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가만히 있을 분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의 장면, 바다속을 향해 탄성파 공기총을 쏘고 있다. 결과는 뻔하다. 개천에 돌틈바구니에 숨은 작은 고기

를 잡는다고 큰 돌로 내려치면 고기들이 기절해 둥둥 뜬 것처럼, 엄청난 소음으로 발사되는 폭발음은 사람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 환경데일리 

지금 북극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단지 북극의 바다에 숨겨진 석유를 찾기 위해 벌어지고 있는 일.

석유탐사를 위해 불가피하게 깊은 해저에 발사하는 탄성파 공기총은 엄청난 소음을 내며, 이는 북극의 고래들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shale gas) 시추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석유시추가 왜 위험한지 증거를 찾기 위해서는, 멀리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없다. 

석유회사인 BP사의 석유 분출 사고나 엑슨 발데즈호의 유출 사고 모두 주변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남겼지만, 두 회사 모두 사고의 피해를 수습하지 못했다. 하지만 석유와 관련된 재난은 단지 유출 사고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탐사, 시추, 수송, 소비에 이르기까지 화석연료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물론 환경적으로도 커다란 위험성을 안고 있다.


최근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석유 탐사를 위한 탄성파 공기총 발포가 북극의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기존의 과학적인 데이터를 모아 보고서를 발행했다.

▲ © 환경데일리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바로 청력 상실이다. 탄성파 공기총 발포는 굉장히 시끄럽다. 표면에서 260데시벨을 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제트엔진의 소리보다도 8배나 크며 지상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에까지 들릴 정도다. 260데시벨(db)는 사람의 고막을 터뜨릴 수도 있는 크기의 소음이다.

이러니 고래가 견디겠는가. 고래들은 사람들보다 훨씬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바다 속의 탄성파 공기총 발포는 고래들이 일시적으로,또는 영구적으로 청각을 상실하게 만든다.

 
고래들은 음파탐지를 통해 활동하기 때문에, 청각상실은 길을 찾거나 다른 고래들과 소통하고 먹이를 찾는 등 고래의 일상적인 활동에 큰 지장을 준다.

일각돌고래들은 탄성파 공기총 발포에 가장 민감한 동물이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쉽게 도망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폭발 소리에 헤엄을 멈추고 가라앉는 반응을 보인다. 이는 석유를 찾기 위해 공기총 발포를 하는 지역 근방에 살고 있는 고래들이 소음 때문에 청각 손상은 물론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 © 환경데일리

또 얼음 함정이다.


과학자들은 최근 일각돌고래들이 세 차례나 '얼음 함정'에 갇혀버린 사건들이 탄성파 공기총 발포와 관련됐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일각돌고래들은 기후에 민감해 계절에 따라 이주를 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발포 소음 때문에 일각돌고래들의 이주가 중단된 것으로 판단된다. 고래들이 이주를 미루는 사이 얼음들이 다시 얼어붙었고, 결국 겨울의 얼음 바다에 갇혀 죽음뿐이다.
 
또 하나는 '들리지 않는 고래의 노래', 고래들의 노래는 아름답고 신비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고래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다. 과학 연구 기록에 따르면, 고래들은 탄성파 공기총 발포가 일어나는 동안은 거의 노래를 하지 않거나 아예 동시에 노래를 멈춰버린다. 몇몇 고래들은 폭발 소음이 멈추면 몇 시간 후에 다시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다른 고래들은 회복하는 데 며칠이 걸린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 발포 소음으로 인해 고래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역시 증가하고 있다. 탄성파 공기총 발포는 스트레스 호르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장기간 폭발 소음에 노출된 흰돌고래들의 부신수질호르몬, 부신호르몬, 도파민의 평균 수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세 가지 스트레스 호르몬은 소음이 커질수록 증가하며, 심지어 소음이 멈춘 뒤 한 시간이 지나도 증가한 상태가 유지되기도 한다.

▲ © 환경데일리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생리적 변화는 면역 체계를 저하시키거나 동물들의 건강을 손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보고서를 발표한 독립적 과학자들은 추가 데이터 및 개선책이 개발될 때까지,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해 북극과 같은 민감한 지역에서 지진 발파를 멈출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그린피스 해양 보존 수석 연구원인 올리버 부아소 박사는 "이것은 북극에서 실행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지진 발파가 손상되기 쉬운 북극의 생태계와 고래들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한 경고"라며. "지진 발파 소음이 민감한 북극의 생물들, 특히 일각돌고래들에게 단기적, 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자료와 지식은 부족하고 한정돼 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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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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