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저수지,연못, 생태습지까지 토종밀어내고 토종화
외래종 토종 밀어낸 실정, 환경부 지자체 퇴치 한계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늦저녁, 공원 산책길에 밤하늘을 우렁차게 우는 소리에 깜짝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바로 황소개구리 소리때문이다. 황소개구리는 황소의 이름에 따온 'bullfrog의 bull'에서 유래했다. 올해도 전국 시청, 구청 등에 심심치 않게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 제보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신도시 주변 아파트 앞쪽에 있는 저류지 생태공원내까지 황소개구리 울음소리에 고통스럽다며 퇴치 해달라는 주문(민원)이 늘고 있다.
여름철이면 무더위에 베란다 문을 열고 잠을 청해보지만 그때부터 황소개구리가 울어대 잠을 설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지자체는 그물망이나 통발을 설치하는 것이 고작이다.
전국 지자체별로 환경시민단체와 황소개구리 외래종을 퇴치하는데 애를 쓰고 있지만, 좀처럼 퇴치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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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완전박멸이 쉽지않을 뿐더러, 일손이 부족하고, 황소개구리 번식력이 이 땅의 토종개구리보다 더 많이 분포해 서식하고 있어서다.
황소개구리 짝짓기 시기는 빠르면 5월에서 7월, 남쪽으로 내려오면 2월에서 10월. 땅을 파고 들어가 동면한다.
황소개구리는 평균 8년 정도 한 자리에서 산다. 특징은 우리 토종개구리에 달리 성장 속도가 빨라 2년이면 성체가 된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수초, 올챙이, 알 등을 먹으며 1년 이상을 올챙이로 산다. 황소개구리의 식성은 상상 그 이상이다. 강 하천 습지 등에서 서식하면서 서식 주변의 토종 붕어 민물 물고기, 개구리, 곤충 등 가리지 않고 잡식성으로 먹이치운다. 특히 파충류 도룡용, 뱀과 같은 같은 파충류도 잡아먹는다.
황소개구리는 뉴트리아, 붉은귀거북, 베스 등 1970년대부터 농가의 소득 목적과 불교계에서 방생행사용으로 무분별하게 미국과 일본, 호주으로부터 들어왔다. 붉은 귀 거북 역시 미국 미시시피가 원산지로 국내에는 천적이 없어 토종 어류나 곤충.양서류를 무차별적으로 잡아 먹으며 개체 수를 늘리고 있지만 속속무책이다.
황소개구리 경우 1970년대 중반부터 사육하던 농가들이 키우던 무단으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황소개구리를 키워 파는 것이 소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전시행정의 우리 정부의 안이한 탁상공론에 본보기로 생태계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데 역습의 빌미가 됐다.
황소개구리를 잡아 먹을 국내에는 없다. 이미 도시화 개발, 농약 살충제 남용으로 먹이사슬이 깨졌기 때문이다.
천적이 없던 황소개구리의 수는 급속도로 늘어나 우리나라의 고유종을 잡아먹은 탓에 강 하천 습지에서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 등 많은 수생물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저수지, 연못, 생태공원까지 평균 1㏊당 황소개구리 개체수는 500마리가 넘는 득실거리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니 전국 긴 여름밤은 황소개구리 합창이 소음으로 폭염 열대야까지 겹쳐 고통을 주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환경부는 지자체와 함께 붉은 귀 거북, 입큰 베스, 뉴트리아에 이어 황소개구리를 잡아오면 일정 금액으로 지불하는 방식을 취했으니, 이 역시 흐지부지됐다.
생태학자들은 너구리, 뱀, 왜가리 등 천적이 있고 서식지가 파괴되는 등의 이유로 황소개구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황소개구리를 토종 다른 개체들이 먹잇감으로 생각하지 않는 탓도 황소개구리 박멸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11월 충남도 서천군 유부도 내 맹꽁이를 보호하기 위해 생태계교란 생물인 황소개구리를 퇴치하기도 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유부도 내에서 황소개구리 서식을 최초로 확인, 금강유역환경청과 10여 마리의 황소개구리 성체와 1,000 마리의 올챙이를 포획하는 등 퇴치작업을 했다. 당시 충남도청, 충남연구원, 서천군, 서천군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한국생태계교란어종퇴치협회 등 6개 기관은 합동으로 황소개구리 퇴치작업을 진행했다.
▲생태공원내 침략자 폭군인 황소개구리를 퇴치 장면 사진 고양시 제공 |
황소개구리 퇴치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경북 김천, 영주, 경남 함안, 전남 나주, 무안, 함평, 전북 부안, 김해, 충남 서산, 경기 고양, 파주, 울산시 등은 황소개구리 울음소리를 쉽게 들을수 있을 만큼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울산시 경우 외래종 퇴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시민들이 외래종을 잡아오면 베스, 블루길, 황소개구리는 1㎏당 5000원, 붉은귀거북 1마리당 5000원, 뉴트리아 1마리당 2만원으로 수매해주고 있다.
하지만 전국토에 널리 분포돼 더이상 사람 손으로 완전 퇴치가 힘들 정도로 개체수가 늘어난 상태다.
환경부에 따르면, 황소개구리 개체수는 약 20만~30만 마리 정도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년 전인 1998년에 당시 환경부는 황소개구리 사회적 이슈로 인해 생태계가 위협받는다며 이를 퇴치한다는 명분으로 9억원을 들여 퇴치사업을 전국적으로 벌렸다. 하지만 황소개구리가 한판승이 된 지금이다.
고양시는 지난 달 12일부터 27일까지 삼송동 덕수공원 습지에서 '황소개구리 퇴치활동'을 추진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생태공원으로 연결된 곳까지 황소개구리는 토착화되고 있다. 2016년부터 매년 황소개구리 퇴치활동은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경기서부지회, 고양자연생태연구회 등 시민단체와 펴고 있지만 황소개구리는 신출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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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개구리 올챙이 크기부터 징그러울 정도로 크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물속에서 2∼3년 살면서 물고기의 먹이로 안성맞춤이다. 방어책으로 역겨운 점액을 피부에서 분비한다. 유영한 공주대 교수 제공 |
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두 5회에 걸쳐 5000여 마리의 황소개구리 및 올챙이를 포획했다고 밝혔다. 포획 시간은 밤 시간대 왕성히 활동하는 황소개구리 습성을 감안해 오후 8시부터 야간 집중포획을 실시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황소개구리 등 외래종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어느 특정지역에서만 퇴치운동 한다고 모두 잡을 수가 없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꾸준한 지원으로 박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