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서 30m밖 페놀 기준치 7배,벤젠 14배 검출
시민단체, 국민 생명 안전 위해 조사와 정화 촉구
"서울시, 정부, 미 정부 책임과 비용 청구 해야"
주한미군 오염자부담 원칙 오염시킨 땅 책임 물어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반환미군기지 주둔지내에 발암성 물질로 인한 오염토 심각성이 끝이 없다. 최근에는 청계천 부근 미군 기지에서 독극물인 페놀, 벤젠, 비소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29일 오후 2시 청계광장(서울시청 청계청사) 앞에는 녹색연합,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 정의당, 녹색당, 예수실기, 불교환경연대 등 30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청계천 부근 미군 기지에서 독극물인 페놀, 벤젠, 비소 검출이 웬말인가?"고 호소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권명숙 상황실장(용산미군기지 온전한 반환과 세균실험실 추방 위한 서울대책위) 사회로 국내 반환미군기지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날 발언에는 이장희 교수(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대표), 조헌정 목사(예수살기 상임대표), 신수연 정책팀장(녹색연합)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장 앞에서 청계천에 페놀, 벤젠, 비소가 들어가는 형상화, 영화 '괴물'의 괴물모형이 청계천에서 살고 있는 모습 형상화하는 모형을 세웠다.
시민단체들이 분개한 촉발하게 된 배경은 10월 5일, 국회 환노위 안호영 의원실을 통해 서울 소재 미군기지 4곳에 대한 환경조사보고 결과를 공개하면서 파장이 확대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 육군 공병부지로 사용됐던 곳은 청계천에서 불과 3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인데, 토양지하수에서 독성이 강한 살균제로 폐암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인 페놀이 기준치의 7배, 벤젠이 14배가 넘게 검출되는 등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산 인근 미군 종교휴양소로 사용된 공간의 지하수 역시 기름오염 성분인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의 380배가 검출됐다. 이번에 공개된 미군기지는 주택가, 초등학교 등 생활밀집 지역과 인접한 곳으로서 기지 부근 지하수, 토양 등이 광범위하게 오염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와 관련, 서울지역의 시민사회, 노동조합, 종교, 정당 등 제단체는 서울시와 정부에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조사를 촉구하고, 주한미군 측에 오염자부담 원칙을 적용하여 강력하게 정화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이번 국감를 통해 116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용산 미군기지의 환경조사 경과와 일부 주변기지의 결과가 공개됐다. 그동안 서울 정중앙에 위치한 용산 미군기지 본체 부지의 환경사고 내역과 심각한 오염 상황은 많이 알려졌으나, 주변 기지의 환경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오염 상황이 공개된 곳은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극동공병단, 용산구 서빙고동의 501정보대, 용산구 한남동의 니블로막사, 남산 종교휴양소 등이다. 청계천과 남산 등 시민들의 주거, 휴식 공간과 밀접한 곳임에도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청계천 바로 옆에 있는 을지로 극동공병단(FED Compound) 의 경우 유류계열 오염성분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기준치의 21배, 1군 발암물질 벤젠은 기준치의 14배로 확인됐다. 지하수에서는 폐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 페놀이 기준치의 7배나 나왔다. 구리, 납, 아연 등 중금속 오염 면적은 전체면적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광범위한 수준이다. 남산 자락의 미군 종교휴양소 역시 지하수에서 기준치 380배가 넘는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검출돼 기름에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반환 협상 절차 중인 미군기지 환경조사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미군기지 협상 과정과 오염조사, 반환 이후 정화과정은 모두 밀실에서 진행됐다. 평택에 세계적인 규모의 기지를 건설해 제공하면서도, 70년 가까이 사용한 기지를 반환받을 때는 오염까지 함께 돌려받았다. 미군기지 환경오염의 책임을 누가 질지에 대한 협상에서 백전백패의 기록을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번 서울 일대 미군기지는 오염 정도도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 보고서에서조차 그 원인을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정보부대, 건물 관리계약 등의 사무실 용도로 사용했던 곳에서 어떤 이유로 비소, 아연, 불소 등의 중금속 오염이 발생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은 뻔뻔하게도 오랜기간 사용한 공간의 오염과 사고 기록에 대한 정보를 한국 정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주한미군 측에 오염원인과 사고 기록 공개, 정화 책임 등의 상식적인 요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항이며 당연히 보장돼야할 국민의 알권리이기도 하다. 오염자부담의 원칙 역시 국내법에도 명시돼있고, 국제법적으로도 통용되는 상식이다.
정보접근권이 차단되고, 국내법 국제법의 통제를 받지 않은채 미군기지가 운용되는 상황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서울도심 한복판에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수백 배 초과검출 돼도 미군은 '인체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SOFA 특별양해각서, KISE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만 내세울뿐이다. 서울시와 정부는 이번에 밝혀진 서울시내 곳곳의 미군기지 오염을 철저하게 정화해야 한다. 또한 오염원인을 밝히고, 그 정화책임을 미군에 물어야 한다.
한미SOFA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변명과 핑계를 이제는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다. 국민들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미국과 협상해야 하며, 한미SOFA가 문제라면 19년 동안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한미SOFA 개정을 위해 서울시와 정부, 국회는 발벗고 나서야 한다.
이에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시민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것이며, 서울시와 정부가 미국과 제대로 된 협상을 진행하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기자회견에는 3.1서울민회 환경안전에너지분과위원회, 녹색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평화통일 시민연대, 용산미군기지 온전한 반환을 위한 주민모임, 종교환경연대회의, 서울청년네트워크, 평화통일시민행동, 평화재향군인회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