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발간 '전자 폐기물과 어린이 건강 보고서' 제작
1000킬로톤 생산국가 점차늘어, 후진국 위험 수위
국립환경과학원,"전자 폐기물 취약계층 관심 필요"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지금 지구촌 후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을 물론, 임신부, 노약 취약계층의 건강을 빼앗아가는 폐전자제품의 공포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휴대용 배터리, 손선풍기, 모니터, 테블릿, 랩북, 충전기 케이블 등 전자제품 폐기물이 인간과 자연에 어떤 관계가 미치고 있을까.
최근 세계경제포럼에서 묘사한 바 있는 생명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전자 폐기물 쓰나미(Tsunami of e_wast)'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조차 전자폐기물 재활용률을 30~40%까지 설정하고 회원국가에 협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뜻 밖에 선진국에서 폐전자제품을 빈민국가로 수출하는 행위가 멈추지 않고 있다.
▲선진국에서 쓰고 폐기된 전자제품들이 돈이 되는 것은 회수하고 나머지는 불을 지펴 소각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
이는 전 세계가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바다와 해양 생태계를 지키고자 결집하듯이 커지고 있는 전자 폐기물 위험에서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어린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세계자유무역시대에 농수산물은 물론 축산물까지 오염원이 침투가 수입국 국민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원장 김동진)은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간한 '어린이와 전자 폐기물 처리장(Children and Digital Dumpsites)'을 번역서로 제작해 26일 공개한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보건기구가 전자 폐기물과 어린이 건강에 관해 전 세계 학자들과 함께 각국의 사례를 수집해 2021년 6월 15일에 발간한 보고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4년 1월 6일부터 WHO 협력센터(취약계층 환경보건 분야)로 지정돼 활동하고 있고, 이번 보고서 번역은 협력센터 활동의 하나로 추진된 것.
▲폐전자제품 수거 및 분해 일을 해서 먹고 사는 아이들이 독성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심각한 건강을 해치고 있다. |
우려되는 점은 전자 폐기물은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전자제품 생산 업체들이 고의적(?)으로 판매되는 모든 전자기기의 수명이 점차 짧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꾸준히 폐기물이 증가해 전자 폐기물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노출이 최근 전 세계 어린이 환경보건의 주요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전자 폐기물은 약 5360만 톤으로 5년 전에 비해 21% 증가했고 2030년에는 747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한 국가는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국, 인도, 아프리카 카메론, 이집트 등 중·저소득 국가로 수출되는 전자 폐기물이 늘어나고, 폐기물 분리 선별 등을 일에 뛰어든 어린이는 물론 임산부를 포함한 취약계층이 전자 폐기물 처리장 주변에 살면서 중금속 등 다양한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전자제품을 쓸때와 폐기해서는 상황이 정반대로 돌변한다. 분해 및 분리작업과 금속 추출과정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독성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는 임신부에게 위협적이라 기형아 등을 출산하게 된다. |
특히, 심각한 것은 폐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유해성 화학물질이 토양과 바다, 지하수, 지표수로 새어나가 크게 오염을 시키고 있는 상황이 악순환되고 있다.
전기 전자기기 · 시장의 급성장과 단축된 기기 수명은 개발도상국 어린이, 청소년의 전례 없는 건강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가정 지역 사회를 비롯해 착취적이고 위험한 불법 노동 환경에서도 유해 화학물질과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빈곤한 도시민 상당수가 급증하는 비공식 쓰레기장이나 매립지 주변에서 일을 하거나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전자기기를 태우거나 독성 화학조(chemical bath)를 사용해 컴퓨터 칩에 들어있는 금이나 케이블 속 구리를 채취한다. 그 과정에서 수은, 납, 다이옥신, 폴리염화비페닐, 난연제와 같이 위험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유독성 입자로 오염된 공기를 마시게 된다.
전자 폐기물량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산업 종사자수도 함께 늘고 있다. 현재 약 6400명 수준인 전 세계 폐기물 관리 고용시장은 2030년까지 약 70% 증가하거나 4500만 개의 추가 일자리가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폐기물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폐기물 흐름(waste steam)으로 전 세계 인구성장률보다 3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폐기물 관련 대부분의 일자리(공식적 또는 비공식)는 전자 폐기물 처리 분야가 될 것이다.
전자 폐기물은 주로 컴퓨터, TV, 휴대폰, 태블릿, 배터리, 기타 비디오카메라, 음성 녹음기와 같은 고중량 및 저중량의 전자기기와 가전제품이 해당된다. 세탁기나 냉장고와 같은 대형 가전제품 의 경우 오래 쓰도록 만들어져 한때 내구재로 불렸으나 현재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대형 가전이나 소형 기기 모두 종종 수리가 어려운 방식으로 설계돼 기기를 자주 교체한다.
이번 보고서는 전자 폐기물의 전 세계적 발생 동향과 노출 경로, 어린이 건강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역·국가별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방안 마련과 다층적 개입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특히, 태아를 비롯한 어린이가 전자 폐기물 노출의 가장 큰 위험군임을 강조하고, 이에 따른 건강영향에 대한 다양한 최신 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시하며,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보건 행동 및 정책적 대응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은 현재 환경성보장제도의 한계성 및 문제점을 도출하고 완전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을 위한 환경성보장제도 Ver 3.0'기틀 마련을 위한 법률, 지침, 체계구축 및 기술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 중이다. |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서 경기도 용인시 소재 등 폐전자제품 수거 등 재활용 현황 |
환경부 자료에는 매립지 포화가 빠르게 찾아오고 있어, 자원순환경제로 가기 위한 재활용 기술이 향상되고 있지만, 전자제품 교체 주기가 빨라지고 있고, 소모품 전자제품 역시 쉽게 버리는 경향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박종원 부경대 교수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모든 전자제품에 대해 최소한 5년 이상 수명 보장이 가능한 성능과 부품 교체 등 수리가 용이하도록 해야 자원순환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적인 영업비밀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고 소비자들이 수리권 보장과 함께 오랫동안 제품을 쓸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어린이와 전자 폐기물 처리장' 번역서가 안전한 전자 폐기물 관리를 위한 정책 입안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국내 어린이 환경보건 종사자와 교육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했다. 번역서는 국립환경과학원 WHO 협력센터 누리집(whocc.nier.go.kr)에서 열람할 수 있다.
정현미 국립환경과학원 세계보건기구 취약계층 환경보건 협력센터장은 "이번 번역서가 전자 폐기물 발생량 감소에 대한 필요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취약계층의 환경보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WHO의 환경보건 최신 정보를 확산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공식 전자제품 폐기물 해체장 및 재활용장 위치 |
▲각국에서 생성되는 전자제품 폐기물 배출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