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전당 졸속 개관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당은 누구의 것도 아닌, 온 국민의 것.
1979년 10월, 유신 독재에 맞선 부산과 마산 시민들의 분노가 타올랐다.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유신체제를 무너뜨리는 도화선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민주항쟁, 2016년 촛불항쟁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다.
24일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부마민주항쟁마산동지회, 부마민주항쟁부산동지회,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10.16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긴급 성명서를 내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그 이름에 걸맞는 정신과 품격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창원에서 개관을 앞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의 운영 실태는 이러한 기대를 철저히 배신하고 있다. 부마민주항쟁의 성지에서 시작되는 이 전당이 오히려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에 우리는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
치명적인 왜곡에 대한 강력한 조치와 법적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제되는 부분은 전시 내용의 부실과 왜곡이다. 5·18민주화운동을 계엄군의 폭력이 아닌 백골단의 이미지로 대체한 것은 역사에 대한 무지이자 왜곡이다. 헌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촛불항쟁이 전시에서 배제된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의 반민주적 폭력은 감추고, 항쟁과 저항의 역사는 축소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민주주의 전당이라는 이름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태도다.
더 심각한 것은 운영 자문위원 선정과정에서 드러난 편향성과 부적격이다. 12·3 군사반란을 옹호하고, 이태원 참사에 대해 상식 밖의 발언을 한 극우 인사가 운영 자문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을 희화화하는 일이며, 우리 국민과 민주영령들에 대한 모욕이다.
5개 시민 단체는 현재 졸속 개관 즉각 중단, 전시 내용과 운영 방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또 전시물의 왜곡을 바로잡고, 3·15의거,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혁명 등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전체 역사를 충실히 담으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운영자문위원 구성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 인사들을 즉각 배제하고,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와 유가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구성으로 전면 재편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창원시와 정부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지역의 정치 도구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민주주의 교육과 기억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환경데일리 =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