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이 돌아와야 사람들이 살수 있어요"

김영민 기자 / 2022-05-22 16:05:33
꿀벌과 야생벌 지키기 시민운동 모색 토론회
꿀벌 야생별 실종 심각한 식량위기로 맞물려
살충제 남용, 기후변화, 양봉업계 착취 한몫
정부, 해충 친환경 방제 강화 연구 투자 필요
도시팽창 인공 조경 실태 벌 나비 사라진 원인
20일 '세계 벌의 날', 벌 대체 불가능한 생물'
야생벌 모일 식생조성, 공원 등 친환경 필요
▲꽃을 많이 심어야 한다. 특히 도시에는 차량이 많고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공간일수록 꽃들이 많아야 한다. 사진 광화문광장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BEE'S BACK !!".

최근 전국의 양봉농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무려 78억마리의 꿀벌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야생벌까지 합치면 지구촌 인구만큼 증발했다는 보고도 있다.


벌 실종 원인을 놓고 여러갈래도 이견이 분분하다. 가장 설득력 있는 꿀벌과 야생벌들을 볼 수 없는 3가지를 살충제 남용, 밀원수 감소, 기후이상으로 꼽았다.


특히, 양봉업계도 큰 책임이 있다고 한 목소리다. 양봉업계는 공식화된 것처럼, 과다한 살충제 사용도 부인할 수 없다. 돈벌이용으로 벌을 함부로 대하고, 꿀채취가 곧 인간 욕심에 따른 착취 과정에서 벌어진 자급자득이라는 목소리도 뒤기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생벌집에 한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양봉 전문가들은 꿀벌, 야생벌이 집 나간지 이미 오래다. 단지 인간들이 몰랐을 뿐이다. 하지만 양봉업자들이 없다면 꿀벌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점은 양봉업자들이 꿀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살충제를 과다하게 사용해, 면역력이 떨어져 꿀수분을 얻기 위해 나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물해방물결 홍성환 활동가는 잔인한 사회가 자연생태계까지 그대로 스며들어 양봉업자들간 과다경쟁과 드러나지 않았지만 농약살포로 희생되고 진드기 등 응애 예방을 빌미로 살충제 사용이 스스로 균형을 깼다고 비판했다.


30년 간 최소한 24% 사라졌다. 벌 생태계 전문가들이 주장한 가장 설득력있는 원인은 벌에 치명적인 행불 실종은, 양봉업자가 없었다면, 벌들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말 꿀벌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같은 주제로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위 위한 시민운동 찾기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 생명다양성재단이 '꿀벌과 야생벌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 모색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 사례발표자로는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 김일숙 더비키스 대표가 참석했다.

지토론자로는 최진우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김현아 마인드풀가드너스 정원활동가, 홍성환 동물해방물결 활동가가 자리했다.


보통 양봉농가는 벌들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버틸 수 있도록 벌통의 겉면을 담요로 단단히 감싸놓고 안에는 월동식량을 넣어둔다.

벌에게 해로울까봐 벌통을 자주 열지도 않는다. 그런데 올 1월, 월동하던 꿀벌들을 깨우기 위해 벌통을 열었는데 벌들이 사라졌다. 월동식량으로 넣어둔 화분떡도, 벌이 생산해 둔 꿀도 그대로였다. 다른 벌통들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모든 벌이 사라졌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전국 사라진 벌들이 78억 마리 이상이고 미처 신고하지 못한 농가도 있기에 실제로는 더 많은 벌들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벌이 돌아오도록 정부와 시민들과 기업들이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양봉업자들의 자생이 뒤따라야 한다.

해외 경우는 미국 등 바이러스 감염으로 미국 양봉농가 40%의 벌이 폐사한 사례도 있다. 

꿀벌 실종사건도 첫 단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봄꽃이 빨리 개화해 벌들이 평년보다 더 빨리 활동을 시작하게 돼 일어났다. 또 하나는 등검은말벌인데, 2003년에 국내에 유입돼 양봉에 큰 피해를 줬고 전국적으로 확산된 서식지로 인해 말벌에 쏘이는 피해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생태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벌들의 월동나기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몇몇 벌들은 기온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함으로써 변화하는 기후 조건에 적응하는데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꿀벌 종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은 셈이다.

벌들만 위태로운까, 아니다. 정부는 오죽하면 농약 살포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EU는 유럽국가들의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온 꿀벌에게 치명적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엄격히 제한을 요구했고 뒤늦게 이를 수용한 상태다. 벌과 달리 다른 곤충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식량안보위기 상황에서 식량작물의 수분을 돕고 있어 벌이 사라진다면 더 심각한 식량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벌들의 활동할 수 있는 최악의 조건들이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봄철 너무 빨리 피고 지는 꽃, 길어지는 여름과 긴가뭄과 잦은 비로 인해 늘어나는 기생충, 이상고온과 한파는 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양봉산업 안정화를 위해 현장대응단을 운영하고 있다.

뒤늦게 꿀벌에 치명타를 주는 응애 및 해충 방제를 강화하고 안정적 양봉을 위한 관리기술 연구와 꿀벌 대체 수정 기술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도시는 단순한 조경을 넘어 나비, 벌, 곤충들이 올 수 있는 정원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도시는 대규모 아파트로 팽창하면서 벌, 나비들이 서식 조건을 황폐화했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김일숙 더비키스대표와 성민규 생물다양성재단 연구원이 꿀벌과 야생벌 실태를 전했다.

일찍이 겪은 미국과 유럽은 사람이 키우는 꿀벌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호박벌, 뒤영벌, 애꽃벌, 땅벌, 호리병벌 등 다양한 야생벌 보호의 중요성이 초점을 두고 있다. 꿀벌이 아무리 충분하더라도 야생벌이 작물의 결실과 품질을 더욱 개선할 수 있어 야생벌을 보호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5월 20일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을 맞아 열린 최재천 생명다양성 재단 이사장은 "OECD국가 중에서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벌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벌은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작물 종의 압도적인 분량의 꽃가루받이를 해 준다."고 경각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그는 "벌이 사라지면 상상할 수 없는 식량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작물 종의 약 75%가 꿀벌이나 나비와 같은 화분 매개 동물의 수분에 의존한다고 공식 밝힌 지 수십 년이 됐다. FAO는 전 세계 작물 생산량의 약 35%가 꿀벌 등에 의존하고, 국제 환경 단체 '어스워치'도 꿀벌을 지구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생물'로 꼽을 정도로 귀한 몸값이라고 했다.


▲박진 어반비즈서을 대표

기조발표는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벌 보호에 나선 이유는 "2006년 미 플로리다주 양봉농가에서 월동하는 벌들의 군집붕괴현상(CCD Colony-Collapse Disorder)이 처음 보고되면서 시민들이 벌 보호운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군집붕괴현상의 원인으로 밝혀진 독일 바이엘사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사용이 2009년부터 제한됐다."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벌은 기후변화, 먹거리문제(식량위기, 살충제, GMO), 생태적 전환,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주제와 맞닿아 있어 환경단체들이 '벌 보전'을 주제로 네트워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먼저 국내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현황 파악과 벌 문제에 환경 교육과 시민 캠페인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인식 증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세계에서 해충에 대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살충제다. 사람의 신경세포도 손상을 준다.

농진청에 따르면, 잔류물은 꿀, 물, 다양한 종류의 과일과 채소에 스며든다. 대중적인 믿음때문인데 특정 곤충의 신경계만 손상을 주는 니코틴 만큼 독성이 있는 물질이다. 결국 꿀벌과 야생벌 씨를 말리는 물질로 규정됐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드러난 것처럼 피프로닐, 아미트라즈 살충제도 가금류 뿐만 아니라 사람 인체까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도 미국 환경청도 경고했다.

고스란히, 아생벌로 꿀벌에게 치명상을 줬다는 얘기다.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

이어서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이 "꿀벌 실종현상이 2022년 봄 주요 이슈로 등장했지만 본인이 지난 20년간 관찰결과 도시나 농경지역에서 90% 이상 감소했다."고 충격을 줬다. 이 연구관이 밝힌 벌의 감소 현상 원인은 기후변화와 농약 노출에 따른 건강문제, 온난화에 따른 개화시기의 변화와 먹이원이 되는 식물의 분포지역 감소 등에 따른 먹이원의 문제라고 꼽았다.

특히, 도시화와 농경지 확대 산림성숙에 따른 서식처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생벌 보호를 위해 "야생벌이 모일 수 있는 식생조성, 공원 등 식물 관리시 친환경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팽창은 사람 눈에 좋은 조경수만 심고, 특히 관리 편안하게 하기 위해 무지박한 농약 살충제 살포는 결국 모두를 죽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 연구관은 "숲 가장자리를 완충지역 보호와 안정된 토양관리를 통한 서식 지역의 보호가 필요하다."며, "기후온난화 속도 감소 노력과 곤충이 적이 아닌 공존 대상이라는 인식의 전환과 도시 공원 등에 콘크리트 덮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흙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시양봉 사업으로 주목받아온 박진 어반비즈서을 대표는 "벌 한 마리가 세상을 바꾼다."며 "생물다양성의 연결고리인 벌이 전 세계에서 수분매개로 얻는 생태서비스 가치는 무려 373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큰 가치를 주는 소중한 벌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인류가 먹는 식량의 1/3은 벌이 수분매개로 생산되지만 2006년 전 세계 벌의 개체 수 40%가 감소했고, 2017년 미국 토종벌 7종이 멸종 위기종에 선정되고 급기야 2018년 UN은 세계 벌의 날을 지정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어반비즈가 "야생벌 서식지 확대, 도시양봉장 조성, 양봉자재의 업사이클링 등을 통해 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면서, "도시양봉으로 선순환되는 도시생태계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선에서 양봉업을 하는 김일숙 더비키스대표는 자신의 현장중심으로 벌에 대해서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미 알려진대로 항생제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양봉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살충제 대신 '개미산'으로 물로 벌을 건강하게 살도록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사람이 방해하지 않으면 벌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서. "겨울에도 벌은 먹이(꿀)가 벌집에 있다면 얼어 죽지 않는다. 스스로 열을 발산해 봉구 온도를 21도 내외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또 "사람이 욕심을 덜 낸다면 항생제와 살충제 없이 벌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벌의 생태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봉을 벌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그리고 벌이 사라질 것을 인간이 걱정하지만 벌이 사람을 걱정하면 몰라도 인간은 벌을 걱정할 필요 없다."면서 "벌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경기도 포천일대 지난 30년간 기온 변화와 감수량이 현실을 보여준 데이터다. 기온은 오르고 비는 적게 내리는 것으로 집계

됐다.


그러면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꿀을 채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험적인 현상도 공개했다. 화분 로얄제리, 일반 꿀속에 초미세먼지 등이 어느 정도 포함돼 있는지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한 실정이다. 


토론에서 벌이 사라진 원인 규명을 위한 노력과 함께, '시민과학' 모니터링 및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특히 양봉 농가를 중심으로, 시민이나 환경운동가들이 협력해서 벌 지키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마인드풀가드너 정원활동가는 "벌에 대해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고, 꽃가루 매개자(Pollinator) 혹은 생태계 전체적 관점의 연구와 운동의 결합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사례에 의존할 수 없는 만큼 관찰과 실천을 동시에 진행 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시민과학 캠페인과 도시인의 자연감각을 되찾고 새로운 생태환경 의제를 실천하는 장으로서 서식처로서 정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꽃은 있으나 꽃의 향기를 없어지고 유혹할 벌들과 나비, 곤충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심각한 인류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경고를 받아드려야 한다. 그만큼 환경정책은 모든 정책중 최우선으로 협업의 장치로 이어져야 한다.

▲꿀벌 등에 치명상을 주는 진드기 바도라 확대한 모습


홍성환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는 "벌 보호 운동이 더 넓은 의미에서의 환경 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효과적인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활동가는 "작금의 위기 상황은 우리 사회가 앞장사서 벌 보호를 실천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면서, "올해 한국에서 벌어진 꿀벌의 대량 실종 사건을 계기로 태동하는 벌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더 크고 영속적인 변화의 물결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좌장인 최진우 전문위원은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 주변에 벌이 얼마나 있는지 같이 조사를 해보고 벌들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하고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환경 관리와 벌 친화적인 활동 서식처 정원 또는 공원 녹지나 하천변 초지나 그런 토양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도록 정책 촉구와, 동물권 차원에서도 실제 벌과 곤충 수분매계자들의 삶을 잘 이해하고, 잘 서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단체와 동물권 단체, 연구단체, 곤충 동호회, 건강한 양봉가들하고 함께 전국 곳곳에서 벌들이 잘 살 수 있는 자연 공존의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벌꿀 공장' 저자이자 양봉업자인 독일 출신 위르겐 타우츠, 디드리히 슈텐은 자신이 경험한 양봉업을 "벌은 1초에 200번의 날개짓을 한다. 인간이 꿀벌을 가축으로 만들었고 꿀벌을 이용해 이익을 가져가지만, 그 다음으로 이익을 낸 인간은 그들을 위해 아무런 보호를 하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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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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