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새우 머리가 황금 알로”... 아르헨티나, 수산 폐기물의 바이오 혁명

고용철 기자 / 2026-03-02 16:12:23
아르헨티나 CONICET 연구진, 새우 부산물 활용한 고영양 펠릿 사료화 기술 개발 연간 3만 톤 규모의 환경 오염원, ‘블루 이코노미’의 핵심 자원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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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해안 도시 푸에르토 마드린에서 수산업계와 환경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일어났다. 아르헨티나 국가과학기술연구위원회(CONICET) 산하 해양환경연구센터(CESIMAR) 연구팀이 그간 전량 폐기되어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새우 머리를 고영양 동물용 펠릿(Pellet) 사료로 전환하는 바이오 공정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3만 톤의 폐기물, 환경 재앙에서 기회의 땅으로
아르헨티나 추부트(Chubut) 주는 세계적인 새우 산지로 유명하지만, 화려한 수출 실적 이면에는 매년 3만 톤이 넘는 새우 부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히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우 머리는 별도의 활용 방안 없이 해안가에 투기되거나 매립되어 파타고니아의 청정 생태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악취와 수질 오염을 유발해 왔다.

이번에 발표된 '쉬림프 솔루션(Shrimp Solutions)' 프로젝트는 이러한 골칫덩어리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하는 ‘연금술’에 가깝다. 연구진은 새우 머리에 함유된 풍부한 단백질과 기능성 물질에 주목했다.

혁신 기술의 핵심: "냉장 체인 없는 상온 물류"
이번 기술의 가장 큰 강점은 물류 효율성에 있다. 기존의 수산 부산물 가공 방식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냉동·냉장 체인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CESIMAR-CONICET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 공정은 가공 과정에서 미생물 제어와 수분 활성도 조절을 통해, 별도의 냉장 설비 없이도 장기간 보관 및 유통이 가능한 고체 펠릿 형태로 제조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생산 원가를 낮추어 축산 및 양식 사료 시장에서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천연 영양소의 보고: 키틴과 아스타잔틴
새우 머리는 단순히 단백질 공급원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추출된 펠릿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키틴(Chitin): 동물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천연 고분자 물질.
아스타잔틴(Astaxanthin):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며, 어류나 가축의 육질 색상을 개선하는 고가의 천연 색소.
이러한 성분들은 프리미엄 사료 시장에서 수요가 높으며,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거나 화학 합성에 의존했던 부분을 천연 바이오 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해준다.

'블루 이코노미' 모델의 실현과 지역 경제 활성화
추부트 주의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의 전형을 보여준다. 블루 이코노미란 해양 자원을 보존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모델을 말한다.

가치 사슬의 변화: 기존에는 원물 형태의 새우 수출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부산물을 활용한 2차 가공 산업(바이오 공장)이 지역 내에 구축된다.
고용 창출: 푸에르토 마드린, 라우손(Rawson), 코모도로 리바다비아(Comodoro Rivadavia) 등 주요 항구 도시를 중심으로 첨단 바이오 공정 설비가 들어서며 새로운 기술직 일자리가 생겨날 전망이다.
산업 경쟁력 강화: 저렴하고 질 좋은 사료의 현지 공급은 아르헨티나 축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과학과 산업의 결합, 미래를 향한 제언
현지 언론과 인터뷰한 연구팀 관계자는 "과학적 성과가 실험실에 머물지 않고 현장의 고질적인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도구가 되어야 한다"며, "수산업계 경영자들과 협력하여 이 공정을 산업적 규모로 확장(Scaling-up)할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아르헨티나의 이번 사례는 수산 자원 부국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쓰레기는 곧 자원'이라는 명제를 실증한 CONICET의 이번 혁신은 파타고니아 해안의 악취를 미래 산업의 향기로 바꾸어 놓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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