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페인트, 무해하다 착각이죠"

김영민 기자 / 2021-01-28 17:11:17
울산조선소 페인트 작업자 피부발진 사건 배경
현대重, 작업자 피부발진, 노조 '유해’ 촉구
4월부터 도입 친환경 도료 피부질환 원인 의심
현대重 "취급자 검진 중, 곧 개선 제품 적용"
노동지청장과 면담 불성실 태도 면담도 미공개
과거 안전장비 불성실 지급,작업환경 고통 호소
노조 단체협약 안전보건 근로자 건강 책임서명
KTR "무용제 도료라고 해서 무해한 것은 없다"
회사 자료, 환경법규 위반 단 한건도 없다 밝혀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창사이래 최소 467명의 근로자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세계일류 조선소의 명성을 이룬 댓가에는 소중한 근로자들이 목숨으로 대신하고 있다. 위령비 하나 쯤 세워야 법하다. 그래서 산재 등 과실로 인해 징벌적 책임을 묻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엄중한 잣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공업 계열사 한 임원은 이니셜도 달지 않는 조건으로 통화에서 "노조세상이 될 것(살판날 것)이고 대신 오너들은 자칫 범법자가 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그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과저 정부 못지 않게 노조의 파워는 크다."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오너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고 안전 책임부서 늘 살얼음에 선 채 근무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타 제조업처럼 산업안전보건법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제조시스템의 구조를 안고 있는데, 그 이유를 하도급과 하청관계와 원가절감의 먹이사슬때문이다."고 덧붙었다.

이 회사는 2020년 경영보고서에서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17개 목표 중 26개 세부 목표에 중점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더 나아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작업장 조성을 약속했는데 글로벌 HSE 규격을 준수한 안전보건환경경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더불어 노조 단체협약서에서도 안전보건 관련 조항을 포함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진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을 목표로 예방 중심의 관리에 힘쓰고, 작업공정별 유해물질사용관리 및 작업환경 개선의 지속적인 노력을 선언했다. 환경경영부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오픈했다. 이 회사는 화학물질 등의 이슈가 중요해짐에 따라 환경친화기업 위상 정립이라는 목표로 국제표준(ISO 14001)에 부합하는 체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법적 기준 이하의 환경 목표를 설정하고 사전 환경오염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고 시 시정조치 요구서를 발급하는 등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회사측은 사업장 내외 환경영향평가는 주변 지역의 환경 피해 최소화하는 등 환경영향 저감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조선소 내에서 가장 심각했던 유해 대기오염물질 비산 배출시설 관리와 법적 요건에 맞춰 대형 도장공장 총 용적의 30%에 방지시설설치를 완료했다고 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페인트 도료 작업에 따른 근로자나 조선소 밖 인근주민까지 피해를 줄지 않고 있다. 조선소 인근 바다 밑은 어떤 중금속 물질의 퇴적물이 쌓여 있는지 상상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측은 2020년에 친환경 도료 사용률을 높여 오염물질 배출량을 최소화해나가겠다고 했다. 회사 자료에는 환경법규 위반 건수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건도 없었다고 했다.

최근 불거진 페인트 작업자들은 피부발진 등으로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회사측은 곧바로 해당 도료를 회수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화학융합시험연구원 관계자는 "무용제 도료라고 해서 무해한 것은 없다. 신나 유기화합물 함유량이 문제인데, 처음 시험성적서와 달리 작업장 여건에 따라 배합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어 이런 직업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선소내 하청근로자들이 여러가지 문제를 호소해왔다. 페인트칠 작업시 입는 도장복(일명 피스복) 관련 제보는 잇따랐고 하청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홀대했다. 금속 하청지부에 따르면 피스복은 한 달에 두 벌을 지급해도 모자랄 판인데, 한 달에 한 벌 정도만 지급받았다고 토로했다. 피스복은 나일론 재질로, 주로 파워그라인더, 스프레이 도장, 청소, 용접 작업시 필수로 입는다.

▲금속 하청지부 및 선박안전매뉴얼 발췌

이번에 문제가 된 도장부 하청근로자들이 피부발진은 위험한 수준의 피부질환을 앓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페인트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료는 유해성 화학물질로 채워져 있다. 친환경이라고 하는 KKC 도료에 어떤 물질과 어떤 인체를 영향을 미치는지 공개를 하지 않았다.

조선소 작업자 전용장갑도 문제였다. 조선소 특성상 유기용제를 많이 쓸수 밖에 없는데 고체로 된 유기용제는 특정한 물질을 녹이면 휘발성이 강해 비산된다. 이때에 인체와 대기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도장공에게 전용장갑 착용은 생명지키는 것과 같다. 일부 작업자중에는 손은 심각한 피부염으로 인해 논바닥처럼 각질과 갈려져 고통까지 동반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울산노동지청은 안전감사가 나왔을 때 도장공은 유기용제 전용장갑을 착용하지 않아 적발됐다. 해당 도장공은 "전용장갑이 있는다는 걸 듣도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현장 도장공에는 전용장갑을 한달에 지급되는 개인 소모품이 고작 면장갑 10컬레, 반코팅 장갑 5컬레가 전부다. 현대미포조선 도장파트 하청근로자들은 몇 년 전 하소연도 있었다. 작업자 보호 착용할 방독마스크가 가스가 새는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페인트를 분사할 때 가스를 마셔 중독돼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심지어 구토까지 일어났다.

이번 KCC 도료 사건이후 제보도 잇따랐다. 한 시민들은 "울산에 출장 갔다가 KCC 회사 부근 지나가는데 동네 전체가 숨쉬기 힘들 정도의 강한 화학 냄새로 차 창문을 열었다가 닫아버렸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인체에 유해한지 확인도 없이 노동자가 무슨 생체실험 대상자가 아니고, 정규직은 전환배치에 보상 받겠지만 비정규직은 퇴사?."라며 "페인트에 친환경이 있을수 없다. 중금속덩어리"라고 했다.

제보는 노조 게시판을 빠지지 않았다. "울산 동구 지역은 페인트 가루가 승용차에 덮어 구청 민원이 집단적으로 들어와 고발했다."에서 부터 "회사 내에 오토바이 주차했는데 페인트 가루 낙진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고, 심지어는 한 근로자는 자신의 작업장의 비산먼지를 제보하기 위해 '제티비씨 고발이 낳습니까 검찰 소송이 낳습니까'라고 묻기까지 했다.

다른 제보글에는 "페인트냄새 심각.. 환기 몇일째 안되고 있다. 무슨 작업한답시고 팬 안틀고 거기에 파워작업까지..주간에 도장 파워작업 가능한거임?? 마스크끼고 보안경착용해도 목아프고 눈따갑고.. 냄새로 머리띵함.. 죽을꺼같음.."이라고 호소했다.

다른 근로자는 "매번 안전은 뒷전이고 공기없다고 밀어부친다"고, 하청근로자는 "(울산)동구는 철가루에 페인트 분진에 발암물질 전국 1위라는데, 조금이라도 오래 살고 싶으면 동구 안 사는게 좋을듯;;"라고 글을 남겼다.

현대중공업 같은 직장내에 가장 힘들다는 '도장부'를 향해 "정말 불쌍하다"라며 조선소 하면 용접을 먼저 생각하지만 도장도 있다"고 현장분위기도 소개했다.

선박 페인트 그냥 바르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페인트도 각종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7개의 서로 다른 페인트를 순서별로 도장해야 한다. 그러면서 "조선소에서 가장 불쌍한 직종은 도장부로 특히 블라스팅하는 선행도장부는 녹을 벗겨내는 작업이 있는데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고초의 글을 썼다.

그뿐이 아니다. "도장부 천식은 늘 달고사는 병이죠. 헌혈도 못해요. 평생 특히 블라스팅은 다 골병나서 허리디스크 목디스크는 물론 어깨 팔꿈치 무릎 등 죽을맛이죠."라고 했다.

야간 도장은 진짜 힘들다는 하청근로자는 "도장부는 야간수당도 올려줘라 진짜 공기가 안통하는 피스복입고 방독면 끼고 페인트 칠하는거,... 도장부는 진짜 안 아픈 사람이 없다. 기본적으로 호흡기질환은 다가지고있다. 제발좀 도장부 처우좀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선박도색 페인트공들은 암걸리면 치료비 지원도 지원이지만 발암물질 뒤집어쓰고 일하는 우리는 산재처리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페인트 작업장 환경과 관련, 발암물질환경조사를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도 멈추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각종 석면에 페인트 분진 스프레이 센딩 천막하나 안치고 막 뿌려 직원들 퇴직후 서서히 병들어 죽고 있다."고 내부 사정을 언급했다. 한 하청근로자는 "정말 맞다. 제 주변에 위암, 갑상선암, 대장암, 뇌졸증, 폐암, 간암 등등 투병중이거나 세상을 등진 동료들이 너무 많다."고 조선소 현장근로자들의 비애를 밝혔다.

특히 "노조에서는 발암물질 역학조사는 필수"라며 "잘 진행되다가 어용집행부때문에 십수년 동안 중단된 사항로 다시 추진해야 된다."고 앞서 게시글에 응원의 글도 남겼다.

페인트 전문가는 "무용제 접착제 페인트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며 "냄새를 잡기위해 다른 화학 첨가제가 들어가고 냄새가 나지 않는데 작업자가 이를 믿고 안전에 더 소홀해진다."고 했다.

공기중에 비산되는 것은 물론 조선소 인근 바다는 사실상 황폐화된 오염된 바다가 된 지 오래다. 선박 블라스팅 작업은 지정된 장소에서 비산방지망을 설치후 작업이 필수다. 방지망 설치가 곤란한 작업구간은 더 철저하게 방지망으로 덮고 해야 한다. 그래서 블라스팅 작업은 주로 야간에만 한다. 하청지회는 규정을 어기고 주간에 작업하다고 적발됐다. 작업시 발생하는 페인트 분진과 가네트(Gar-net)가 비산되는 걸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현대중공업 근로자들 사이에는 미세먼지가 오히려 낫다고 할 정도로 작업장내 비산되는 오염물질에 혀를 내둘렸다. 그만큼 작업환경은 열악하는 반증이다.

2020년 4월21일 선행도장 공장에서 정규직 근로자가 빅도어에 끼어 사망한 일도 있었다. 조선소 내 선박 도크에 세워진 구조물 내에서는 배 특성상 밀폐공간이 많다. 밀폐공간의 공정을 만회하기 위해 통행등과 환기팬도 없다. 용접 작업이나 도장작업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안전조치를 위해 내린 작업중지가 오히려 작업의 원인이 되는 상황을 원청사, 노동지정은 내몰라라 한다.

결국 하청노동자는 파리 목숨이다. 지난해 6월, LNG 이중연료 탱크 공사 작업에 투입된 정규직 근로자가 니켈합금 용접이후 2급 발암물질 니켈에 노출돼 몸에 붉은 반점과 부어오름, 가려움 증상을 보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근로자 안전대책 예산으로 3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조선해양측은 회사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사전 예방책으로 무용제 도료를 도입했다.

이번 문제가 된 일부 무용제도료는 전량 회수 및 단종 처리했고, 작업자 전환배치 및 보호구 지급 등 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추가적인 피부 발진은 없다고 답변을 줬다.

노웅래 국회 환노위 위원은 "최근 자료에서 보면 현대중공업은 페인트 가루와 기름을 유출한 혐의로 올해에만 네 차례 해경에 적발된 걸로 확인됐다."며 "다른 조선소도 마찬가지"라면서 "글로벌 조선산업다운 작업자 안전보호에 더 집중하고 유해성 물질 비산과 작업공간에 대한 세심함 배려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었다.

울산조선소 하청지회 집행부는 "도장 작업자에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은 있다."라며 "직업성 질병 가능성에 대해 노동지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울산조선소에서 지난해 5월부터 피부 발진자가 나오기 시작해 10월 중순까지 24명, 9월부터 같은 무용제 도료를 사용한 현대미포 목포조선소에서는 27명에게서 피부병이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건강진단도 실시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노조가 확인한 피부병 발병자 90%(45명)는 하청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피부 발진 원인으로 추정되는 제품은 전량 회수 및 단종 처리했다."고 말했다.

울산노동지청의 태도다. 지난해 여름에 발생한 사건을 지금까지 질질 끌어오고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지청장과 면담에서 불성실한 태도와 면담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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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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