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주는데 정부만 옛 생각에 빠져"

김영민 기자 / 2022-06-23 09:58:57
농협,21년산 15만톤 이상 추가격리 촉구
3차 시장격리 촉구 대정부 건의문 채택
범국민 쌀 소비촉진 운동 동참 간곡 부탁
전국 농협통합 미곡종합처리장(RPC) 울상
올 벼 수매가 40㎏짜리 1포대 1만원 하락
쌀 식량안보, 서구화 식생활 영향 못따라
쌀 개념 변했는데 정부 구시대 생각서 멈춰

[환경데일리 김영민/ 문종민 기자]"쌀농사 짓기 겁난다." 

지난해 생산된 쌀이 남아 돌아서 오고 갈 때가 없다. 쌀은 넘쳐나고 농사를 안지을 수도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농협조합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쌀을 대폭 할인돼 그것도 덤으로 싸게 파는데 열중하고 있지만, 먹거리 시장은 철저하게 쌀 소비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26년 이후 50㎏ 이하다. 특히 남성보단 여성이 훨씬 쌀 소비가 50% 이상 적게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기권, 호남권은 물론 충청권역 농협은 자체적으로 지난해 쌀 제고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청세종지역 농협은 쌀 소비 부진과 가격 하락에 따른 농업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지역 범농협 임직원이 참여하는 쌀소비 촉진 챌린지 '①②③운동'을 전개중이다. 22일 이번 챌린지를 통해 충남세종지역 농협 임직원 1만여명은 '한 달'에 20㎏ 쌀 '2포대'를 6월에서 8월까지 '3개월'간 지인에게 선물하는 강수를 뒀다.

전국적으로 농민 조합원들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국내 쌀소비량만으로 한계가 있다.

▲올해 모내기가 끝난 지금, 벌써 10월 추수를 걱정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농민회는 매년 쌀값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매우

형식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복부권은 대부분 농지를 복토해 쌀 품질과 생산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갈수록 농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 문종민 기자 

이미 먹거리 시장이 쌀 소비에서 벗어난 지 오래돼 강제적으로 쌀 생산만큼 소비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건 무리가 되고 있다.

농협에 따르면 올가을 벼 수매가격이 40㎏짜리 1포대를 작년보다 1만원 하락된 수매를 잡아놓은 상태다. 이렇게 되면 전국 전체 농가에 1조2000억원 이상 소득이 줄어 들 수 밖에 없다.

최근 텔레비전 공영홈쇼핑에서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특집 방송을 편성해 '전국 이천, 여주 등 우수산지 쌀 특집'으로 쌀 540톤(주문액 약 16억원 규모)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충남 당진 예당평야는 전북 김제평야와 함께 전국 쌀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쌀 산업 주산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농가인구의 감소, 노령화 심화, 부채부담 증가 등으로 농민들은 쌀농사를 포기하기 시작하고 있다.

벼농사는 탄소흡수원으로 중요한 역할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쌀 시장격리에도 불구하고 쌀값은 매년 바닥을 치고 있다. 2021년 기준 1인당 연간 총 쌀 소비량은 70kg로 10년 동안 전년대비 평균 1.8%/년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5년 후인 2026년의 쌀 총 소비량은 2021년에 비해 5.9%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쌀 산업과 농민의 어려움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측돼 중장기적 법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은 빈약하다. 총 110대 국정과제에서 농업직불금 이외에 쌀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해외 식량 사정은 우리와 다르다. 팬데믹과 러-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은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쌀 생산 3위국 베트남까지 수출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특히 이상기후(폭염, 가뭄, 국지성 집중폭우 등)을 이유로 곡물 수출을 금지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동하고 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은 "식량안보를 입으로는 외치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많이 부족하다."며 "한국농업을 지켜왔는데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정부의 정책과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서 요건 충족시 쌀 시장격리를 '할 수 있다'로 돼 있는 부분을 '해야한다'는 의무규정으로 수정하면 농업인들이 숨을 쉴 수 있을 것인데 어떠한 개선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양곡정책을 비판했다.


이렇다보니 쌀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농협에 따르면, 2021년산 쌀 15만톤 이상을 하루 빨리 추가 격리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부측은 건의했다.


전국농협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운영협의회는 22일 한화리조트(보령 소재)에서 '2022년 농협통합RPC운영협 정총'를 열고 쌀 3차 시장격리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한는 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건의문에서 "2021년산 쌀 생산량 388만톤의 절반인 194만톤을 매입해 쌀 수급안정과 농가소득 확대에 최선을 다했지만 소비부진과 가격하락으로 RPC의 재고 부담은 가중됐고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등 쌀 산업은 큰 위기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또 "쌀 15만톤 이상을 추가로 조속히 격리해 농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2022년산 벼 매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2021년산 쌀 재고 과잉이 심각해지자 27만톤 시장격리를 진행했으나 쌀값은 별다른 반등 없이 지속 하락했다. 6월15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나 낮게 쌀값이 형성돼 있는 실정이다.


강선중 RPC 운영협의회장은 "쌀은 식량안보와 직결돼 있으나 서구화된 식생활 등의 영향으로 해마다 쌀소비가 감소해 평년 수준으로만 생산돼도 공급과잉이 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3차 시장격리의 조속한 추진과 함께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쌀 소비촉진 운동에 동참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농해수위 소속 어기구 의원은 "모내기가 끝나자 마자 벌써 쌀값 걱정을 하는 농민들의 한 숨이 안타깝다."며 "자칫 쌀 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 의원은 "범정부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쌀 산업 구조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현실적 정책이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쌀 산업 진단' 정책 토론회에서 김의웅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쌀 소비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어 ▲쌀 소비량 목표 설정 및 소비자 중심 홍보 ▲특수가공미 공급확대 위한 고품질 쌀 생산시스템 정착 ▲단일품종화 정책 전환 ▲RPC 시설 지원방향의 전환 ▲쌀 등급기준 개선 등 쌀 관련 제도 정비 10가지 쌀 소비촉진 방안을 제안했다.


국내 단체급식에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유상준 아워홈 구매본부장은 "쌀밥은 탄수화물 덩어리로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인식때문에 대한민국 농작물의 대표인 쌀 소비가 하락하고 있다."며 "정부가 좀더 소비자의 시선에서 정책을 바꿀 때"라고 했다.

 
양곡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도 쌀소비를 촉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는 의견도 나왔다.

윤명 (사)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쌀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양곡정책도 변화가 오고 발전할 수 있다."며 "쌀을 주식으로 삼아온 온 국민들이 바라보는 쌀의 개념은 변했는데 정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구시대적인 생각에서 멈춰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단백질함량의 '수·우·미'등급이나 품종 종류, 등급의 '특·상·보통' 등 양곡표시 정보들이 손쉽게 이해하지 않고 무관심한 수준에 도달했는데, 이를 개선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방치한 상태"라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쌀 정보 제도 개선과 함께 소비자들은 쌀을 고를 때 밥맛이 매우 좋고 건강이 유익한 식품으로 품질과 맛의 정보는 제대로 알리는 현장감을 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쌀 소비 하락에는 가격도 한 몫을 했다."며 "이제는 식품으로서 쌀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생산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쌀 소비 하락이 육식 위주의 식단과 외식문화가 바뀐 시대흐름에 맞춰 좋은 쌀, 가족 건강한 밥상에 중요한 쌀이 소비자에게 유익하다는 선택권을 받도록 농민들의 생각에서부터 주부들의 마음까지 읽도록 정부차원에서 다시 들려다보는 쌀산업 정책을 펴야 쌀농사가 소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국미곡처리장 RPC 대표 자격으로 나선 박승석 당진해나루쌀조공법인 대표는 "당장 10월 1일부터 햇쌀 수매가 시작되는데 보관할 창고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당장 야적해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추가 시장격리에 들어가야 수확기에 적어도 계약재배한 물량 정도는 쳐낼 수 있다."고 밝혔다.


강도용 한농연전남도연합회장은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수확기 쌀값을 보전하던 변동직불금이 사라지고 자동시장격리제가 도입됐으나, 올해만 보더라도 격리 시기나 입찰 방법 등에 문제가 생겨 정책에 큰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시장격리제도에 대한 보완과 쌀 농가의 소득 보전 양곡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측 입장은 달랐다.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생산조정 사업에 포함됐던 주요 품목들에 대한 직불금을 선택형 직불제를 통해 지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 있다."고 언론적인 입장만 꺼냈다.

결국, 쌀값 문제와 쌀 생산 과잉은 내후년에도 이어질 수 밖에 없거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토론장 안팎에서 흘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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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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