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이 빚어낸 ‘지구의 숨결’을 마시다: 북부 파타고니아의 ‘화산 마테’ 열풍

고용철 기자 / 2026-03-20 03:12:17

(C) Diario La Capital de Mar del Plata


본격적인 여름 관광 시즌을 맞이한 아르헨티나 네우켄주(Neuquén) 북부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아주 특별한 미식 체험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바로 살아있는 화산의 에너지를 그대로 담아낸 ‘화산 마테(Mate Volcánico)’다.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대자연의 치유력과 고대의 전통이 맞물린 이 독특한 의식은 최근 확산하고 있는 ‘경험 중심 관광’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화산이 직접 데운 ‘마테 전용수’의 신비
안데스 산맥의 품에 안긴 카비아우에-코파우에(Caviahue-Copahue)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천연 온천의 성지다. 이곳의 핵심은 단연 코파우에 화산이다. 화산 활동의 결과로 지표면 위로 솟구치는 온천수는 섭씨 60도 이상의 고온을 유지한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이 천연 용출수는 이른바 **‘마테의 물(Agua de Mate)’**이라 불린다. 아르헨티나의 국민 차인 마테를 우려내기에 가장 이상적인 온도를 자연이 직접 맞추어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마테가 시간이 지나며 금방 식어버리는 것과 달리, 화산 암반을 뚫고 나온 이 뜨거운 물은 마테의 온기를 장시간 유지해주며 특유의 깊은 풍미를 끌어올린다. 처음 방문한 관광객들은 수도꼭지가 아닌 땅에서 솟아난 물로 차를 마시는 광경에 경이로움을 표하곤 한다.

호흡기 건강과 웰빙을 위한 ‘자연의 처방전’
화산 마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비단 그 이색적인 광경 때문만은 아니다. 이 온천수에는 화산 지형 특유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예로부터 건강 증진을 위한 약수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현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산 마테는 호흡기 계통의 정화와 기능 강화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폐활량이 중요한 운동선수나 금연 후 폐 건강 회복을 원하는 이들, 그리고 도심의 공해에서 벗어나 깊은 호흡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이 이 ‘온천수 마테’를 찾는다.

다만, 강한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만큼 무분별한 섭취는 경계해야 한다. 코파우에 온천 단지 관계자는 “화산 마테 체험은 반드시 의료진의 권고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며, 지정된 경로와 시설 내에서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과 과학,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의 만남
화산 마테 문화는 단순한 관광 상품을 넘어선다. 이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지혜와 현대의 온천 과학, 그리고 엄격한 환경 보호 정신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연중 내내 이어지는 이 의식은 척박하지만 경이로운 화산 지형에서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관광업계의 화두인 ‘극지방 자연주의(Nature Extrema)’와 ‘웰빙 관광’의 교차점에 위치한 이 경험은 여행의 정의를 새롭게 쓰고 있다. 단순히 명소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대지의 심장 박동이라 할 수 있는 화산의 기운을 몸속으로 받아들이는 ‘재연결(Reconnection)’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땅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마테 한 잔의 여유
코파우에의 황량한 듯 신비로운 풍경 속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마테 컵을 손에 쥐는 것은, 지구와 직접 대화하는 것과 같다. 자연의 원초적인 힘이 깃든 이 ‘특별한 한 컵’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본질적인 가치로 돌아갈 것을 권유한다.

북부 파타고니아의 거친 바람 속에서도 화산 마테의 열기는 식지 않는다. 땅이 직접 끓여낸 물로 나누는 이 따뜻한 나눔의 의식은, 올 시즌 코파우에를 찾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생명력의 기억을 선사할 전망이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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