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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현대 유인원의 공통 조상이 동아프리카에서만 기원했다는 수십 년 된 학계의 정설이 뒤집혔다. 최근 이집트에서 발견된 약 1,800만 년 전의 신종 유인원 화석이 영장류 진화의 발상지가 기존 예측보다 훨씬 광범위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1,800만 년의 침묵을 깨고 나타난 ‘마스리피테쿠스’
지난 3월 30일(현지 시간), 고인류학계는 이집트 모그라(Moghra) 지역에서 발견된 신종 유인원 **‘마스리피테쿠스 모그라엔시스(Masripithecus moghraensis)’**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 증거는 마이오세(Miocene) 초기에 해당하는 1,700만~1,80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래턱뼈(하악골) 파편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현대 유인원과 인류를 포함하는 이른바 ‘영장류 왕관 그룹(Crown Hominoidea)’의 조상들이 오직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잇는 동아프리카 일대에서만 서식했다고 믿어왔다. 같은 시기 북아프리카에서는 하등 원숭이류의 화석만 발견되었을 뿐, 유인원의 존재를 뒷받침할 증거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마스리피테쿠스의 발견은 이러한 ‘기록의 공백’을 단숨에 메우며 유인원의 서식지가 이미 마이오세 초기에 북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있었음을 확증했다.
진화의 열쇠: 강인한 턱과 유연한 적응력
마스리피테쿠스는 현대 유인원의 특징과 원시적 특징을 동시에 갖춘 ‘연결 고리’로 평가받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의 턱 구조는 매우 견고하며, 치아 발달 상태로 보아 과일을 주식으로 하되 딱딱한 씨앗이나 견과류까지 섭취할 수 있는 ‘잡식성 적응력’을 갖추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식단의 유연성은 당시 급격한 기후 변화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 험난한 환경에 적응하며 발달한 이들의 신체적 특성은 훗날 유인원들이 아프리카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동아프리카 편향성을 극복한 지정학적 재발견
이번 발견이 던지는 가장 큰 충격은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이집트와 중동을 잇는 북아프리카 지역은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를 연결하는 천연의 교량 역할을 해왔다.
연구진은 “지난 수십 년간 영장류 연구가 동아프리카에만 지나치게 편중되어 일종의 ‘표본 편향’이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마스리피테쿠스의 존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이 유인원의 확산과 진화에 있어 단순한 통로가 아닌, 핵심적인 발상지 중 하나였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즉, 유인원의 진화는 특정 지역의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이동과 적응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인류 진화사 재구성의 시작
현대 유인원 그룹에는 인간을 비롯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이 포함된다. 따라서 이들의 기원을 찾는 작업은 곧 인류의 뿌리를 찾는 작업과 직결된다. 마스리피테쿠스라는 새로운 퍼즐 조각의 등장은 아프리카 내부의 화석 기록과 유럽·아시아에서 발견된 후기 화석 기록 사이의 단절을 연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과학계는 이번 발견을 기점으로 이집트 및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추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1,800만 년 전, 척박한 북아프리카 땅을 딛고 서 있던 이 작은 유인원의 턱뼈가 이제 인류 진화의 지도를 다시 그리게 하고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