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절차 간소화 및 지역 주민 중심의 보전 모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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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지방정부가 자국 내 가장 상징적인 자연 보호 구역 중 하나인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사용 및 관리 계획(PRUG)’을 최종 승인했다. 2026년 3월 30일 발표된 이번 계획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지역 경제의 핵심인 가축 사육과 급증하는 관광 수요를 생태계 보전과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관리계획의 가장 혁신적인 지점은 가축 사육에 대한 관점의 변화다. 과거 규제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이번 계획은 방목 가축이 국립공원의 경관을 형성하고 화재를 예방하는 등 생태계 유지에 기여해 온 역사적 역할을 공식 인정했다.
특히 ‘지방형 가축 사육(Extensive Farming)’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이를 생물 다양성 확보와 산불 방지의 핵심 도구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방목 구역의 체계적 관리와 가축 밀도 조절을 지원하며, 환경 친화적 축산 관행을 실천하는 농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축산 농민 없이는 관리된 영토도 없다”는 실용주의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 주민들의 고질적인 불만이었던 과도한 행정 절차와 관료주의적 폐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포함되었다. 새로운 계획은 ‘자기책임 선언(Declaración Responsable)’ 제도를 도입하여, 잡목 제거 및 소규모 유지보수 작업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별도의 복잡한 승인 절차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땔감 채취나 양봉 시설 설치 등 전통적인 생활 방식에 대한 유연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국립공원 지정이 지역민의 삶을 마비시키는 족쇄가 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보호구역 내부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자연을 지키는, 이른바 ‘사람이 거주하는 보전 모델’로의 전환을 꾀한 것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양적 팽창’ 대신 ‘질적 관리’를 선택했다. 국립공원 측은 스포츠 및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고, 방문객들에게 생태 정보를 보다 상세히 제공함으로써 환경 부하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특히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 보호 조치를 시행하여 관광객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인한 훼손을 방지하기로 했다.
지방정부의 목표는 명확하다. 지역 경제의 한 축인 관광 산업의 활력을 유지하되, 국립공원의 본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질서 있고 안전하며 품격 있는’ 관광 모델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보전에 따른 기회비용을 지역 주민에게만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번 계획에는 공공 투자 확대, 직접 지원금 지급, 그리고 규제로 인한 손실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포함되었다. 이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아울러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이 아스투리아스, 칸타브리아, 카스티야 이 레온 등 3개 자치주에 걸쳐 있는 만큼, 주 정부 간의 긴밀한 공조 체계 구축도 강조되었다. 행정 구역에 따른 규제 불균형을 해소하고 일관된 관리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국립공원 전체의 관리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아스투리아스 정부가 발표한 이번 관리계획은 기후 위기 시대에 자연 보호 구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을 환경의 파괴자로 간주하고 격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보전의 주체로 세움으로써 상생의 길을 모색한 것이다.
빅토리아 H.M. 기자는 이번 보도를 통해 “이번 계획은 아스투리아스가 환경 보호와 사회 경제적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내디딘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피코스 데 에우로파의 이 새로운 실험이 성공을 거둘 경우, 전 세계의 다른 국립공원 관리 모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