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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후에(Huế)가 도시를 가로지르는 고대 수로와 운하를 현대적인 문화 체험 공간으로 복원하며 '헤리티지 도시'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단순히 물길에 그쳤던 동바(Đông Ba)강과 응우하(Ngự Hà) 운하가 관광과 문화가 공존하는 살아있는 역사 현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황실의 핏줄, '인공 강'의 부활
후에 황성(Imperial Citadel)의 도시 구조를 지탱해 온 핵심 요소는 단연 '인공 운하' 네트워크다. 과거 군수 물자와 식량을 운반하던 동바강과 응우하 운하는 이제 관광객들에게 도시의 속살을 보여주는 통로가 되었다. 응우하 운하는 정심호(Tịnh Tâm Lake), 장서각(Tàng Thư Pavilion) 등 주요 유적지를 방어 수계와 연결하며 흐르고, 동바강은 동바 시장과 지아 호이(Gia Hội), 찌 랑(Chi Lăng) 등 오래된 거리를 지나 과거 무역의 중심지였던 바오 빈(Bao Vinh) 항구까지 이어진다.
후에 도시개발연구소(HIDS)의 꿍 쫑 끄엉(Cung Trọng Cường) 소장은 "동바-응우하 시스템은 유적지와 전통 마을, 시민들의 일상을 잇는 독특한 수로 관광 루트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접근성의 혁신과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
이번 수로 복원 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교통 접근성 해소'다. 후에 황성의 좁은 성문과 도로는 대형 관광버스의 진입이 까다로워 고질적인 교통 체증을 유발해 왔다. 하지만 수로를 이용하면 관광객들은 왕릉을 관람한 뒤 배를 타고 성내로 직접 진입하여 전통 정원 주택이나 레스토랑 인근 선착장에 내릴 수 있게 된다.
후에 유적보존센터의 즈엉 깜 번(Dương Cẩm Vân) 가이드는 "물길을 통해 접근하는 방식은 방문객들에게 황성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잠들었던 문화 공간의 재발견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동바강에는 수상 가옥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고, 응우하 운하는 퇴적물로 인해 악취가 발생하는 등 방치된 상태였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준설 작업과 산책로 조성 사업을 통해 수로는 다시 도시의 품으로 돌아왔다.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수로 위에서는 베트남 전통 오페라 공연이 펼쳐지고 강변의 가로수와 고택들은 후에 특유의 느림의 미학을 전달한다. 특히 바오 빈 옛 마을의 주민들은 호이안과 같은 관광 명소로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강변 고택에 자리 잡은 '마 베이커리(Mạ Bakery)'와 같은 소규모 업체들은 이미 전통 떡 만들기 체험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친환경 스마트 관광 도시를 향하여
후에시는 이번 4월부터 응우하-동바 노선에 친환경 전기 보트를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야간 경제 활성화를 통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쩐 티 화이 쩜(Trần Thị Hoài Trâm) 시 관광국장은 "전기 보트 도입과 선착장 현대화를 포함한 통합 전략을 통해 후에를 유산과 현대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왕조의 영광을 실어 나르던 수로가 이제는 후에의 미래를 실어 나르는 문화의 동맥으로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