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 사업장 480개소 실태
200여개소 대상 기획 근로감독 실시 계획
대법원 판례, 조합간부 등 활동 위법성 주목
[환경데일리 고용철 기자]고용노동부는 9월 3일 근로자 1000인 이상 유노조 사업장 중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 480개소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법정 근로시간면제 한도(시간 또는 인원)을 초과해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위법하게 운영한 사업장은 480개소 중 63개소(13.1%)로 확인됐다.
근로시간면제자에게만 특별수당(고정 OT, 전임자, 업무수행수당 등)을 지급한 사업장 37개소(7.7%), 단체 협약 등으로 근로시간면제자에게 면제시간 외 유급 조합활동을 인정한 사업장 80개소(16.7%)에 대해서도 위법소지가 있다고 판단됐다.
또한 '노조에 대한 운영비 지원' 관련, 회사에서 무급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일부 부담한 사업장 4개소 및 노조사무실 직원의 급여를 지급한 사업장 5개소에 대한 위법 사례가 확인됐고, 노동조합에 대한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는 사업장은 265개소(55.2%)인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시간면제자의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의 규정이 없고 명확한 판결례 및 해석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관계를 형성· 유지하는 가운데 별도의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을 면제받을 수 있다.
근로시간면제자의 법적지위는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다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면제자는 근로제공의무가 있는 근로시간을 면제 받아 경제적인 손실없이 조합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즉, 휴직상태에 있는 근로자와 유사한 것으로 인정돼왔다.
노조전임자와 달리 일반근로자에 준해 사업장 내 관련규정 및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처우 등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근로시간면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근로시간면제자는 근로제공의무가 있는 근로시간을 면제받아 경제적인 손실 없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근로시간면제제도 본연의 취지라고 했다.
근로시간면제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면제되는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단체협약 등 노사 간 합의에 의한 경우라도 타당한 근거 없이 과다하게 책정된 급여를 근로시간면제자에게 지급하는 사용자의 행위는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 단서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정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2018년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나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행위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반면, 하급심 판례는 사용자가 근로시간면제자에게 고정 차량을 제공한 사안에서, 단체협약은 시간면제자에게 회사지원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회사지원업무에 사업장 외부에서 이뤄지는 활동도 다수 포함돼 있는 점 등에 비춰, 해당 면제자가 차량을 회사지원업무 외에 통근용으로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노조의 운영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했다.
대구지법은 2021년 노조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을 부정했다. 이번 판례는 단체협약 등 노사 간 합의가 있더라도 노조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되는지에 대해 노조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경우,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는 것.
이번 실태조사에서 고용노동부가 단체협약 등으로 시간면제자에게 면제시간 외 유급 조합활동을 인정한 80개소(16.7%)에 대해 '위법소지'가 있다고 판단, 향후 유급 조합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기존 단체협약의 유효성에 관한 논쟁이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2016년 비전임 조합간부가 유급으로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근로시간면제한도 내로 제한하지않은 단체협약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 제81조 제4호에 위배 무효라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시간면제자가 아닌 조합간부 등의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은 단체협약에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하고 유급으로 하는 경우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기는 어려우나, 시간면제자로 지정되지 않은 조합간부 등에게 근무시간 중 일정시간을 '구체적 사용 용도도 정함이 없이 고정적, 주기적으로 부여해 유급으로 조합활동을 하도록 한다면 이는 시간면제자가 아닌 자가 실제로는 부분전임자로 활동하는 정도에 이르러 법에 위반된다라는 입장이다. 즉, 개별 단체협약에 근로시간면제한도 외 유급 조합활동을 허용하고 있다고 해 바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위법소지를 배제할 수 없으므로 개별 단체협약의 구체 내용, 유급 조합활동의 범위 및 시간 등을 충분히 확인할 필요한 해석이다. 노동부는 200여개소를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을 밝혔는데, 근로감독에서도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단체교섭 중이거나 조만간 단체교섭을 진행할 사업장은 근로시간면제한도 외 유급 조합활동을 인정하는 조항이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유념 이를 세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면제제도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 및 사업장의 관행을 점검하고, 예상 가능한 법적이슈을 파악해 근로감독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