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명 죽은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보고서 공개 거부 이유

김영민 기자 / 2018-04-04 10:01:26
반올림, 공장 내 유해물질 보고서 미공개 '권익위' 반박
삼성 출신 위원 작업환경보고서 집행정지 결정 회의 참가
공공복리 중대한 영향 미칠 우려 집행정지 결정 즉각 취소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측은 '삼성 디스플레이'가 공장 내 유해물질 성분이 담긴 보고서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권익위'에 신청에 대해 4일 즉시 반박 성명을 냈다.

 
앞서 직업병 보고서 공개여부를 따지는 행정심판위 회의에서 위원들이 이에 동의했고 보고서 공개를 막는 '집행정지'가 확정됐다. 하지만 반올림측은 공정성은 훼손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유는 비공개 결정을 내린 위원 중에 삼성 임원 출신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인물로 등장한 삼성디스플레이 소속 상임 위원 A씨는 1997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삼성 전자로 옮긴 뒤 2007년까지 계열사 임원으로 일한 인물이다.


결국 사법부가 내린 판결조차 무시한 결과로 국민 알권리 침해는 물론 작업 환경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는 시대정신에도 어긋나게 됐다.

직업병 보고서 공개에는 만 18살부터 3년 간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공장에서 일했던 김 모씨는 2017년 갑작스럽게 혈액암을 얻었다. 그는 삼성측에 자신이 작업한 생산공정라인에서 쓴 화학물질 등에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노동부는 정보 공개를 결정했고 반대로 삼성은 집행정지를 요청하는 방어를 했다. 


지난해 행정심판에서 정보공개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한 21건 중에 직권 정지 결정은 4건 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거론된 삼성 출신 상임위원은 해당 안건 결정 시 스스로 회피해,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반올림측은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공개를 가로막은 행위는삼성 권익부터 챙기는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동부 등은 삼성 반도체, LCD 사업장의 유해물질 등 정보가 담긴 각종 보고서를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를 고수했다. 심지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노동부가 보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물론 재해노동자나 유족이 정보공개 청구까지도 '삼성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했다.

반올림 측은 "유해물질이 영업비밀이라며 이 나라는 국민들의 안전을 어떻게 막고 보장받으며 살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특히 아픈 노동자나 유족에게 산재입증의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유해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조차 삼성의 영업비밀이라며 받아볼 수 없었던 지난 10년의 세월은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더 큰 고통만 가중 시키는 꼴이리고 비판했다.


그런데 최근(2018. 2. 1.) 대전고등법원은 이러한 부당한 행정처분에 쐐기를 박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이범우씨의 유족이 제기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법원은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산재노동자나 유족, 삼성의 전현직노동자, 나아가 사업장 인근 주민의 안전권과 보건권을 위해 필요한 정보이므로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업병 보고서가 더 이상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노동부는 정보공개처리지침을 변경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번 권익위 행정심판위의 결정은 이러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삼성디스플레이(주) 탕정사업장에서 일하다 퇴직 후 비호지킨림프종이 발병한 김 모씨는 이 질병이 자신이 일한 탕정사업장의 유해물질 노출 때문임을 증명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천안지청은 3월 12일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했고, 정작 보고서를 내주기로 약속한 3월 27일에 갑자기 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위원장이 직권으로 '정보공개 집행정지' 결정 했다.

삼성은 보고서 내용 중 '측정위치도 등의 공개를 정지할 것을'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원은 이미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상 '측정위치도'는 "공장의 개략적인 도면 위에 유해인자 등의 측정위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해"정보공개법이 보호하는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은 이 '측정위치도'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보건과 직결된 정보로서 공개돼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이 보고서의 일반적인 의의와 성격 내용에 근거한 판결로서 특정 사업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노동부가 판결 후, 다른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해서도 공개 결정을 한 것은 그러한 판결 취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반올림 측은 성명서에서 행정심판위가 삼성의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며 "사업장이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판결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반올림 측은 법원 결정도 무시한 채 삼성의 이해를 대변하고 국민과 노동자의 권익을 저버린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따라서 행정심판법 제30조 3항에 의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이번 집행정지 결정은 즉각 취소돼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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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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