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1억 유로 규모 ‘배터리 PERTE’ 전격 승인… 유럽 전기차 패권 경쟁 가속화

고용철 기자 / 2026-03-23 19:05:37
- 조르디 에레우 산업부 장관, ‘PERTE VEC 5’ 공식 발표
- 보조금 유연성 확대로 집행 속도 제고… ‘6일간의 신청 접수’ 속도전
- 누적 29억 유로 투입, 아시아 의존도 탈피 및 공급망 내재화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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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자동차 생산 2위국인 스페인이 전기차 전환의 핵심 동력인 배터리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스페인 정부는 총 1억 유로(한화 약 1,450억 원) 규모의 배터리 특화 보조금 프로그램인 ‘PERTE VEC 5’를 공식 런칭하며, 글로벌 전기차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유연성’과 ‘속도’ 앞세운 새로운 지원 체계
현지 시각 23일, 조르디 에레우(Jordi Hereu) 스페인 산업부 장관은 배터리 생산 및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신규 자금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PERTE VEC 5’의 가장 큰 특징은 유럽연합(EU)의 완화된 국가 보조금 일시 프레임워크를 적용하여 행정적 유연성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다.

그간 복잡한 관료주의와 엄격한 집행 조건이 산업 현장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온 만큼, 이번 공모는 신청 기간을 오는 4월 7일부터 13일까지 단 6일간으로 제한하는 ‘초단기 속도전’ 방식을 택했다. 이는 이미 준비된 기업들에게 자금을 즉각 투입하여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배터리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억 유로의 누적 성과…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
에레우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이전 차수들의 성과도 함께 공개했다. 현재까지 PERTE VEC 프로그램을 통해 총 29억 유로가 배분되었으며, 350개가 넘는 기업들이 수혜를 입었다. 특히 최근 완료된 4차 공모(PERTE VEC 4)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프로젝트들이 선정되어 눈길을 끌었다.

바스크볼트(Basquevolt, 비토리아): 배터리 소재 연구 및 차세대 기술 개발에 1,680만 유로 투입.
세비야 커넥티드 카 프로젝트: 커넥티드 모빌리티 구현에 440만 유로 배정.
에브로(Ebro, 바르셀로나): 산업 기반 공고화를 위해 330만 유로 지원.

이외에도 스페인 정부는 산업 탈탄소화 PERTE를 통해 푸에르토야노의 이드넘(Hydnum)에 6,000만 유로, 아스 폰테스의 엔세(Ence)에 2,460만 유로를 지원하는 등 친환경 전환과 제조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대(對)아시아 의존’ 탈피와 지정학적 포석
이번 발표는 단순한 경제 지원책을 넘어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지정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은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으나, 유럽연합은 탄소중립 실현과 경제 안보를 위해 배터리 자급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주행 거리와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다. 스페인은 이번 1억 유로 추가 투입을 통해 원자재 가공부터 배터리 셀 제조, 재활용에 이르는 전 주기를 국내화함으로써 유럽 내 리튬이온 배터리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과제와 전망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이러한 행보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투자를 유인하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6일이라는 짧은 신청 기간 내에 기업들이 얼마나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에레우 장관은 “이번 프로그램은 스페인이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의 주역으로 도약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산업의 근육을 키우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전기차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스페인의 ‘배터리 굴기’가 유럽 자동차 산업 지형도를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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